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저는 '성큼' 다가왔다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요. 어쩐지 기백 있고 자신감 넘쳐 보이지 않나요? 평소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의식적으로 성큼성큼 걸으면 괜히 산뜻해지곤 합니다. 요즘처럼 날씨가 상쾌해서 기분도 덩달아 상쾌해질 때에도 성큼성큼 걸으면 괜스레 호탕해진 기분이 들고 좋습니다. 구독자님께서도 오늘 하루 성큼 걸어보시길 추천드려요.
원래 오늘 보내려고 하는 편지 주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자 편지를 본 한 친구가 보낸 카톡을 보고 오늘 새로운 주제를 꺼내들었네요.
제가 설명한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저를 묘사하고 있다더라고요. 저는 쓰면서 나와 달라서 이런 사람이 참 좋다고 생각하며 썼는데 말이죠. 메타인지가 부족한 까닭일까요? 혹은 숨길 수 없는 자기애의 발현일까요?😎
사람은 모두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로 정의되는 사람은 많지 않죠. 심지어 영화 속 악당들도 서사를 들여다 보면 이해가 가는 순간이 옵니다. 그렇다고 악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현실의 저를 아는 사람들 중 조잘조잘을 구독하는 사람들은 제가 다중인격 같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평상시 말 끝마다 삼행시를 하면서 까불락거리는 모습을 보다가 글이 차분한 것을 보면 영 딴 사람 같다고 합니다. 또, 공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저보고 침착하다면서 활발하게 구는 모습이 상상이 안 간다고도 말씀하십니다. 냉정하다는 소리와 감성적이란 소리를 왔다갔다하며 듣다 보면 때로는 저도 헷갈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저 말을 듣고 기뻤던 까닭은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인간 유형의 모습으로 타인을 대하고 있구나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각자가 가진 다양한 면모가 발현되는데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대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요. 한편으론 내가 대접 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어느 구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의식하지 않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모습이 자연스레 배여있다는 것도 기뻤습니다.
아무튼 참 재미납니다. 구독자님도 어쩌면 구독자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의 모습이 구독자님과 꼭 닮아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나와 함께 가장 오래 부대끼며 살아야 할 '나'라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이란 건 얼마나 다행인가요. 충분히 기뻐하려 합니다, 우하하.
긴 연휴 끝에 출근했더니 다시 다음주 월욜이 연휴군요. 마저 푹 쉬고 화욜에 뵙겠습니다. 이번주도 즐겁게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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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와 닮아 있다>에 공감합니다. 최근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는데 저와 MBTI 유형까지 똑같아서 놀랐습니다. 나와 닮은 사람은 만나면 꽤 편안합니다. 가끔 깜짝깜짝 놀랍니다. "어쩜 이렇게 같은 생각을?" ^^
조잘조잘
그런 사람에게 자연스레 끌리는가 봅니다~! 물론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대로 재미있는 면모가 있지만 말씀주신마따나 닮은 사람은 만나면 편안하더라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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