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은 요즘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으신가요. 저는 여행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여행을 되게 좋아하는 편도 아닙니다. 가면 좋지요. 가면 누구보다 재미있어하고 좋아하지만 같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을 때 '남는 것'에 더 효용을 크게 느껴서인지 엄청나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같이 가는 사람이 좋고, 그 시간 동안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환기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아해서 국내로 훌쩍 떠났다고 하루 혹은 이틀 머물다 오는 것은 좋아하지만은요.
그럼에도 좋아하는 여행지가 있다면 대자연입니다. 인구밀도가 낮고 자연경관이 좋은 곳, 여기서 말하는 '좋은'은 아름답다기 보다는 자연 고유의 모습이 그대로 유지된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좋아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호수만 냅다 몇 시간 동안 바라본다거나요, 풀밭에 누워서 하늘만 계속 보면서 몽상을 한다거나요. 늘 태초로 돌아가는 것을 꿈꾸고 있기 때문인지 여행 역시 무위로 돌아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렇기에 서구권 여행을 크게 선호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혹은 호캉스라거나 등등도요. 차라리 현지인이 운영하는 에어비앤비를 훨씬 더 좋아합니다. 물론 인류가 1000년 전에 만들어둔 무언가들을 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지만 뭐든 간에 유위하다면 썩 선호하진 않습니다. 학부생 때 도가철학을 좋아한 이유도 여기 있을까요. 우스갯소리가 밥 빌어 먹기는 딱 좋다고는 하지만 모든 게 태초로 돌아간다면 빌어 먹을 필요도 없이 그냥 자급자족하는 삶을... 라고 말하면서 누구보다 유위한 것에 가치를 느끼면서 무언가 하나라도 자격 요건을 갖추고 싶어 안달내는 지금의 모습과 상충하네요. 원래 사람은 자기가 갖지 못한 것에 가치를 느끼는 법입니다.
아무튼 그러한데 최근에 들은 말 중에 재미있었던 게, 저보고 파리에 가면 잘 살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파리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어떤 이유냐고 물어보자 돌아온 대답이 웃겼습니다. 그 분 왈, 파리에는 널부러진 것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재미있는 것들을 골라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다면서 저는 그 가운데서도 재미있는 것들을 잘 찾아서 살 것 같다더라고요. 물론 저는 '널부러진 것'이란 단어에 꽂혀서 혹시 제가 요즘 너무 널부러지게 다니냐며 넘겼지만은요.
그래도 그렇게 무의미하게 펼쳐진 것들 가운데서 제게 의미있는 것들을 찾아낸다는 건 기쁜 일입니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내게 와서 꽃이 되는 것처럼요. 모두에게 똑같이 흘러가는 오늘을 살아가면서도 내게 의미 있는 한 순간을 마주하길 바라봅니다. 저뿐만 아니라 구독자님도요. 매번 그 순간들을 기억하진 못하더라도 좋은 기분만은 느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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