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열정을 가진 사람이 매력적인 이유

열정을 가진 사람이 매력적인 이유

요즘 내 인스타그램 추천 탭에는 귀여운 햄스터 영상이 자주 뜬다. 찹쌀떡처럼 동그랗게 몸을 만 햄스터, 케이지 구석에 웅크리고 잠을 자는 햄스터, 털이 곱슬곱슬 말려있어서 너무 귀여운 햄스터… 추천 탭에 올라온 수많은 게시글 중 햄스터가 보이는 것만 콕콕 눌러서 보다 보니 문득 햄스터들이 귀여운 이유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인간이라면 씹지도 않고 한입에 삼킬 수 있는 옥수수 한 알도 햄스터는 양손으로 소중하게 들고 조금씩, 그렇지만 열심히 씹어먹는다. 무언가를 먹지 않을 때도 늘 작은 코를 킁킁거리면서 수염이 위아래로 떨릴 정도로 열심히 냄새를 맡는다. 때로는 너무 열심히 쳇바퀴를 돌리는 바람에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쳇바퀴와 함께 몸이 빙글빙글 돌아가기도 한다. 햄스터의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이겠지만 미안하게도 인간의 눈으로 보았을 땐 그 모습은 안쓰럽지만 무척 귀엽다. 몸이 날아갈 정도로 열심히 달리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다.

작고 가벼운 몸으로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햄스터를 이렇게나 좋아하는 것처럼, 나는 햄스터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존재에게 언제나 눈길이 갔다. 그 노력이 어떤 결실을 보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저 누군가가 무언가에 열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열정이 솟기 때문이다.그래서 내 롤모델은 언제나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무엇이든 계속 꾸준히 하는 주변 사람에게 늘 마음이 갔다.

아직 업무 경력이 많지는 않지만 해보고 싶은 일이 아주 많고, 그래서 자신보다 경력이 적은 타인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는 일 또한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 좋아하는 일을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그와 관련한 전문 지식을 타인에게 매우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산책로에서 줄넘기를 하는 사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SNS에 글을 쓰는 사람 등등. 이들 모두 내 주변을 짧게 스쳐 지나간 주변 인물에 불과하고 심지어 그들의 노력이 어떤 우수한 결과를 낳았는지 아직은 잘 알지도 못하지만, 그 짧은 시간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그들의 열정은 고스란히 나에게도 옮겨붙었다.

이처럼 무엇을 하든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 열정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 또한 변화시키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직접적인 지원이나 후원, 혹은 강제성이 동반된 억압뿐만은 아니니까. 때로는 타인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존재 자체가 누군가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가끔은 나의 존재가 햄스터처럼 너무나도 작고 가벼운 것 같다는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환경 오염, 불경기, 사회 문제 등등 개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꿈쩍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가 늘 나의 삶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 해낼 수 있는 일, 내가 진심으로 빠져들 수 있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으며 열정을 바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분명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위안이 된다. 나는 오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어떤 일에 얼마큼의 시간과 열정을 쏟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모습은 세상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까. 작은 햄스터의 열정적인 삶이 햄스터보다 몇십 배는 더 큰 인간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나의 작은 열정도 세상에 어떤 균열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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