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크 업계 종사자 6,000명에게 "AI가 당신의 직업 정체성을 어떻게 바꿨나요"라고 물었더니, 절반은 "일이 다시 재미있어졌다"고 답했고, 다른 절반에게서는 "내 뇌가 썩어 가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에어비앤비, 트위터, 메타, 재피어(Zapier), 피그마 등에서 리서치를 이끌어 온 노엄 시걸이 레니의 뉴스레터(Lenny's Newsletter)와 함께 진행한 연례 테크 업계 심리 조사 결과입니다. 이 주제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조사일 거예요.
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AI에게 일자리를 뺏기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 항목은 꼴찌에서 두 번째였고, 1위는 "같은 월급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라는 압박"이었어요. 지금 테크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이 궁금하다면, 이 인터뷰가 가장 정확한 지도가 되어 줄 겁니다.

6,000명에게 물었더니: 업계가 반으로 갈라졌다
Q.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한 조사인데, 어떤 조사인지 먼저 소개해 주시겠어요?
프로덕트, 엔지니어링, 디자인, 리서치, 마케팅까지 테크 업계의 거의 모든 직군에서 약 6,00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예요. 이 정도 규모로 '테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느끼는지'를 다루는 조사는 저도 본 적이 없습니다. 작년 첫 조사의 제목은 '번아웃됐지만 낙관적'이었어요. 번아웃 수치가 걱정될 만큼 높았지만, 미래에 대한 낙관도 꽤 높았거든요. 그래서 번아웃에 대처하는 ARMOR 프레임워크(Autonomy, Rock-solid boundaries, Maintenance rituals, Original thinking, Role architecture : 번아웃을 막는 다섯 개의 방패)라는 후속 연구까지 했죠. 올해 결과는 꽤 다릅니다.

Q. 결과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발견을 하나만 꼽는다면요?
먼저 배경을 하나 깔고 싶어요. 얼마 전 엘레나 베르나(러버블의 그로스 책임자)가 '제발 AI 자신감 연기를 멈춰라(Please stop the AI Confidence Theater)'라는 글을 썼는데, 요즘 테크 판에서는 뭐든 다 죽었다고들 하잖아요. 코딩도 죽었고, 디자인도 죽었고, SaaS도 죽었고. 당연히 사실이 아니죠.
저희 조사는 그런 연기 뒤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느끼는지를 보여 줍니다. 회사에서 반기마다 하는 직원 만족도 설문은 매니저나 리더십이 효과적인지 정도만 묻지, 이보다 깊이 들어가지 않거든요.

핵심 발견은 이겁니다. 지금 테크 인력은 정확히 반으로 쪼개져 있어요. 그리고 AI가 사람들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은 직군, 회사 규모, 연차,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보다 훨씬 큽니다. 절반은 에너지가 넘치고, 증폭된 기분을 느끼고, 기술과 자기 역할의 미래에 들떠 있어요. 나머지 절반은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느끼고, 발밑이 흔들리고, 자신이 작아졌다고 느낍니다.
Q. "AI가 당신의 직업 정체성을 바꿨나요"라는 질문의 답변 분포를 숫자로 보면 어떤가요?
우선 "AI가 내 정체성을 바꾸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이 3%밖에 안 됩니다. AI가 우리 각자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 놓은 건 분명해요.

가장 큰 덩어리는 '증폭됐다(amplified)'고 답한 50%입니다. 더 많이, 더 잘할 수 있게 됐다는 온전히 긍정적인 감정이에요. 그런데 나머지 절반은 세 그룹으로 나뉩니다.
27%는 '역할이 재정의되고 있다'고 답했어요. 이 그룹은 뚜렷한 긍정도 부정도 아니에요. 내 역할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건 분명한데,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는 혼란에 가깝죠.
14%는 '발밑이 흔들린다(destabilized)'고 답했습니다. 앞이 안 보이고, 불안 수준이 높고, 앞날을 비관해요.
마지막 5%는 '작아졌다(diminished)'고 답했어요. AI라는 거대한 힘이 자기에게서 뭔가를 빼앗아 갔다고 느끼는 겁니다. 그리고 AI 모델은 오늘이 가장 못하는 날이고 앞으로 계속 나아지기만 하니까, 지금 작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앞으로 더 작아졌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죠.
Q. 이 효과가 통계적으로 어느 정도로 큰 건가요?
테크 업계는 통계적 유의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표본이 충분히 크면 실질적으로 별 의미가 없어도 유의성은 나옵니다. 그래서 효과 크기(effect size,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다/없다"가 아니라 "그 차이가 실제로 얼마나 큰가"를 재는 지표)로 봐야 해요.
작년 조사에서 가장 큰 효과 두 가지는 이거였어요.

첫째, 매니저 효과. 내 매니저가 누구고 얼마나 유능한지가 직무 만족, 낙관, 번아웃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둘째, 창업자 행복 효과. 현재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창업자들은 자율성과 주도권 덕분인지 대단히 행복해요. 그런데 이번에 발견한 'AI가 정체성에 미친 영향'은 이 두 효과보다 세 배쯤 큽니다. 우리가 지금 통과하고 있는 이 시대가, 사람들이 일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지금까지 본 그 무엇보다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이에요.
Q. 그 네 그룹이 다른 지표들과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증폭됐다'에서 '작아졌다' 쪽으로 갈수록 커리어 낙관은 뚝뚝 떨어지고, 번아웃은 치솟고, 해고 걱정도 치솟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의미심장한 결과인데, '지금 업계에 들어오려는 초년생에게 내 역할을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나빠져요. 그래프가 자로 잰 듯 선형으로 움직입니다. AI가 바꿔 놓은 정체성 하나로 이 모든 변수가 설명되는 거예요.

에너지 넘치는 사람, 갈팡질팡하는 사람, 길 잃은 사람, 분노한 사람
Q.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네 가지 유형을 만드셨죠. 하나씩 설명해 주시겠어요?
설문 뒷부분에서 지금 느끼는 감정을 전부 골라 달라고 했어요. 사람들은 평균 5개의 감정을 골랐고, 13개를 고른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감정이 복잡하다는 거죠. 이걸 묶어 보니 네 부류가 나왔습니다.

첫 번째는 '에너지 넘치는(energized)' 유형으로, 41%입니다. "프로덕트 일이 다시 재미있어졌다", "테크 놀이공원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나는 이제 빌더다, 한 번도 가져 본 적 없는 능력이 생겼다"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두 번째는 '갈팡질팡하는(conflicted)' 유형, 35%입니다. 한편으로는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재미있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큰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어요. 지금 내가 신나서 만들고 있는 이것들이 결국 내 커리어를 끝장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거죠.
세 번째는 '길 잃은(disoriented)' 유형입니다. 역할이 계속 바뀌는데 방향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에요. 한 응답자가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우리는 산업혁명 직전의 농부들 같다. 앞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네 번째는 '분노한(resentful)' 유형으로, 12%입니다. 압박에 시달리고, 마음이 떠나 있고, 지금 일이 즐겁지 않아요. "AI를 쓰지 않으면 잘린다고 해서 쓰는데, 써도 사람들이 잘려 나간다. 그냥 싫다"는 식의 이야기를 합니다.
Q. 뒤집어 보면, 나와 완전히 다른 처지의 동료가 절반이라는 뜻이기도 하네요.
맞습니다. 그게 제가 이 결과에서 사람들이 꼭 가져갔으면 하는 부분이에요. 기술이 너무 빨리 변하다 보니 우리는 신모델, 신기능, 새로운 활용법을 마스터하는 데 에너지를 다 쓰고, 정작 직장에서의 관계에는 에너지를 거의 안 쓰고 있어요. 동료를 살피고, 이 기술과 함께 일하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을 돕고, 나와 다른 부류에 속한 사람과 잘 협업하는 일 말이에요. 특히 에너지가 넘치는 쪽에 속한 분들이 그 에너지의 일부를 다음 AI 소식이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썼으면 합니다.
번아웃은 치솟고, 낙관은 꺾였다
Q. 작년과 비교하면 번아웃과 낙관 수치는 어떻게 변했나요?
'중간 수준 이상의 번아웃'을 겪는 사람이 2025년 44.7%에서 2026년 54.7%로 뛰었습니다. 1년 만에 10%포인트가 오른 거예요. 이제 표본의 절반 이상이 상당한 번아웃 상태입니다. 동시에 자기 역할과 커리어의 미래에 대한 낙관은 54.8%에서 48.7%로 떨어졌어요. 테크 커뮤니티에 나쁜 소식이죠.

Q. AI로 생산성이 올라가면 오히려 덜 지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도 그렇게 기대했어요. 더 좋은 모델과 새 능력이 생겼으니 예전만큼 갈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데 데이터는 반대였습니다.
램프(Ramp)의 프로덕트 책임자 제프 찰스가 예전에 이런 말을 했어요. 자기가 가장 심하게 번아웃됐던 건 속도가 가장 느릴 때였다고요. 노력을 쏟아붓는데 아무것도 안 움직이면 정체가 번아웃을 부른다는 거죠.

이미지 출처 : Youtube 'Velocity over everything: How Ramp became the fastest-growing SaaS startup ever | Geoff Charles', by Lenny's Podcast
지금은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루에 PR 두어 개 올리던 사람이 서른 개를 올릴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배포하는데, 번아웃은 오히려 늘고 있어요. 일을 덜 하게 된 게 아니라, 그냥 더 많이 떠안게 된 겁니다. 프로토타입도 더 많이, 기획 문서도 더 많이, 캠페인도 더 많이, 에이전트도 더 많이요.
Q. 그런데 '일이 즐겁다'는 응답은 작년만큼 높게 유지됐다고요.
네, 그게 희망을 주는 부분입니다. 이유를 들여다보면 두 가지예요.
첫째, 직함에 갇혀 있던 정체성이 풀려나고 있습니다. 직함은 PM인데 마음속에 디자이너가 살고 있던 사람, 마케터인데 엔지니어 기질을 억눌러 왔던 사람이 이제 그걸 꺼낼 수 있게 됐어요. 각자 정해진 레인에서만 헤엄치던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는 거죠.

이미지 출처 : lovable.dev
둘째, 얼마 전까지 불가능해 보였던 걸 실제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됐습니다. 본업에서든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든, 기술적으로 엄두가 안 났거나 내 역할 밖이라 못 했던 것들이요.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지금은 여전히 신나고 즐거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Q. 해고에 대한 걱정은 어느 정도였나요?
72%가 어느 정도는 해고를 걱정하고 있고, 41.2%는 중간 수준 이상으로 걱정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에이전트에 올인하는 걸 보면서, 내가 지금 앉아 있는 나뭇가지를 내 손으로 자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감각이 퍼져 있어요. AI를 열심히 쓸수록 언젠가 내가 밀려날 수도 있다는 거죠.

Q. 즐겁고 신나는데 불안하고 지친다니, 모순처럼 들리는데요.
이 기술에는 중독적인 데가 있어요. 저부터도 이 기술을 쓸 때만큼 커리어에서 재미있었던 적이 없고, 하루에 너무 많은 시간을 이것저것 만들며 보내고 있습니다. 에너지가 넘치는 쪽이 아닌 사람들조차 이 매혹적인 기술 놀이터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어요. 컴퓨터를 끄고 바람을 쐬거나 책을 읽는 게 어려울 만큼요.
그런데 동시에 지칩니다. 끊임없이 새 모델을 배우고, 끊임없이 새로운 맥락에 적용해 보고, 전통적인 역할의 경계가 사라졌으니 끊임없이 원래 역할보다 더 많은 걸 떠안아야 하거든요. 그리고 마지막 퍼즐이 있죠. 이 기술이 이렇게 흥미로운 이유는 이렇게 강력하기 때문이고, 이렇게 강력하기 때문에 언젠가 내 일을 가져갈 수도 있다는 것. 저는 요즘 자꾸 터미네이터 영화가 생각납니다.

이미지 출처 : imdb
아무도 자기 직업을 추천하지 않는다
Q. 이번 조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내 역할을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이었다고요.
궁금했어요. 업계에 이미 몇 년 있어 본 사람들이, 지금 들어오려는 사람에게 자기 역할을 추천할 것인가.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NPS 지수에서 0은 표본 전체가 중립이라는 뜻인데, 테크의 어떤 직군도 0을 넘지 못했어요. 단 하나도요. 업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인 창업자조차 창업을 추천하지 않았습니다. 세일즈도, PM도, 오퍼레이션도, 엔지니어링도 전부 마이너스였고, 최악은 디자이너와 리서처였어요.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내가 지금 헤엄치는 이 수영장, 물은 그럭저럭 괜찮아. 그런데 너는 들어오지 마."
Q. '지금이 창업하기 가장 좋은 시대'라는 말이 넘쳐나는데, 정작 창업자들도 추천하지 않는다는 게 아이러니네요.
그렇죠. 요즘은 1인 창업가, 2인 창업가 이야기가 쏟아지고, 다른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도 만들 수 있는 시대라는 서사가 강력합니다. 그런데 정작 지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남에게 권하는 데 소극적이에요.
또 하나의 층위가 있는데, 연차가 낮을수록 추천을 안 합니다. 임원이나 VP는 그나마 추천 쪽에 가깝고, 실무자로 내려갈수록 부정적이에요.

한 가지 해석은 이렇습니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은 AI가 정보와 지식을 정리해 주니 일이 편해지는 수혜를 보고 있어요. 반면 실무자들은 각자 회사 안에서 자잘한 사내 도구를 마구 만들고 있는데, 누가 뭘 만드는지 아무도 모르고, 중복 작업이 넘치고, 만들기는 쉬워졌는데 유지하기는 더 어려워졌죠. 그러니 실무자들은 '기어를 중립에 놓고 액셀을 밟는' 기분을 느낍니다. 계속 뭔가 만들어 내는데 원하는 임팩트가 안 나는 거예요.
Q. 사다리의 아래 칸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유도 하셨죠.
데빈(Devin, 코그니션이 만든 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을 만든 코그니션의 CEO 스콧 우가 자기 제품을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어요. 처음엔 고등학교에서 코딩 배우는 학생 수준이었다가, 대학생 인턴이 되고, 주니어 엔지니어가 되고, 지금은 시니어급까지 올라왔다고요. 우리 모두 이 기술이 사다리의 발판을 하나씩 밟고 올라오는 걸 지켜보고 있는 셈인데, 문제는 그 기술이 올라오면서 우리 발밑의 사다리 발판을 뽑아 가고 있다는 겁니다. 사다리 위쪽에 있을수록 안정적이고, 아래쪽에 있을수록 발 디딜 곳이 사라져요. 그러니 이 사다리에 새로 올라타라고 남에게 권하지 못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죠.

Q. 부모 입장에서도 고민이 되겠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들 아이들에게 "코딩을 배워라"고 했는데요.
그러니까요. 한때는 사회 전체가 젊은 사람들을 컴퓨터공학으로, 코딩으로 밀어 넣었잖아요. 그런데 저는 요즘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뭘 하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몇 년 뒤에 어떤 역할이 남아 있을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테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같은 상태예요. 자기 앞에 뭐가 놓여 있는지 모르는데, 남에게 "5년 뒤엔 이게 유망해"라고 권할 수 있을 리가요. 예전 같으면 자신 있게 진로를 추천하던 사람들이 입을 다물게 된 것, 그게 지금 이 시대의 혼란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Q. 리서처이기도 하시잖아요. 디자이너와 리서처가 최하위인 걸 보면 어떤 마음이 드세요?
아픕니다. 리서치 커뮤니티는 원래도 오랫동안 불안을 안고 살아왔어요. 의사결정 테이블에 자리가 있는지,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리서치의 대중화라는 이름으로 다른 직군이 우리 일을 가져가는 건 아닌지 같은 것들이요. 그 위에 AI가 얹힌 거죠.

그래도 이 말은 하고 싶습니다. 저는 제품을 만드는 일에서 리서치와 디자인이 지금보다 중요했던 적이 없다고 정말로 믿어요. 요즘 "만드는 게 이렇게 싸졌으니 프로토타입 천 개를 만들어서 뭐가 되는지 보라"는 서사가 있는데, 저는 그 길의 끝엔 더 심한 번아웃밖에 없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AI는 진입 문턱을 낮추는 일은 잘했지만, 상한선을 끌어올리는 일은 못 했어요. 무엇을 만들지 더 사려 깊게 판단하고 가능성의 천장을 올리는 것, 그게 리서치와 디자인이 할 일입니다.
덧붙이면, PM이 상대적으로 덜 부정적인 건 이해가 돼요. PM은 원래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운 역할이고, 지금은 제너럴리스트의 시대니까요. 제일 의외였던 건 세일즈였습니다. SaaS 종말론이 사실이라면 세일즈가 이렇게 여유로울 수 없는데 말이죠. 세일즈만큼은 아직 AI가 못 한다고 믿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Q.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이건 '디자인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라 '그 직군 사람들이 지금 그렇게 느낀다'는 뜻이죠?
정확합니다. 이 조사 전체가 테크에서 일하는 현실이 아니라 테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찍은 사진이에요. 실제로 '지금 내 역할이 즐거운가'를 물으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합니다. 문제는 미래를 내다볼 때예요. 지금까지 쌓아 온 것과 현재 위치에 대한 감정과, 1년 뒤, 3년 뒤, 5년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전망 사이의 간극이 큽니다. 사람들이 그려 보는 미래가 현재 경험보다 확실히 어두운 거죠. 물론 저는 우리 모두가 틀렸기를 바랍니다.
"AI 덕분에 일을 더 잘한다"는 착각
Q. AI가 일 자체에 미친 영향은 어떻게 나타났나요?
단순하게 "AI 덕분에 일을 더 잘하게 됐나요?"라고 물으면 답은 압도적입니다. 97.2%가 그렇다고 답했고, 절반 가까이는 '매우' 또는 '극도로' 잘하게 됐다고 답했어요. 표면적으로는 논쟁의 여지가 없죠.

Q. 그런데 그 '더 잘한다'의 속내용이 예상과 달랐다고요.
저는 사람들이 '더 잘한다'고 하면 말 그대로 결과물의 품질이 좋아졌다는 뜻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 겹 아래로 내려가 보니 정반대에 가까운 이야기 두 가지가 나왔습니다.

첫 번째는 "더 많이, 더 빨리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더 잘하게 되진 않았다"는 겁니다. PR이든 기획 문서든 리서치든 프로토타입이든 쏟아 내는 양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데, 품질이 올라간 건 아니라는 거예요.
두 번째가 더 걱정스러운데, 사고력과 판단력이 치르는 비용입니다. 사람들이 말 그대로 이렇게 답했어요. "내 뇌가 썩고 있다. 내 결과물이 더 나빠진 것 같다." AI가 내놓은 첫 결과물을 보고 판단을 거치지 않은 채 그냥 받아들이고, 그렇게 내 생각과 개입과 주도권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상태, 요즘 말하는 '인지 부패(cognitive rot)' 현상이죠.
Q.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하나의 설명은 AI와의 허니문이 끝났다는 겁니다. 처음엔 완벽한 줄 알았는데, 겪어 보니 내 일이 정말 좋아졌다고 말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모델은 오늘이 가장 못하는 날이고 계속 나아지겠지만, 아직은 아니에요.

이미지 출처 : Youtube 'An AI state of the union: We’ve passed the inflection point & dark factories are coming', by Lenny's Podcast
이 팟캐스트에 나왔던 개발자 사이먼 윌리슨도 기술 퇴화(skill atrophy)를 경고하면서, 의식적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이번 데이터를 보면 우리는 그 싸움에서 조금씩 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기준선은 계속 올라가는데, 우리가 그걸 의도적인 연습과 의도적인 사고, 의도적인 판단으로 맞받아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Q. 사람은 원래 그렇잖아요. 쉬운 버튼이 눈앞에 있으면 누르게 되죠. 먹으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과자에 손이 가듯이요.
그게 이 문제의 어려운 점이죠. 쉬운 길이 항상 열려 있으니, 일부러 어려운 길을 골라야만 진짜 실력이 쌓입니다. 특히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주니어들이 걱정돼요. 코딩이든 글쓰기든 기획이든, 처음부터 AI와 대화하며 배우는 세대가 밑바닥부터 손으로 해 보는 경험 없이 실력을 쌓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여기엔 심리학적 원리가 하나 있어요. AI가 아니라 내가 문제를 풀고 장벽을 넘을 때마다 자기효능감, 그러니까 '나는 할 수 있다'는 감각의 기준선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그걸 AI에 떠넘길 때마다 기준선이 내려가고, 사고력과 판단력도 같이 내려가요. 사람들은 요즘 자기가 똑똑하다고 느꼈던 감각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래요. 스스로 꽤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최신 모델들을 만나면 그 감각이 흔들리거든요. 보고서에 이렇게 썼어요. "생산성 향상은 실재한다. 하지만 결과물의 품질과,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예리함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진짜 두려움은 해고가 아니라 쥐어짜임
Q. 요즘 무엇이 가장 두려운지 물었을 때, 'AI에게 일자리를 잃는 것'은 몇 위였나요?
꼴찌에서 두 번째였습니다. 지금 업계를 지배하는 서사가 'AI에게 대체될 공포'인 걸 생각하면 놀라운 결과죠. 목록의 맨 위로 올라온 건 "같은 월급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는 기대"였습니다. 쥐어짜이고, 또 쥐어짜이고,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은 걸 해내라는 압박이요.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 일자리를 지킨 채로 갈려 나가는 걸 더 두려워하고 있는 겁니다.

Q. 2위는 뭐였나요?
지속 불가능한 속도였습니다. 여기서 속도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매일 쏟아 내야 하는 업무량의 속도. 다른 하나는 기술 변화의 속도입니다. 새 모델, 새 프레임워크, 새로운 사용법을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을 넣어야 하는데, 그 시간은 정작 집중해서 일할 시간에서 빠져나가죠. 배우느라 일할 시간이 줄고, 일이 밀리니 더 쫓기고, 쫓기니 또 새 도구에 기대는, 뭔가 의미 있는 걸 해냈다는 감각을 갖지 못하게 막는 악순환입니다. 보고서에는 이렇게 정리했어요. "AI가 열어 준 속도는 고스란히 기대치로 되돌아왔다. 모든 향상은 새로운 기준선이 되고, 그 기준을 맞춰야 하는 사람들은 숨 쉴 공간이 없어지고 있다."

웃으면서 지쳐 있는 사람들
Q. 지금 느끼는 감정을 전부 골라 달라고 했을 때, 상위권에 오른 감정은 뭐였나요?
반가운 소식부터요. 상위 두 감정은 긍정이었습니다. 호기심, 그리고 흥분이요. 기술이 열어 주는 가능성에 들떠 있고, 모델이 계속 발전하면 또 뭘 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어요. 그런데 목록을 따라 내려가면 흥미로운 혼합이 나타납니다. 벅차다, 갈피를 못 잡겠다, 홀가분하다(AI에 일을 덜어냈다는 좋은 의미로), 피곤하다, 불안하다, 초조하다, 그리고 희망차다. 긍정과 부정과 중립이 한 사람 안에 뒤섞여 있는 거예요.

Q. 보고서에서는 이 상태에 '웃는 탈진'이라는 이름을 붙이셨죠.
메타와 구글에서 프로덕트를 이끌었던 니킬 싱할이 이 팟캐스트에서 '웃는 탈진(smiling exhaustion)'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의 양가감정을 이보다 잘 잡아낸 말이 없다고 생각해서 가져왔어요. 예전의 번아웃은 완전히 어두운 것이었습니다. 일에서 마음이 떠나고 소진되는 데서 오는 부정적 감정 그 자체였죠.

지금은 다릅니다. 사람들은 한편으로 거의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나 다시 만들고 있어. 다시 배포하고 있어. 이렇게 신나는 시대가 없었어." 그런데 꺼짐 버튼이 없습니다. 템포는 잔인할 만큼 빠르고, 게임의 규칙은 매일 다시 쓰여요. 그래서 우리는 지친 채로 웃고 있는 겁니다.
Q. 하이프에 취한 사람과 비관론자, 둘 중 하나여야 할 것 같은 분위기도 있잖아요.
우리는 모든 걸 흑백으로 나누는 경향이 있어요. 저 사람은 하이프에 취했고, 저 사람은 비관론자고. 그런데 데이터가 보여 주는 건, 우리 모두의 안에 하이프에 취한 사람과 비관론자가 둘 다 살고 있고, 사람마다 그 비율이 다를 뿐이라는 겁니다. 흥분되면서 동시에 벅찰 수 있어요. 홀가분하면서 동시에 지칠 수 있고요. 전체적으로는 이 기술에 긍정적이면서도 어떤 순간엔 화가 날 수 있습니다. 그 감정들은 우리 안에 공존할 수 있고, 지금 같은 시대엔 전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당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가장 힘든 직군, 가장 행복한 사람들
Q. 직군별로 보면 누가 가장 힘들어하고 있나요?
작년에도 그랬는데, 디자이너와 리서처입니다. '발밑이 흔들린다'거나 '작아졌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고, 피곤함, 벅참, 불안 같은 감정에서도 가장 높고, 자기 역할을 추천할 의향은 가장 낮아요. 거의 모든 부정 지표에서 선두입니다.

다만 딱 하나, 'AI에게 일자리를 잃을 걱정'만큼은 다른 직군이 1위였어요. 데이터 분석가입니다. 지금 모델들이 데이터 분석에서 보여 주는 능력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죠. 흥미로운 건 코딩 능력도 못지않게 발전했는데 엔지니어링의 걱정은 그만큼 높지 않다는 거예요. 다시 말하지만, 이 조사는 AI 능력의 지도가 아니라 사람들 감정의 지도이고, 그 둘이 일대일로 맞아떨어지지는 않습니다.
Q. AI가 만든 결과물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피로감도 커지고 있는데, 오히려 지금이 디자인과 리서치가 무기가 되는 순간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봅니다. 이 팟캐스트에서도 많이 다뤄졌잖아요. 리니어(Linear)의 CEO 카리 사리넨은 품질에 대해, 스트라이프에서 디자인을 이끄는 케이티 딜은 취향과 아름다움에 대해, 앤트로픽에서 클로드 디자인을 이끄는 제니 웬도 그렇고요. 취향, 판단력, 완성도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미지 출처 : @paulg, X
AI가 찍어 내는 밋밋한 결과물이 넘쳐날수록, 그게 지겨워진 사람들에게 "우리는 정말 좋은 걸 만들고 싶다"는 회사들이 차별화될 겁니다. 새롭고 창의적인 경험을 만들어 내는 건 여전히 이 기술이 잘 못하는 일이고, 그중 일부는 앞으로도 꽤 오래 못할 거라고 봐요. 그러니 디자이너와 리서처 여러분, 내년 조사에서는 반등한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업계엔 우리가 필요하니까요.
Q. 반대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2년 연속 같았다고요.
창업자, 그리고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먼저 짚어 둘 게 있는데, 여기엔 선택 편향이 있어요. 조사에 답한 창업자는 지금 스타트업을 굴리고 있는, 즉 아직 살아남은 창업자들이지 회사를 접은 창업자가 아니거든요.

이미지 출처 : @lennysan, X
그걸 감안해도 결과는 뚜렷합니다. 창업자는 낙관이 71%로 최고, 직무 즐거움도 최고, 번아웃과 해고 걱정은 최저, AI에 대한 흥분은 최고예요. 거의 모든 지표에서 꼭대기에 있습니다. 아마 자율성과 주도권 덕분이겠죠. 다만 그 주도권에도 한계는 있어서, 창업자의 47%는 여전히 중간 수준 이상의 번아웃 상태이고, 앞서 말했듯 창업자들조차 지금 창업을 남에게 권하지는 않습니다.
Q. 회사 규모의 효과는 얼마나 큰가요?
무서울 만큼 선형적입니다. 1~10인 스타트업에서 5,000~10,000인 기업으로 갈수록 낙관은 내려가고, 번아웃은 올라가고, 해고 걱정은 올라가고, 역할 추천 의향은 내려가요. 중간에 스위트 스폿 같은 건 없습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그냥 일직선으로 나빠져요.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가장 좋은 구간조차 절대적으로는 높다는 겁니다. 작은 회사 사람들이 '덜' 번아웃됐다는 거지 건강하다는 게 아니에요. 저는 지금 테크의 걱정 수준 자체가 걱정스럽습니다. 10년 전 우리가 에어비앤비에서 만났을 때의 분위기와는 확실히 다르죠. 그래도 상대적인 관점에서라면, 작은 회사로 옮기거나 내 것을 시작하는 걸 고려해 볼 근거는 분명히 있습니다.
Q. 테크 바깥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도 궁금해지네요.
언젠가 비(非)테크 버전 조사를 해 보면 재미있을 겁니다. 테크 사람들이 이렇게 겁먹고 있는 게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지요. 하나 확실한 건, 제 에어컨 수리 기사님은 지금 자기 커리어에 아주 만족하고 계실 거라는 겁니다. 플로리다는 덥고, 에어컨은 모두에게 필요하고, 그건 당분간 변하지 않을 테니까요.
당신의 행복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단 한 사람
Q.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반복해서 확인된 발견이 매니저 효과라고요.
매니저가 얼마나 유능한지를 물었고, 그 답과 다른 지표들을 겹쳐 봤습니다. 결과는 명확해요. 매니저가 유능할수록 번아웃은 낮아지고 직무 즐거움은 올라갑니다. 매우 유능한 매니저를 둔 사람은 직무 즐거움이 65%가량 높고, 번아웃은 극적으로 낮아요.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 직군이 뭔지보다 내 매니저가 누구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문제는 공급이에요. 자기 매니저를 매우 유능하다고 평가한 사람은 전체의 25%뿐이고, 36%는 비효과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작년과 거의 달라지지 않은 수치예요. 유능한 매니저의 효과는 어마어마한데, 유능한 매니저는 드물다는 거죠.
Q. 조직을 최대한 평평하게 만드는 요즘 트렌드와는 충돌하는 발견이네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지금은 '대평탄화'의 시대잖아요. 중간 관리를 걷어 내고, 창업자가 직접 챙기고, 한 사람이 어느 때보다 많은 팀원을 맡는. 평평한 조직에도 좋은 논거는 있지만, 매니저가 웰빙에 미치는 영향이 이 정도라면 그 방향이 어디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해요.

이미지 출처 : Gallup
그리고 앞서 말한 쥐어짜임을 생각해 보세요. 그 쥐어짜임을 누구보다 직접 조절하는 사람이 매니저입니다. 나를 보호해 주는 것도 매니저고, 내가 얼마나 과로할지를 사실상 결정하는 것도 매니저예요. 지금 우리가 보는 부정적 현상의 일부는 테크가 매니저라는 존재를 어떻게 대해 왔는지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데이터에서 나온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더하면, 최악의 평가를 받은 매니저들은 데이터 분석과 디자인 직군에 몰려 있었어요. 매니저도 사람이니까요. 자기 직군이 가라앉고 있다고 느끼는 매니저가 그 부정적 에너지를 팀에 전혀 옮기지 않기는 어렵죠. 그래서 조직 리더들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매니저 교육에 투자하세요. 아직도 너무 드뭅니다. 그리고 지금 구직 중이라면, 연봉이나 회사 이름만큼이나 '누가 내 매니저가 될 것인가'를 신중하게 보세요. 당신의 웰빙에 그보다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거의 없을 겁니다.
거대한 변화의 2회 초
Q. 업계의 현재 상태를 자유롭게 표현해 달라고 했을 때는 어떤 답이 나왔나요?
수천 개의 서술형 답변을 받아서 워드클라우드(자주 나온 단어일수록 크게 보여 주는 시각화)로 묶어 봤습니다. 리서처 중엔 워드클라우드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데, 저는 여전히 좋아하고, 사과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번 것만큼 지금 분위기를 정확히 담은 그림이 없거든요. 변화, 혼돈, 속도, 흥분, 유동, 하이프, 불안정, 버블, 그리고 미친 기회. 모든 게 진화하고 있고, 모든 게 불안정하고, 대가가 따르고, 더 좋아졌고, 더 나빠졌고, 거대하고, 혼란스럽다. 이 모든 게 한 덩어리로 뭉쳐 있어요.

감정 분석을 돌려 보니 긍정 단어가 37%, 부정 단어가 37%, 중립이 26%였습니다. 정확히 반반이에요. 우리 모두 같은 것을 보고 있는데, 절반은 짜릿하다고 느끼고 절반은 무섭다고 느끼는 겁니다.
기억에 남는 답변이 두 개 있어요. 하나는 "우리는 거대한 변화의 2회 초에 있다.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할 수 있는 건 계속 타석에 들어서는 것뿐이다." 다른 하나는 어느 시니어 PM의 답인데, "테크는 지금 조증 상태다. 절반은 현실 감각을 잃은 채 하이프에 올라타 있고, 나머지 절반은 그 절반 때문에 지쳐 있다."
그래서, 뭘 해야 할까
Q. 직원 입장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 주세요.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볼게요.
첫째, 모든 걸 다 하려는 함정을 조심하세요. 증폭됐다고, 에너지가 넘친다고 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특정한 과업, 특정한 문제에 깊게 파고들었다는 겁니다. 반대로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서사에 휩쓸려 역할의 중심을 버리고 모든 걸 다 하려는 사람들이 심하게 번아웃되고 있어요.
둘째, 쥐어짜임을 감시하세요. 우리는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보고서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 번아웃 자가 테스트를 링크해 뒀으니 꼭 해 보세요. 번아웃은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 채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내 상태를 아는 것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그 결과를 갖고 매니저와 업무 범위를 다시 조정하세요. 스코프는 늘었는데 보상은 그대로라면, 그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셋째, 매니저와의 관계에 투자하세요. 데이터가 보여 주듯 그 관계가 다른 거의 모든 것보다 중요합니다. 소통 라인을 잘 만들고, 위로 관리하는(managing up, 매니저가 나를 잘 도울 수 있게 내 쪽에서 관계를 관리하는) 법을 익히세요. 그 투자는 반드시 돌아옵니다.
넷째, 작은 회사나 창업을 선택지에 올려 두세요. 상대적으로 분명한 이점이 있습니다.
다섯째, 커리어 초반이고 사다리의 발판이 사라지는 게 느껴진다면, 멘토십을 찾으세요. 좋은 멘토는 여전히 강력합니다. 나를 키워 줄 의지가 있는 팀과 매니저와 사람을 찾아가세요. 지금 같은 시대엔 그 가치가 더 큽니다.
Q. 팀이나 회사를 이끄는 사람이라면요?
무엇보다 매니저에 투자하세요. 아마 당신이 쓸 수 있는 돈 중에 가장 수익률이 좋은 돈일 겁니다. 직원의 4분의 1만이 자기 매니저를 유능하다고 평가하는 건 업계 전체의 적신호예요. 번아웃을 줄이고 싶어도, 만족도를 올리고 싶어도, AI 랩들이 미친 오퍼를 뿌려 대는 시대에 인재를 지키고 싶어도, 답은 매니저입니다.

그리고 쥐어짜임을 관리하세요. AI가 기준선을 끌어올리는 속도가 지금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사람들이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팀의 기대치와 생산성의 적정선이 어디인지 진지하게 정해야 해요.
사다리의 맨 아래 칸이 썩게 두지 마세요. 신입이 성장할 길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커리어 초반의 사람들은 사실 조직에서 가장 AI 네이티브한 사람들이기도 해요. 예전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보다 이 기술을 훨씬 자연스럽게 다룹니다.
마지막으로, 사심을 담아 부탁하면, 디자인과 리서치처럼 지금 가라앉고 있는 직군에 관심을 기울여 주세요. 이 기술은 어떤 사람들은 띄워 올리고 어떤 사람들은 뒤흔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같은 기술을 결코 같은 방식으로 경험하고 있지 않아요.
"AI를 쓰는 게 반칙 같다"는 사람들에게
Q. 마지막으로, 조사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더 있다고요.
'AI 죄책감'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커리어 초반인 사람들이, AI를 활용하는 게 어딘가 커닝하는 것 같다고 느껴요. 이 죄책감은 연차가 오를수록 줄어듭니다. 직군으로는 프로덕트 마케팅과 데이터 분석 쪽이 가장 크게 느끼고 있었어요.

이건 잘 알려진 가면 신드롬(유능한 사람이 자기 성공을 자기 실력이 아닌 다른 것의 덕으로 돌리는 심리)과 닿아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렸다면, 이제는 기술에 돌리고 있는 거죠. 혹시 그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렇게 말해 주고 싶어요. 죄책감을 느낄 이유가 없습니다. 어차피 우리 모두, 항상 쓰고 있어요. 이 기술은 사라지지 않을 거고, 오늘이 가장 못하는 날이고, 내일은 더 좋아질 겁니다. 그러니 배우세요. 그리고 마음껏 활용하세요.

조쉬가 직접 운영하는 AI 솔로프리너 클럽에 초대합니다.

이미 300명이 넘는 분들이 ASC와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구글 엔지니어, 토스 PM, 산부인과 전문의, 스타트업 대표까지
— 각자의 자리에서 정상에 선 사람들이 지금 AI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ASC 10기는 단 30명만 함께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시작하는 당신이, 1년 뒤 가장 앞서 있을 솔로프리너입니다.
[👉🏻ASC 신청하러 가기]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