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귤레터] 07. Dea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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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0 | 조회 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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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귤

귤처럼 까먹는 줄글을 보내드립니다.

dear·est

1.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 서두에서) 사랑하는

2. 간절한, 진심 어린

3. 여보(사랑하는 사람에게 말을 할 때)

'dearest'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저렇다고 하는군요. 어때요, 제법 몽글몽글한 단어 아닙니까? 이번 레터는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편지를 한 통 쓰고 싶어졌고 자연스레 저 단어가 떠올랐고 새삼스레 검색해보니 단어의 뜻이 무척이나 좋아서 당신에게 꼭 편지를 쓰겠노라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요, 저는 당신의 10년 전입니다. 다소 서투른 서른을 부지런히 보내고 있습니다. 구태여 표현하자면... 종종걸음으로요. 여유롭게 느긋한 걸음걸이로 지나게 될 줄 알았던 서른인데 막상 서른이 되어보니 가당치도 않은 바람이었더라고요. 그러니까, 서른이 그다지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더란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가 지금의 나이로 썩 잘 늙어왔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좋을 나이라는 이십 대의 대부분을 불안과 방황으로 보낸 것 같아요. 돌아보니 그래요. 꾸준히 사랑을 좇았고 가끔은 성공했고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사랑이 늘 저를 주저앉혔는데, 사실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죠. 가장 쉽지만 가장 고까운 조언이잖아요? ‘스스로를 사랑해라!’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으로는 참 어렵죠. 그 조언이 얼마나 뼈와 살을 깎아 건네는 것이었는지 저는 이제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미움 받을 용기를 무릅쓰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스스로와 친해지세요!

남은 생 동안 스스로를 데리고 살 마음이 생긴 기념으로 올해는 간소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 번째로는 좋아하는 것을 좀 더 세분화하기. 좋아하는 것을 아주 좋은 것’, ‘없으면 안 되는 것’,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지만 기왕이면 있는 게 나은 것’, ‘주위에 추천할 만한 것’, ‘아무도 안 알려주고 혼자 알고 싶은 것등으로 세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없으면 안 되는 것카테고리에는 잠들기 전 짬을 내어 근사한 풍경이 있는 ASMR을 켜고 인센스 스틱 향기를 맡으며 책 읽기가 있습니다. 하나라도 알아낸 게 어딘가요? 두 번째 목표는 싫어하는 것은 웬만하면 피하기. 일단 제가 가장 싫어하는 건 자책하며 주눅이 드는 것인데요. 해당 목표의 부작용으로 상당히 오만방자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오만함에 홀딱 빠져 어화둥둥 해주고 있습니다. 가끔은 지지만, 그래도 미워하지는 않아요. 짱 멋지죠?

 

  Photo by Christian Lue on Unsplash
  Photo by Christian Lue on Unsplash

여전히 습관처럼 내가 이루어 온 것, 해낸 것을 증명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증명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성과들이 작고 소소해 보여 아주 싫어하는 습성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성에 차지 않아 일을 벌이는 것에 진심입니다. 직장에 치여서 전처럼 느른할 수는 없지만 뭐, 그럭저럭 멋진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네요. 여전히 주위에 투정부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어른이 일지도요?

저는 당신이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이십 대의 여러분에게 서른이 되자마자 삼십 대가 좋아요! 외치고 다니는 중인데, 사십 대가 된 기분이 어떤가요? 돌아보았을 때 아쉬운 일이 있습니까? 제가 최대한 열심히 달려 보겠습니다. 엔진이 고장나버린 에잇 톤 트럭처럼 말이죠. (근데 이런 농담 여전히 좋아하세요? 싫음 말고.) 좋아하는 건 많이 알아내셨나요? 기분이 가라앉을 때 어린아이 손에 쥐어주는 초콜릿처럼 필살기가 생겼나요? 저는 아직 몰라요. 당신에게 무책임하게 미루고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버티어내고 있습니다. 대신 나에게 향하던 날카로운 화살을 타인에게 돌리는 일을 매우, 무척, 꽤나 잘합니다. 남들은 모르게 순히 웃으며 호전적인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또 자랑스러워하고 있어요. 비밀입니다.

내가 이 글을 썼다는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때마침 십년 후 열어볼 수 있을까요? 덜렁대는 성격을 보아하니 영 쉽지가 않을 성 싶네요. 그래도 뭐 어떻습니까, 그때는 또 당신보다 열 살 많은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겠지요. 어쩌면 당신이 매번 궁금하고 기대된다는 점이 이 생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점이겠네요. 한 가지 저어하는 점이 있다면요, 당신은 여전히 꿋꿋합니까? 혼자서도 잘 지내고, 긍휼할 때는 기꺼이 주위에 도움을 청하나요? 홀로 강하게 서되 결코 독선적이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나는 잘 지내요. 잘 자고, 잘 먹고, 운동은 잘 안 하지만, 할 거예요. 적어도 정신은 무척 튼튼해요. 당신도 잘 지내기를 바라요. 이 편지에 눈물짓는 대신, 귀엽다며 웃는 얼굴이기를 바랍니다.

친애하는 마음 이상으로 당신을 친애하는, J로부터

 

 

 

 

 

 

당신의 심심한 수요일에 까먹을,

줄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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