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야 할 이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

2022.12.09 | 조회 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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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이제는 낯설은 친구가 있습니다.

10대에 보낸 시간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주변에서 사귀는 사이냐고 장난스레 물을 정도로 웬종일 붙어 다니고 사소한 걸로 서운해하고 또 금세 풀며 지냈습니다. 서로의 집도 자주 오가고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걸어도 함께라면 전혀 부끄럽지 않은 친구였죠.

과거형인 이유는 이제 연락하지 않아서입니다. 그렇게도 많이 싸우고 화해한 과정이 꿈같게도 단 한 번의 짧은 다툼끝에 영영 안 보게 됐죠. 그것도 문자 몇 통으로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지막 문자가 서로를 향한 저주가 아니라 잘 지내라는 말이었기 때문일까요.

정말 단 한 번의 싸움때문만은 아니겠죠. 그간 무수한 사과와 용서를 건네며 잘 메워졌다 생각한 틈이 조금씩 갈라지고 있었겠죠. 매일 붙어 다닌 때가 꿈같게도 그동안 한번을 마주치지 못하고 연락도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한텐 그러지도 못하면서 유달리 서로한테만 매서웠던 까닭일까요.

올해 그 친구가 꿈에 나왔습니다. 꿈에서 제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지낸 게 6년인데 안 보고 지낸지도 이제 6년이라고. 이제는 멀어진 기간이 더 길어지겠다고요. 평소 궁금해 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꿈에 나와서 이런 대화라니. 아직 전화번호도 외우고 있으면서 참 웃기는 일입니다.

그동안 저는 둘 모두가 잘못이 있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친구의 잘못이 7할이라고 여겼습니다. 나름의 근거들도 널려 있었죠.

며칠전 제가 생각했을 때는 사소한 말과 행동이 그 친구에게는 참아줘야만 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걸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해서 이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해해 줄 것이라고 판단한 부분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요. 당연한 게 아니라 저를 위해서 배려해준 것인데 익숙해지다보니 고마운 줄 모르고 넘어갔던 것이었죠. 좀더 일찍 알았다면 달라졌을까요.

이제 와서 연락하지는 않을 겁니다. 잠깐의 반가움에 다시 만날 수는 있어도 돌고 돌아 같은 이유로 다툴 것도 뻔합니다. 사람은 정말 쉽게 변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얼마전 누군가에게 사과를 건넬 때에도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말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다음에도 반복하겠지만 그 빈도를 줄이고, 만약 잘못을 저질렀다면 사과의 속도가 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멋없는 말을 했죠. 듣는 입장에서는 어떤 사과였을지 잘 모르겠지만 제게 있어서는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약속이었습니다.

구독자님도 이제는 낯설은 소중했던 사람이 있겠죠. 여전히 원망하고 계실지도 혹은 이해하고 가끔 그리워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는 그런 존재겠죠.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나열하다보니 오늘은 어떻게 마무리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전하며, 이렇게 당사자는 듣지 못할 사과를 전하는 일이 앞으로는 적었으면 하네요. 이번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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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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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야

    0
    almost 2 year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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