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일상생활에서 동물, 특히 야생동물을 마주할 일은 잘 없습니다. 조류는 매일같이 보지만 그 이외의 동물은 볼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동물을 무서워한다는 건 사실 관념적으로 무서워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고, 아마 앞으로도 만날 일이 없을 가능성이 다분한 대상이니까요.
그럼에도 원초적인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지능을 가진 생물체라고 할지라도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도 없고 하늘도 못날고 방어력 높은 가죽도 없고 물갈퀴나 아가미도 없기에 원시사회로 돌아가면 단번에 최약체로 놓이는 데서 오는 두려움입니다. 요즘 삶이 힘들 때마다 지구가 망하고 원시시대로 모두 돌아가면 좋겠다는 염불을 외웠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제가 무서워 하는 동물은 악어랑 하마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도심내에선 마주할 확률이 0%에 수렴하는 생명체인데요. 전 이렇게 물과 육지 모두에서 활동할 수 있고 치악력이 강하고 그 속도가 빠른 동물들이 무섭더라고요. 특히 하마의 치아 구조를 보면 경악스럽습니다. 악어는 바다 악어가 진짜 무섭습니다. 오히려 어릴 때는 이 둘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나이들어서 각종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니 악어랑 하마가 제일 무섭더군요. 특히 아예 범고래나 상어같은 생물은 바다에 살아서 인간이랑 생활반경이 직접적으로 겹치지 않는 반면 악어랑 하마는 아프리카 지역 등지에서는 실생활 영역이랑 겹쳐서 인간이랑 부딪히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 더 그 공포가 실감됩니다. 물론 제 생활반경과 부딪히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하마 캐릭터는 정말 귀엽습니다. 다만 실제 하마와 그 강력함을 알고 있기에 하마 캐릭터는 하마를 본따 만들었다기보다는 아예 새로운, 기존에 없는 창작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요즘 종종 원시사회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그 소원 철회해야겠습니다. 위협적인 야생 동물을 마주하지 않는 지금이 좋은 듯합니다... 혹시 백두대간 수목원 가보셨나요? 경북 봉화에 있는 수목원인데 거기 호랑이 숲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호랑이들을 숲에 풀어놓고 키우는데요. 전 거기 가서도 혹시나 (그럴 일 없겠지만) 울타리 위로 호랑이가 뛰어나와서 만약 길에서 마주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빨리 호랑이 숲 인근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습니다. 아마 이런 작디작은 간으로는 원시사회에서는 호랑이 울음소리만으로 심장이 멎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21세기에 살아가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겠네요.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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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곤충, 파충류 등을 싫어하는데 무엇보다 <뱀>은 TV 화면으로만 봐도 무섭고, 캠핑을 가도 '혹시?'하는 마음이 생기고는 합니다. ^_^
조잘조잘
작년에 계곡에서 물뱀을 본 적이 있는데 야생에서 실물로 보고나니 왜 뱀이 많은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지 톡톡히 실감했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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