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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치레만큼 인간을 진실에서 멀어지게 하고, 따분하고, 생경하고, 참담하며, 추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겉치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자신도 보이지 않고, 인생도 보이지 않고, 타인을 알 수도 없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눈도 귀도 두뇌도 활동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겉치레는 의존심에서 나온다. 어떤 물건이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지 아닌지 생각해보지도 않고 남이 사니까 나에게도 필요하겠지 하고 판단하는 것.
겉치레는 이렇듯 타인의 판단에 의존하려는, 일종의 열정으로 지탱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겉치레는 얼핏 보기엔 순종이다.
그 모든 것도 남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남들보다 뒤지면 안 되는데 하는 열정에 의해 움직인다.
- <넌 안녕하니, 소노 아야코> 중에서
어떤 이의 겉치레만 보고 그게 전부인줄로 착각했던 적이 있다. 어찌나 곱고 화려하며 멋지던지. 홀딱 반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를 둘러싼 겹겹의 겉치레들을 발견했을 때, 그리고 진실을 통해 그것들이 그저 껍질에 불과함을 느꼈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것은 잔악하고 나약한 면을 감추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다는 사실을.
처음에 나는 겉치레로 보이는 것들을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옷이라던가 신발이라던가 정말 겉으로 보여지는 것들 말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얼마나 한심한 일이었는가를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다.
그래서 오직 겉치레뿐인 그 이를 보며 나는 이제 반대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물건이든, sns든 무엇이든 중독되어 있던 한 사람을 보며 나도 모르게 똑같이 중독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실로 사람의 영향은 얼마나 큰 지. 그리고 그 영향이 나쁠수록 얼마나 빨리 스며드는지.
이제라도 깨달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한 때 겉치레에 꽤나 집착했던 한사람으로써 그 내면이 얼마나 공허하고 쓸쓸한가를 어느정도 가늠할 수는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연민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조차 낭비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쌓여 온 실망감이 크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제는 타인을 의식하기보다 내가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더욱 중요한 일이다.
다시 겉치레뿐인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나 역시 내면을 공허하지 않게 잘 다스려야 한다.
마음은 깃털 같고 가벼워서 이리저리 흔들리기 십상이므로.
내 마음은 특히나 물러터진 편에 속한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와 요가를 놓을 수 없는 것 같다. 아마도 늙어 죽을 때까지 이 일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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