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상상은 공짜인데 나는 뭘 두려워 하는거야?

상상은 공짜인데 나는 뭘 두려워 하는거야?  

어린 시절 나를 떠올려보면 생각보다 뚜렷하게 기억나는 모습이 별로 없다. 그러나 드문드문 기억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면 내 머릿속은 한시도 조용히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어렸을 적 나는 질문이 많은 아이였다고 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간판을 모두 읽어야 적성이 풀리고 문득 생겨나는 호기심은 모두 질문으로 귀결되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운동장에 있는 개미를 보면서 이 개미 한 마리의 일상을 상상해 보곤 했다. "이 개미는 엄마 개미일까? 아빠 개미일까? 이 개미는 무엇이 되고 싶을까?" 어린 아이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었다. 그런레 언제부터였을까 무한히 뻗어나가던 상상이 툭하고 끊겨버린 것 같다. 

언젠가부터 나는 상상을 하지 않았을까. 무한경쟁 사회에서 공부를 시작했을 때 부터? 아니면 엄마 차에 몸을 싣고 졸음에 겨워 다음 학원으로 이동하던 밤이었을까. 정확한 순간이 떠오르진 않지만 분명 나는 상상을 멈췄다. 아니, 상상하는 것이 쓸모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정확할 수도 있겠다. 이루어지지 않을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 보다 '해야 하는 것들'이 더 중요해졌으니까.

내가 자라온 한국 사회에서는 쓸모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과정과 행동은 불필요했다. 나는 확실한 결과가 있는 시도만을 해야했고 '상상'따위는 점점 더 쓸모없는 것이 되어갔다. 

가만히 돌아보니 내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상을 왜 멈췄을까. 상상하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린 조카가 말을 배우면서 어른의 기준으로 터무니 없는 질문을 할 대 오히려 나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도 했다. '어차피 안될거야'하는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내 눈앞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지도 모른다. 

그러니 결국 상상은 그 자체로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해 보여도, 허무맹랑해 보여도 그 순간만큼은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 되어볼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니까. 어린 시절엔 당연했던 그 자유를 이제는 잃어버렸지만 지금이라도 내가 스스로 제한시킨 생각의 한계를 조금씩 벗어나려고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고 "이건 왜 이렇지?"하고 질문을 던지다보면 어느 날 문득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허무맹랑하다, 쓸데없다고 여겼던 상상이 어쩌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돌파구가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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