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참 피곤한 스타일이다. 조금 달라진 점은 확실히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타인'에게 피곤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잘 삐지고, 서운해하며, 질투도 많은 아이. 아무리 주변에 사람이 많고, 충분해도 더 많은 애정을 바라는 아이였다. 나는.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그렇게하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을 점점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렇게 된 계기가 있는데, 일단은 나보다 더 피곤한 사람을 만난 경우였고 두 번 째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내게 따끔한 일침을 가해주었을 때 나는 확실히 변화하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말하지 않아도 친구가 알아주길 바랐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내 마음을 알아주어야만 하는 존재. 그렇게 나는 나의 서운한 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놓을 용기는 없었으나 아무래도 티는 숨길 수 없는. 사실은 너무나 티를 내고 싶은 철딱서니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투시력이 있지 않은 이상 타인의 마음을 알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것은 그 어떤 현인이나 성인군자라고 해도 그 사람의 있는 마음과 그 사람이 마음으로 하는 말을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맞출 수가 없는 것이다. 마음의 결 까지는 들여다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자신만의 생각과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 누군가를 판단하는 그런 피곤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혼자 상처받고, 피하고, 더 상처받을까 회피하고. 오히려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는 일이 진정한 어른에 가까워지는 일이 아닐까. 그러니 나는 이제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멍청한 짓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한다. 싸우게 되더라도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으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일이야말로 진정 의미있는 관계라고 생각하니까.
요즘은 조금만 불편해도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바로 손절해버리거나, 끊어내는 경우가 참 많은 듯하다. 그런 분위기를 부추기는 이 사회의 시스템도 한몫하리라. 그러나 적어도 후회하지 않으려면 바로 끊어내는 것보다는 한번이라도 대화를 시도해보는 편이 훨씬 나은 경우를 많이 보았다. 오해는 오히려 상대방과 진실로 대화를 나누지 않아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욱 많았으니까. 어떻게보면 이 사회는 어떻게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을 강하게 만들기보다는, 안으로 숨어들게 만들어 고립되도록 부추기는 것 같기도 하다.
진정성 있는 관계가 어려워지는 요즘. 흔들리는 관계들 속에서 오직 '회피'와 '손절'만이 답인가를 한 번 쯤 깊이 고민해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내게도 꼭 필요한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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