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10년 뒤를 꿈꾸고 산다는 것은

2024.11.17 | 조회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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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좋은 아침입니다, 구독자님. 저는 내일만 지나면 당분간의 바쁜 것들이 우선은 갈무리 된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최종_최종_최종_마무리되려면 아마 3주는 더 있어야겠지만 일단 숨 돌릴 틈이 있다는 게 어디입니까 ^.^

숨을 돌릴 틈이 있다는 건 스스로에게 조금 관대해졌다는 것입니다. 개근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나의 목표는 완주이지 완벽이 아니라는 것을 끝없이 되새기는 것입니다. 유달리 힘들었던 이번 학기의 끝에서 전 과목 재수강을 저도 모르게 떠올리게 되더라도 그냥, 그러면 한 학기 더 다니고 말지 뭐 하는 가벼운 마음을 먹게 되는 것입니다. 늘상 그랬듯이 남들보다 늦으면 남들보다 오래 살면 됩니다(?).

제가 지난주에, 면접 하나를 준비 중이라고 했었죠. 대학원 전공부터 시작해서 공모전, 이번에 지원한 대외활동까지 하나의 맥락 속에 있습니다. 애초에 대학원을 간 것 자체가 제가 머릿속에 구상한 갈래로 걷기 위한 초석이기도 했습니다. 머릿속에 그려 놓은 삶을 나름 만족스럽게 걸어가는 중인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지난 10년처럼 또 그대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구독자님께서 이미 알고 계실 수도 있지만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기자를 꿈꿨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6학년 때부터인데 그때부터 시작해서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번도 꿈에서 이탈 없이 살았습니다. 원래는 정치부 기자를 하고 싶어 했던 것만큼 중고등학교 때도 청소년 대상 정치외교 캠프나 세미나가 있으면 모두 수강하고, 방학 때마다 관련 활동을 하고 온갖 글쓰기 대회나 소년기자, 청소년기자 활동을 했었습니다. 대학생 때도 마찬가지였죠. 신문논술대회며 교지며 학원이며 심지어 대외활동들까지 모조리 기자단만 했습니다. 그렇게 외길인생을 살았던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기는 합니다. 어릴 때부터 기자 되고 싶다 말하고 다녔더니, 오랜만에 인사드린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도 오랜만의 근황에 '꿈을 이뤘구나'라는 말씀부터 나온 걸 보면요.

그런데 저는 이 같은 삶에 상당히 염증을 느꼈다는 겁니다. 종종 저는 어릴 때부터 너무 하나만 바라보고 온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하나만 보느라, 어쩌면 제게 다른 기회였을 수도 있는 다른 길을 못 본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요. 

그렇게 분명 그러한 삶에 고루함을 느껴놓고도 저는 또 비슷한 굴레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백년대계를 머릿속에 그려놓고 다른 길은 보지 않고 그 길만 향해서 달려나가려는 모양새가요. 지금의 지나친 확신이 언젠가 독이 되지 않을까 늘상 두렵습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확신에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앞만 향해 달려갈 스스로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일 잘 하는 것이 멀리 핀을 찍어놓고 그 핀을 향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가는 방법을 찾고 이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역시 제일 잘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는데 마음 속에 이렇게 정해 놓았기 때문에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건 너무 게슈탈트 붕괴적인 사고방식일까요?

저는 먼 꿈을 그리는 것도 그 과정의 고난과 역경도 힘들지만 좋아하는 편입니다. 힘들수록 나중에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고 믿거든요. 다만, 제가 기자가 되고 난 다음에 느꼈던 '어라' 싶은 마음을 지금의 백년대계를 이루고 난 다음에도 느낄까봐 걱정이 되나봅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또 그 다음의 꿈을 찾으려고 애쓸 것이 분명한데, 그때의 저는 이미 너무 나이 들고 지쳐 있을 것 같아서 그만하면 됐다 하고 주저 앉을까봐요. 그 삶이 더 행복할 수도 있지만, 저는 10년 뒤의 제가 그러지 않았으면 바라기 때문인지 문득 문득 두려워지나 봅니다.

그렇다고 늘 먼 미래를 그리며 살아가는 것을 중단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훨씬 뒤의 방향성이 있어야만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 과정이 힘들다고 투덜대더라도 진심으로 관두고 싶은 적도 없었습니다. 진심으로 끝내고 싶었으면 끝낼 수 있는 순간은 언제든 있습니다. 그냥 이 불평불만을 마음 속에 담아두지 않기 위해서 입밖에 내고 금세 잊어버리기 위한 방편이죠.  

지금 이렇게 조잘조잘을 길게 쓰는 이유도 마음 속의 불안을 밖으로 꺼내 보내버리기 위함입니다. 간혹 이런 글을 읽고 걱정하는 분들도 계신데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진짜 감당하기 힘든 감정은 애초에 편지에 담을 생각조차 못하고 혼자서도 다시 보지 않을 일기를 쓰고 말아버리거든요. 이렇게 편지로 보낸다는 건 어지간히 훌훌 털고 버리고 싶은데 버릴 곳이 마땅찮았다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다고 구독자님의 메일함에 버리겠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아무튼 지금의 꿈에 무사히 도착한 미래의 제가 이 편지를 보고, 오늘을 버겁게 살아가고 있는 저에게 고마워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 오늘도 잘 살아보겠습니다, 화이팅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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