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뒤 오늘은 또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을까

2023.11.22 | 조회 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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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 제가 뉴스레터를 매일 쓰기로 한 이유를 예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약 2년간 블로그에 서로이웃 공개로 일기를 매일 썼는데, 블로그 이웃에게만 보여주던 일기를 전지구의 이웃(?)들과도 나누고 싶어서였죠. 2년간 매일 글을 쓰다 보니까 매일 뉴스레터 쓰는 것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고요.

조잘조잘을 보내면서부터는 블로그 일기를 안 쓰는데요. 조잘조잘에는 요즘 하는 생각들을 담긴 하지만 요즘 보내는 구체적인 일상을 다 쓰지는 않습니다. 오늘 누굴 만나서 무얼 먹었고 대화 주제는 뭐였고, 오늘 하루 중 기억에 남는 대화는 무엇인지 등등까지는요.

예전에 블로그를 할 때에는 이 모든 걸 다 적었는데요. 그 나름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너무 소소하고 굳이싶은 하루들인데다 맥락이 없어서 다시 보면 무슨 시간을 보낸 건지 잘 이해가 안 되는 게 단점이라면, 그렇기 때문에 더 솔직하고 가감없이 그때의 감정과 생각들을 쏟아내기도 했더라고요. 요즘엔 사진도 잘 안 찍는데 그땐 블로그에 올릴 양으로 사소한 것들도 모두 찍었기에, 다시 보면 추억할 만한 것들이 많다는 것도 좋고요.

네이버 블로그는 n년전 오늘 쓴 글을 다시 보여주곤 하는데요. 요즘은 블로그에 잘 안 들어가긴 하지만 가끔씩은 그런 글들도 보곤 합니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습니다. 1년 전과 2년 전에 쓴 블로그 일기를 읽었죠. 그런데 이것참, 그때의 저는 지금의 저와는 딴판인 하루를 살고 있더라고요.

2년 전의 어제는 학원을 가기 싫다는 말을 적어 놨습니다. 도통 무슨 학원이었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추측으로는 아마 오픽 학원이었는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습니다. 입사 이래 다녔던 학원이라곤 영어학원 말고는 없을텐데... 그렇게 가기 싫어하던 학원은 겨우 2년만에 무슨 학원이었고 왜 가기 싫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곳이 되었습니다.

1년 전의 어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제가 덕질하던 아이돌 가수의 라이브 방송이 있다고 하루종일 고대하고, 그날 방송을 보고 나서 친구와 소회를 나누는 이야기로 한 가득이더라고요. 1년 뒤인 오늘은 까맣게 탈덕하고 말았는데도요. 탈덕했다고 해서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때와 지금의 마음의 온도는 분명히 다릅니다. 그런데 아마 그렇게 될 스스로를 알고 있었던 걸까요? 그날의 일기 중 한 구절이 마음을 쿵 울렸습니다.

언젠가 탈덕을 하더라도, 이맘때의 제가 모 아이돌 덕분에 행복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 덕질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오히려 그 나날들을 즐겁게 만들어줘서 고마운 마음을 영영 간직할 정도로 참 그 아이돌을 많이 덕질하고 어떤 형태의 사랑을 했다는 것이 새삼스레 와닿았습니다. n이 1이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 같긴 하지만요.

어제 제게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발행한 기사 하나가 예상이상의 반응을 얻어서 들뜨기도 했고, 아직 풀리지 않은 일이 있어서 머리를 싸매기도 했고, 점심시간에 회사 앞에 들른 친구들 덕분에 간만에 직장 근처에서 동심을 느끼기도 했고, 또 새로 얻은 과제때문에 걱정이 쌓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그런 일들을 세부적으로 기록하고 기억하려고 애써도 1년뒤, 2년뒤에 다시 보면 뭐 그런 일로 그렇게까지 고민했을까 혹은 좋아했을까 싶을 정도로 까맣게 잊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다시 봐도 참 즐거웠던 또는 참 힘들었던 일이라고 기억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날의 일기를 다시 보니, 얼마나 오래 기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오래 기억하고 싶을 정도의 감정을 당시에 충분히 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어쩌면 n년뒤 힘들어 하고 있을 스스로가 그날의 마음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가끔은 이렇게 기록을 해두는 것도요. 남에게서 듣는 말들보다도 어린 시절의 제가 언젠가 미래의 저를 응원하고, 믿어주었던 것이 때로는(실은 자주) 더 큰 힘이 되더라고요. 그 당시의 스스로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또는 언젠가의 스스로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서 오늘을 더 힘차게 살아갈 동력도 되고요. 그 모든 게 저니까요.

내년에 다시 이 글을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때 어떤 사건으로 되게 우울해져있다면 웃기는 소리 하고 있다며 오늘의 저를 비아냥거릴 수도 있고요, 즐거운 상태라면 오늘처럼 또 과거의 제 말에 감동을 받고 찡해져 있을 것도 같네요. 언젠가의 오늘이 어떤 하루이든간에, 그 또한 곧 지나갈 것임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오늘 이 긴 글을 쓰게 해준 작년 어제의 저와 작년 어제의 제가 사랑했던 모 아이돌에게 감사를 표하며(?) 오늘 하루도 힘차게 살아갑시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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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밍

    0
    11 months 전

    오늘의 힘듦이 내년 내후년에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지나갈 수 있음을 깨닫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글이였습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야겠지만 어떤 일이 잘 안풀린다고 해서 혹은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너무 크게 낙심하거나 혹은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를 받은 기분이에요. 지금 이 의견을 남기며 느끼는 감정도 현재는 제법 벅차게 다가오지만 곧 잊게 되겠죠? 지나간 일과 다가올 일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겠어요. 현재에 충실히. 기자님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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