이런 질문을 받으면 단번에 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래 고민해도 차마 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은 심혈을 기울여 답해 놓고도 '정말 맞나?'하는 생각에 계속 되뇌이는 사람도 있고요. 구독자님은 어느 쪽인가요?
저는 첫 번째에 가깝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늘 제게 찬물 끼얹을 수 있는 사람이 좋다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제가 다소 불같은 면이 있고 방방거려서 한번씩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동시에 꿈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찬물 끼얹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할 때에 현실에 발붙이게 해 주는 사람은 좋지만 무작정 '안 될 걸?'하며 부정적인 소리를 하는 사람은 질색입니다. '그렇게 되겠지만 일단은 할 일을 하자' 정도가 좋습니다.
이처럼 찬물의 범위와 강도에 대한 생각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찬물 끼얹는 게 좋다고 말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사실 어떤 사람이 좋냐는 말에는 끝도 없이 말할 수 있기는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유치하게 굴 수 있게 해주는 사람도 좋고요. 정 반대의 취향을 가졌지만 어쩐지 납득이 되는 사람도 좋습니다.
하지만 딱 하나를 꼽자면 저는 생각을 덜 하게 만드는 사람이 좋아요. 쓸데없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고 그 과정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늘 함께 합니다. 이미 정한 결론에 대한 확신을 얻고 싶어 몇번이고 재확인하곤 합니다.
이처럼 넘실대는 생각의 늪에서 건져 올려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끝없이 침잔할 때에 '그게 뭐가 문제야?'라며 일을 아주 간단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노미터 단위로 보던 세상을 미터 단위로 보게 해주는 사람들이 참 좋더라고요. 내가 하는 고민들을 별 거 아닌 걸로 만들어 주는, 그래서 다시 다른 생산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사람들이요.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말 별 것 아닌 걸로 치부한다기보다는 좀더 거시적으로 보게 도와주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은 어떤 관계에서 만나도 좋더라고요.
저와는 정반대로 꿈꾸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좋은 분도 계시겠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알록달록하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좋은'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은 참 살기 재미납니다.
구독자님, 오늘도 좋은 사람과 함께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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