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줄귤레터 발행인 정주리입니다.
이번에도 사과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습관성 지각과 휴재로 욕을 하셔도 할 말 없을 무 입니다...
저저번 주에는 장거리 출장 및 촬영으로 인해 회사 업무가 바빴고, 또 저번 주는 갑자기 코로나 확진이 되어 몸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었습니다. (상황 설명입니다. 물론 이해해주실 의무는 없습니다...) 한 줄 공지 없이 휴재를 한 것은 약속을 깼다는 과오이니,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립니다.
오늘은 가벼운 에세이를 한 편 발행하고자 합니다.
지난 일주일,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채로 어쩌다 방 안에 돋아난 버섯처럼 누워 있다가 떠올린 생각들을 주절거려볼까 합니다. 일주일 내내 글에 손을 대지 못하였으므로 아마 재미가 없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 글만 다 읽고 구독 취소해 주시면 안 될까요...?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읽어주세요. 희박한 확률로 '이 인간 너무 미운데 안 미워'라는 마음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좀 구차한가요? 사실, 저는 제 구차함이 좋아요. 몇 없는 단점 중에 하나인데, 구차하게 구구절절 횡설수설을 읊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현재도 마른기침을 제법 밭게 토하면서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요. (아마 이 글을 대표님과 실장님이 싫어하실 겁니다. 읽으실 일이 없기를...) 지난 일주일 간 가장 강렬하게 느낀 건 '역시 쉬니까 좋다'와 '건강이 중요하다'였습니다. 늘 통제 가능했던 몸이 예상 불가능한 범위의 영역에 들어서니까 참 불편하더라고요. 평소보다 입맛이 없어서 무얼 물려줘도 맛이 없대고, 그나마 마시는 걸 물려주면 조금 먹기는 하는데 그것도 잠시고, 일어나 앉았다가 어지럽다고 도로 눕는 나약함까지. 일주일 간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가지가지한다."였으니 말 다 한 거죠. 어떤 면에서는 둔감한데 대개의 경우 무척 예민한 편이어서 실은 제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가장 힘이 듭니다.
무력하게 뻗은 채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해야 할 일의 목록이었습니다. 이미 마감에 늦은 글, 곧 마감에 늦을 것 같은 글 등이요. 담당자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조금 더 누워 있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내가 선택한 미래의 직업은 이토록 불투명한 것이로구나. 지금은 회사에 다니며 남는 시간에 글을 쓰지만 언젠가는 전업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데 말이죠. 단순히 수려한 문체, 샘솟는 창의력이 있으면(물론 둘 다 가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정도로 오만하지는 않아요.) 작가로서 대성하겠거니 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이라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왜 글을 쓰기 위해 매일 운동을 시작하게 됐는지도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병상에 누운 채 꼭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또 제가 아픈 동안 몇 년 전부터 마감 중인 플랫폼에서 제 첫 작품이 런칭되었습니다. 몸이 안 좋아 그런지 뻐렁치게 뿌듯하고 행복하지는 않더라고요. 드디어 됐구나, 하고는 친구들/가족들 단톡방과 SNS에 링크를 공유하고 차분히 읽었어요. 무려 3년 전에 쓴 글이라 그런지 처음 읽는 것 같은 기분에 다소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가 창조한 캐릭터들이기에 잊고 살았던 친구들을 만나는 것 같은 반가움도 누렸고요. 무엇보다도, 저의 텍스트가 살아 숨 쉬도록 애쓴 노고가 눈에 보여 마음까지 뭉근했습니다. 이 또한 보람과 환희겠지요. 전처럼 짜릿하지는 않더라도요. 이제는 이렇게 담백한 성취감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조금씩 자주, 이런 기회를 늘리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또 했습니다.
쓰다 보니까 말이죠. 참 구태의연하지 않나요? 아프다 돌아오면 늘 '건강이 제일'이라고 말하잖아요. 저 또한 그런 이야기를 전하고자 이 글을 쭉 썼고요. 그런데 정말 건강이 중요하더라고요. 어지러운 머리는 글감을 던져주어도 재기발랄한 문장 한 줄 쓰는 것도 힘들어하고, 지끈대는 허리는 그 문장을 쓰기 위해서 한 두 시간 버티는 것도 싫다고 농성을 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버티는 힘을 길러야겠죠? 아, 저만 기르면 되나요? 그렇다면 끈질기게 버티고 쓰고 생각하는 힘을 올해부터 길러보겠습니다. 서른 살이 되어서야 미래를 위해 돈도 모으고 건강을 위해 운동도 시작하는 것이 늘 그렇듯 늦되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늘 이렇게 느렸다는 것을 반추해 보자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느리더라도 되돌아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도착점에 도달할 테니까요.
쉬니까 좋았는데요. 또 그 기간 동안 오롯이 아팠기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우울이 평온의 속도를 따라잡았고 지금까지도 자연스럽게 제 주위를 기웃대고 있어요. 그럼에도 시간은 갑니다. 난데없이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를 때도 있지만 그럭저럭 살아갈 겁니다. 삶이란 그렇게 버티어내는 것이잖아요. 구독자 여러분의 요즘은 어떻습니까? 부디 모두 평온하기를 빌지만 영 험상궂더라도 괜찮을 겁니다. 무책임한 낙관이 아니라요, 정말로 여러분은 그것을 버티어 낼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요.
우리, 꿋꿋을 길러내는 어른들이 되도록 해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당신의 심심한 목요일에 까먹을,
줄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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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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