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이전 화를 읽고 와주세요. 이어집니다.)
이 팀장의 수작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씩 웃고 있는 김 대리를 잠시 보다가 얼른 가방을 챙겨 내려왔다. 회사 정문에 보란 듯이 대고 있던 이 팀장의 차에 얼른 올라타자, 이 팀장이 매끄럽게 차를 출발시켰다. 핸들을 잡고 있는 손가락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까딱이고, 정면을 응시하는 옆모습이 유달리 날카롭다. 긴 머리카락 몇 올이 귀 뒤에서 빠져나와 흔들리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 엉겁결에 그의 옆모습을 빤히 응시하자 이 팀장이 불시에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쳤다.
왜?
아...
너무 멋있지, 운전도 잘 하고?
나는 대답 없이 고개를 돌렸다. 이 팀장의 피식 웃는 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보니 이 팀장도 고개를 돌리는 것 같았다. 빨간 신호에 걸려 멈춰서자 나는 슬쩍 이 팀장의 손을 잡았다 놓는다. 희고, 가늘고, 매끄러운 손. 평생 고생이라곤 해본 적 없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손이다.
계속 잡고 있어도 되는데.
팀장님, 왜 자꾸 티를 내요?
예인 씨.
회사에서 그러면... 나도 곤란해요.
김 대리가 자꾸 예인 씨한테 친한 척을 하잖아.
그건...
내 건데.
일체 변명은 듣지 않겠다는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단호히 던지는 일갈에 차마 할 말이 없다. 매번 이런 식이다. 이 팀장은 나를 곤란하게 만들고...
그 곤란은 썩 나쁘지 않다. 이 팀장은 눈치가 빨라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차 안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말랑해진다. 이 김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두 분이 진짜 사귀셨어요?
누구?
김 대리님이랑요.
내 얼빠진 질문에 이 팀장이 박장대소를 한다. 핸들을 두드리며 웃다가 실수로 클락션이 울리고, 그 요란한 소리에 지나가던 행인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보인다. 신난 웃음소리, 이 팀장은 나를 굉장히 귀여워하고 있다. 괜히 내민 내 입술을 장난스럽게 톡 친 이 팀장이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말을 잇는다.
내가 그 얼간이를 왜 만나? 그냥, 걔는 남자고 나는 여자니까 남들이 갖다 붙인 거지.
아... 다른 팀에서 그런 말을 하길래...
일부러 평소보다 더 쭈뼛거리는 내 얼굴을 힐끔 본 이 팀장이 인적이 드문 공터로 들어선다. 차가 멈추자 나는 재빨리 혼란스러운 얼굴을 한다. 이 팀장이 또 피식 웃고 내 손가락을 살그머니 잡는다.
왜 자꾸 귀엽게 굴지? 남들한테도 이래?
그렇진 않아요.
응, 그래야 할 거야.
이 팀장의 얼굴이 서서히 가까워져 눈을 감았다. 질끈 눈을 감은 얼굴이 귀엽다는 듯 이 팀장이 피식 웃더니 내 입술에 그의 입술이 닿는 느낌이 났다. 그때 핸드폰에 진동이 울려 살짝 눈을 뜨고 확인했다. 김 대리의 메시지다.
집에는 잘 갔어? 예인 씨 집 앞으로 갈게, 맥주 한 잔 할래?
핸드폰을 아예 꺼버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다 쓴 패는 과감히 버려야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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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줄귤레터 발행인 정주리입니다.
몇 달 간 갑자기 두문불출하였는데요...하핳
이렇게까지 장기로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번에 1화로 찾아뵈었던 인더오피스는 2화로 짧게 마무리 하였습니다!
쓰고 보니 취향 범벅 GL이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키킼
다음엔 전에 쓰다 만 복학생 시리즈를 마참내. 드디어. 마무리지어볼까 하는데요.
몇 화나 더 이어질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
그치만 반다시. 올해 안에는 완결냅니다.
다음 레터로 찾아뵐게요!
줄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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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샘
정주행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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