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개강 첫 주차 학생으로 돌아왔습니다. 2020년 2학기, 인턴과 병행하며 막학기를 했던 터라 제 마음속 찐 개강은 2019년 2학기가 마지막 기억인데요. 아주 오랜만의 캠퍼스라이프에 개강 전까지의 설렘은 어디 가고 개강 첫날, 1교시, 3시간 풀강의 여파로 출근하는 내내 과연 내가 이걸 2년 동안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뇌에 빠졌습니다.
학부 때 배웠던 내용이라 생각한 것도 잠시, 제가 그닥 전공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먼저 떠올랐고요. 매주 과제가 나와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도 놀라웠고요. 그냥.. 이런저런 말 차치하고 너무 어렵더라고요. 심지어 챕터 1인데 말이죠. 1학기에 배우는 과목들로 논문자격시험을 본다는데 평균 합격률이 30퍼센트를 배회하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하지만 수업이 쉬웠다면 금세 자만했을 텐데, 어려운 덕분에 다음날부터 바로 퇴근 후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복기하면서 모르겠는 내용은 구글링도 하고 유튜브로 강의도 들으면서 따라가다가 예제 1번을 푸는데 와, 너무 어렵더라고요. 이거 어떻게 하냐, 하며 좌절감에 빠져 있다가 다시 마음을 내려놓고 기초 특강 유튜브를 봤는데 거기서 해답을 얻었습니다. 다시 문제를 푸니 술술 풀려서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책을 덮었습니다. 할당량은 못 채웠는데 적어도 이걸 잘 이해했다는 것만으로도 어딘가요. 그리고 이번 주 목표에 하나를 더 적었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기.
배운 거만 똑바로 소화해도 충분할 듯합니다. 그리고 배운 걸 소화하기에 일주일은 조금 모자란 듯하니 예습은 언감생심입니다. 이번주 예상 공부 계획을 전면 수정했습니다. 하루에 예제 한 문제라도 제대로 이해한다면 감지덕지입니다.
씨름하고 있다보니 그렇기 전공을 싫어했는데 다시 이 길을 걷고 있는 제 모습에 헛웃음이 나다가도... 누가 다시 이 전공을 공부하라고 협박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선택했으면 잘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아웅 근데 이런 말을 해도 싫은 건 싫긴 합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범생 기질은 못 속이는 건지 그렇게 공부를 하고 있자니 묘하게 기분이 좋더군요. 왜냐면 공부는 사실 오롯이 저한테 달린 일이잖아요. 남들에 비해 인풋이 더 들어갈 수도, 덜 들어갈 수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남과 비교할 것 없이 결국 저만의 아웃풋을 내면 되는 거고요.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를 푸는 것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길을 헤매더라도 결국 도착점이 있고 명쾌한 보상이 있다면 동기부여가 되니까요. 괜히 그 시간까지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하는 스스로가 대견해서 뿌듯함도 차오르고, 여러모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공부하다 보면 회사 일이 더 재미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일을 하는데 돈도 주고,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습니다. 또 회사 일 하다 보면 공부도 재밌습니다. 남과 소통하지 않고, 피치못할 외부 요소로 성과물이 흐트러지지도 않고 오롯이 저의 컨트롤 안에서만 이뤄지는 행위니까요.
구독자님도 아시겠지만은 이제 시작한 지 이틀차의 말입니다. 이때는 뭔들 말 못하겠습니까. 지금은 스트레스가 서로 상쇄되면서 시너지를 내지만 딱 일주일 뒤에 못해먹겠다고 우는 소리 할 지도 모릅니다. 그 기간이 좀더 뒤에 오길 바라며... 우선은 이 버거운 짜릿함을 즐겨야겠습니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