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 아야코가 쓴 에세이 <간소한 삶, 아름다운 나이듦>을 읽는 중이다.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곰곰 떠올려본다. 나는 괜찮은 어른으로 나이들어 가고 있는가. 아름답게 늙어가고 있는가에 관하여.
서른 중반까지 살아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어른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 정말로 배울만 하고, 이런 어른으로만 세상이 구성되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덜 혼잡스러우며 아름다운 세상이지 않았을까 하는 어른은 손에 꼽았던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어린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의존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일까. 육체만 단단하게 굳는 것이 아니라 정신까지도 단단하게 굳은 어른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
물론 괜찮은 어른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는 걸 보면 생각보다 괜찮은 어른 되기는 쉽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나 또한 요즘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꼰대'나 다름 없는 한 인간에 불과한지도. 아무리 '자기 객관화'를 하려고 애써보아도, 내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면 남탓 혹은 환경 탓을 하는 습관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나의 몸과 마음을 갈고 닦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군가에게 많은 도움이 되진 못 해도, 피해는 끼치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다. 홀로 서는 연습은 내 하루를 얼마나 내가 책임지느냐에 따라 달렸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위치도 높아지고, 대우받는 게 당연해지면서 몸과 마음이 의도치 않게 굳어간다. 수동적으로 살다보면, 나중에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질 뿐더러 남에게 의존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게 된다. 그것은 즉, 다른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일이므로 피해를 끼치는 것과 같다.
나이가 들어서는 내가 살아온 지혜나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여유로운 어른이 되고 싶다. 늙어서도 몸 쓰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부지런히 살길 원한다. 지식 쌓기를 그만두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을 멀리하지 않는 세련된 어른이 되고 싶다. 매일 앓는 소리만 하거나, 조언이랍시고 오지랖을 부린다거나, 원치 않는 충고만 늘어놓는다거나, 대접만 받으려고 하는 어리석은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어른들을 마주할 때면 화가 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지나간 젊은 세월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나는 나의 삶이 훗날 안타깝게 여겨지는 일만은 피하고 싶다. 세상을 구한다던가, 사람들을 교화시키는 엄청난 일은 무리지만, 조금 더 배려하고, 나 자신만 올바르게 키워나가도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는 있다.
죽음 앞에 섰을 때, 당당함까진 아니더라도 후회하지는 않는 삶을 살기를. 마음에서 우러난 작은 사랑의 불씨를 곳곳에 지펴줄 수 있는, 꺼지지 않는 난로 같은 어른. 나는 그런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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