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쓰기와 요가는 닮았다. 꾸준해야 무언가를 '완성'할 수 있는 것. 집중과 쉼이 반복되어야 한다는 것. 둘은 인생에서 떼놓을 수 없는 습관으로 내 안에 자리 잡았다. 이 두 가지 없이는 하루가 완성되지 않는다.
2. 매일 글을 써야만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 요가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아사나(자세)는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 반복적인 수련과 호흡만이 아사나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준다. 중간에 어려워서 포기할 경우 그 어떤 책이나 아사나를 완성시킬 수 없다. 아주 미미한 행위라도 이어나가는 것. 그게 책 쓰기와 요가의 전부이지만, 매일 그렇게 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3. 최근에는 뭐든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쉽게 고꾸라졌다. 책 쓰기도 예전만큼 술술 되진 않는다. 에세이를 쓸 때도 어렵긴 했지만, 소설을 쓰는 일에 비하면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소설을 쓴다는 건, 웬만한 문장력과 내가 쌓아온 경험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일이었다. 왜 유시민 작가가 자신은 소설을 쓸 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했는 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토록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게도 어려운 게 소설 쓰기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말한 적이 있다. 오래도록 링 위에 있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고. '반짝'하고 사라지는 사람은 많아도, 꾸준히 오랫동안 소설을 쓰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4. 요가도 마찬가지다. 벌써 요가를 한 지 5년이 다 되어간다. 완전히 초보는 아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아사나인 '카포타사나'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고, 간다베룬다 자세도 겨우 1초 유지하는 정도다. 뭐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것도, 완전히 완성된 것도 없지만 나는 둘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이유는 그냥 그것들이 좋기 때문에. 내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5. 그 행위가 내게 많은 돈을 가져다주지도, 명예를 가져다 주지도 않지만 그 어떤 행위보다 내가 '나'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멈출 수가 없다. 결과가 어떻든, 과정을 묵묵히 해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책이든 요가든 내가 원하는대로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질 때, 오히려 그게 독이 될 때가 종종 있었다. 책을 쓸 때는 '무조건 베스트셀러가 될 거야!'하는 마음으로 썼다가, 결과는 그렇지 않았을 때 느껴지는 절망감은 두 배가 되어 돌아왔다. 요가도 마찬가지다. 무리하게 자세 욕심을 내서 몸을 막 쓴 경우, 오히려 부상이 되어 돌아왔고 일주일 간 요가를 할 수 없게 된 날도 더러 있었다.
6. 나는 과정을 즐기고 있었던 게 아니라 결과에만 집착했다. 그러니 불행하게 느낄 수밖에. 그게 '욕심'이라는 걸 자각한 후에야 비로소 과정에 충실할 수 있었다. 지금껏 욕심에 의한 강박으로 한 문장 쓰기가 어려웠던 소설 쓰기가 즐거워졌고, 진도도 훨씬 빠르게 나갔다. 요가도 그랬다. 아사나에 집착하지 않고 부드러운 몸의 흐름에 집중하자 상쾌함과 개운함이 배가 되어 돌아왔다. 그 전에는 아사나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실망감 때문에 요가를 한 후에도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
7. 욕심을 내려놓자는 다짐은 매번 해보지만 욕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쉽지는 않다. 잘 하려는 마음은 오히려 두려움을 만든다. 잘 하고자 하는 마음 보다 '즐겁게' 하자 라는 마음이 의도치 않게 좋은 성과를 낸다. 그러니 걱정은 줄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좋아하는 일을 대하면 된다. 좋아하지 않는 일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마음과 진심만 있다면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일은 내게 생각지 못한 순간에 선물을 가져다주리라 믿는다. 기대하지 않는 가벼운 마음으로 매일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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