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2.0 - 템플스테이에서 발견한 순간

템플스테이에서 발견한 순간

작년, 회사의 스트레스로 지쳐 있던 나는 불교 신자인 어머니의 권유로 4박 5일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게 되었다. 마음속엔 화가 가득했고, 매일 같은 사람의 얼굴만 봐도 분노가 치밀었다. 그는 내 모든 노력을 깎아내렸고, 나는 그를 험담하며 스스로를 더욱 괴롭혔다. 그의 부정적인 말과 행동은 내 자신감을 갉아먹었다. 출퇴근길에는 퇴사 D-DAY를 손꼽으며 버티는 나날이었다. 스스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고 무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스스로가 무색할 정도로 무기력함을 느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퇴사 후의 자유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견뎌냈다.

처음 절에 도착했을 때, 나는 단순히 3일 연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4박 5일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기대는 크지 않았다. 다만 전자기기 없이 지내는 시간이 기대됐다. 회사의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나는 항상 휴대폰을 붙들고 살았는데 이런 보상심리를 끊어내고 싶었다. 유튜브, 트위터, 그리고 수많은 자기개발서와 강연들이 내 일상이었다. 아웃풋을 만들기엔 지쳤지만 이상은 높이 있었기에 항상 인풋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아무리 자기확신을 외쳐도 마음속 깊이 다가오진 않았다. 정보 과잉의 시대 속에서 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템플스테이의 첫날, 나는 오랜만에 완전한 고요 속에 있었다. 삶의 본질을 꿰뚫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대답을 고민하면서 처음엔 산만했던 마음이 점점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점점 내 마음에 변화가 찾아왔다. 외부보다는 나에게 집중하고 내면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깊은 호흡과 함께,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감정들이 차츰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고, 갇혀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간 불교대학에서 배운 진리들이 하나둘씩 마음속에 울림으로 다가왔다. "모든 고통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가르침이 이제야 실감났다. 4박 5일 동안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면서 그 문장들이 단순한 글이 아닌 내 마음의 깨달음으로 변화하는 순간은 짜릿했다. 그곳에서 나는 자신을 돌아보는 법을 발견했다. 조용히 앉아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했다.

나는 스스로를 찾았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발견했다. 이제는 세상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알아차릴 수 있는 '나'로 변화하기 위해 꾸준히 연습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힘들었던 근본 원인을 알게 되니, 세상의 모든 일이 쉽게 느껴졌다. 내 안에 있던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이 차츰 사라지며, 나는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느꼈다. 물론 끝나고 현실로 복귀하자마자 실천에 실패하긴 했지만 말이다. 깨달음과 실천은 별개다!

이 깨달음의 순간을 곧 잊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마음속에 새겨져 있다. 템플스테이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번달 말 퇴사를 앞둔 나에게 그 때 템플스테이에서 발견한 그 순간이 다시 새록새록 기억난다. 퇴사 후 더 깊이 알아갈 나에 대해 탐구하며 꾸준히 나아가리라 다짐한다. 삶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 의미를 찾는 노력을 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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