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보다 평온이 더 싫은 건에 대하여

2023.09.25 | 조회 344 |
0
|

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초장부터 아주 모순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편안하길 바란다'던 사람이 갑자기 평온이 싫다는 말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불현듯 저는 평온에 대한 싫증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평온'에 대한 정의가 개개인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제게 있어 평온과 편안은 동의어가 아니거든요.

편안하다는 것은 마음에 걸리는 것 없이ㅡ혹은 걸리는 것이 있더라도 마음을 괴롭히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둘 수 있는 것을 뜻합니다. 평온하다는 것은 그보다는 다소 정적인 느낌입니다. 고요하고 잔잔해서 물결이 일지 않는 상태를 말하죠. 편안은 물결이 일더라도 그 물살을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면 평온은 애초에 파도가 치지 않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독자님께서는 편안과 평온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만약 그러시다면 그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여하튼 저는 그렇기 때문에 평온이 싫다는 말을 거리낌없이 할 수 있나 봅니다. 정확히는 불안보다 평온이 싫은 것이지만요. 이를 문득 느낀 것은 요즘 지나치게 평온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니까 스스로를 불안의 소용돌이에 내던지고 싶은 욕망이 자꾸만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거창한 불안은 아닙니다. 마음을 해칠 정도의 불안은 당연히 안 되죠. 다만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 약간의 불편을 느낄 정도로만 요란스럽고 싶은 마음입니다. 차라리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시기에는 그 고민에 관한 고민을 더 하고, 하고, 하면서 생동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업무도 어느 정도 안정되고, 인간관계도 더할 나위 없고, 진로도 갈 길을 잡고 나니 왜 이렇게 심심할까요.

그래, 심심하다는 표현이 더 맞겠습니다. 헌 것에 반가움을 느끼지만 새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요상한 성향 때문일까요. 이전에 하지 않았던 것, 가지 않았던 곳,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경험하고 싶어 안달이 났습니다, 아주.

그런 의미에서 요즘 하는 안 하던 짓은 우선 얼마전 말씀드렸다시피 따릉이 타기입니다. 원래 따릉이를 유희거리로만 즐기고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진 않았는데 요즘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인지 따릉이로 곧잘 이동합니다. 점핑이란 운동도 시작한지 한 달이 됐습니다. 트램펄린(우리 동네에선 방방이었습니다^,^) 위에서 하는 에어로빅 같은 운동인데 엄청 힘들고 재미있습니다. 한때 에어로빅 마니아로서 신나게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성당도 다녀왔습니다. 이 이야기는 조만간 또 따로 찾아올게요.

사실, 클리셰처럼 꼭 이런 말을 하고 나면 다시 또 감당못할 불안이 몰아치는 상황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그래서 괜한 말을 꺼냈나 싶은 글 말미입니다. 다만 내리막이 길면 오르막이 더 힘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리막이 가급적 짧았으면 하는 마음에 말해봅니다. 이같은 평온에 익숙해져 있다가 갑자기 찾아온 불안에 더 힘들어 할 게 뻔하니까요. 불안이 다시 오지 않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비관주의적인 말일지도 모르지만 구독자님도 아시다시피 삶이란 그런 거잖아요..😇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 보면 불안보다 평온이 싫은 것이 아니라 무서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온 뒤에 다가올 불안을 알고 있기 때문에요. 제게 있어 평온은 온전히 즐길 대상이 아니라 폭풍전야인가 봅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또 얼마 남지 않은 이 평온을 잘 누려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언젠가의 나날에 그토록 바라던 평온인데 막상 주어지니 등한시여기는 걸 보면 사람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연휴가 길게 있습니다. 적어도 연휴 동안은 평온하게 흘러가길 바랍니다. 구독자님, 오늘 하루도 잘 살아봅시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조잘조잘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뉴스레터 문의jojal.official@gmail.com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