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학교 앞 매점 간식거리의 추억

학교 앞 매점 간식거리의 추억

요즘 날씨는 많이 덥지도, 습하지도 않아서 산책하기 딱 좋은 시기입니다. 저는 이런 완벽한 날씨를 최대한 즐기고자 요즘 들어 산책하는 시간을 부쩍 늘렸어요.

제가 자주 산책하러 다니는 길 중간에는 고등학교가 있는데요. 날씨를 즐길 겸 체력도 늘리기 위해 산책을 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근처를 걸을 때마다 밥버거, 이삭 토스트, 무인 편의점, 분식집 등등 학교 앞에 없으면 섭섭한 가게들에 계속 눈이 가더라고요.

그렇지만 메뉴판에 쓰여 있는 가격들을 확인하고 나면 그냥 그대로 가게를 지나치게 돼요. 햄 치즈 밥버거 하나에 4300원, 스페셜 토스트는 3300원, 생크림 와플은 3800원이라는 가격이 너무 낯설어서요.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학교 앞 분식집에서 팔았던 밥버거는 1500원, 아이스크림 와플 반쪽은 1000원이었거든요.

산책하러 나오는 시간이 학생들의 하교 시간과 맞물리지는 않아서 학생들은 거의 만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학교 근처를 걷고, 학교 앞 분식집을 살펴보고, 예전과 가격을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어릴 적 추억은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해요. 제가 어릴 때 자주 먹었던 간식들이 아직도 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좁은 오르막길 꼭대기에 위치한 무척 외진 곳에 있었어요. 학교 주변에 방문할 수 있는 장소라고는 문구점 하나, 분식집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그 외에는 산, 논, 가정집뿐이었어요.

이처럼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장소가 학교 근처에 딱 두 군데밖에 없다 보니 전교생이 모두 비슷비슷한 간식을 사 먹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간식은 팡이라는 매점빵이었습니다.

제가 학생이었을 때는 아직 불닭볶음면이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저에게 팡은 제가 먹을 수 있는 가장 매콤한 간식이었어요.

팡이라는 귀여운 이름, 달달한 호떡과 다를 바 없어보이는 무해한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팡은 빵치고는 상당히 매웠습니다. 겉포장지에는 눈물을 흘리는 캐릭터의 얼굴이 그려져 있고, ‘베리핫소스팡’이라는 문구 주변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로 장식되어 있고, 그래도 이 제품이 얼마나 매운지 못 믿는 사람이 있을까봐 VERY HOT, EXTREME이라는 극단적인 단어도 적혀있었어요.

매운걸 못 먹지만 그래도 팡을 자주 사먹은 이유는 딱 하나뿐이었습니다. 팡의 포장지를 뜯자마자 새어나오는 소스의 향이 강렬했거든요. 이미 아침을 먹고 왔어도, 매운 걸 잘 못 먹는데도, 어디선가 라면 냄새가 풍기면 한 젓가락만 먹고싶어지는 것처럼 식욕을 자극하는 팡의 향 때문에 팡을 자주 사먹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어디에서도 팡을 판매하는 곳을 찾을 수 없어 팡에 대한 추억은 점차 사그라들었는데요. 며칠 전 방문한 편의점에서 드디어 팡과 비슷하게 생기고, 팡처럼 매운 맛을 강조하는 빵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귀여운 포켓몬 씰도 동봉되었다고 하길래 반가운 마음에 바로 구매했는데 팡을 먹은지 무척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래도 한입 먹자마자 바로 눈치챌 수 있었어요. 새로 나온 이 매운 소스의 빵으로는 팡을 대체할 수 없다는 슬픈 사실을 말이에요.

새로 발견한 매운 빵은 팡과는 달리 소스의 양이 넉넉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달랐고, 다소 매운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만큼 맵지도 않았어요. 팡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귀여운 슈륙챙이 스티커를 얻을 수 있어 다행이긴 했지만 그래도 추억 속 팡을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는 생각에 무척 아쉬웠습니다.

추억은 추억으로만 남기는 게 좋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저는 음식과 관련한 추억은 자주 떠올려보고 싶어요. 누군가와 함께 나누어 먹은 음식과 관련한 추억은 떠올릴수록 즐겁고, 맛있는 음식도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팡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어도, 가끔 매운 소스의 포켓몬 빵을 먹으면서 옛 추억을 다시 떠올려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어찌되었든 최근에 제가 먹은 빵 중 가장 매웠고, 팡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맛있는 빵이었으니 말이에요.

인플레이션 때문에 추억 속 가격과는 완전히 달라졌지만 그래도 밥버거, 와플, 토스트는 여전히 학창시절의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듯, 추억 속 맛과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아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꽤 만족스러운 시간을 만들 수 지 않을까요? 그래서 추억을 완벽히 복원할 수 없어 조금은 아쉽더라도, 매운 소스의 포켓몬 빵을 다음 번에도 발견하게 된다면 한 번 더 사먹어 보려고 해요.

자유로운 코멘트 혹은 답신을 주세요!

오늘의 감상이나 떠오르는 것을 공유해주세요 😄

남겨주신 답장은 필진에게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