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지

두 달의 기록

2023.08.03 | 조회 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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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자까이자까야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불안한 당신을 위한 글

 

모닝페이지를 알게 된 건 21년 겨울이었다. 책 <아티스트 웨이>를 통해 모닝페이지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며칠만 이어서 쓰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이런 걸 굳이 왜 써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납득시키지 못했고, 꼭 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나의 모닝페이지는 열 페이지도 채우지 못한 채 방치되었다.

 

그렇게 모닝페이지를 잊은 지 2년이 다 되가는 시점이었다. 우연히 인스타에서 알게 된 지인이 모닝페이지를 매일 쓰는 모습을 보며 잊고 있었던 모닝페이지 생각이 났다. 인생은 때로 사사로운 일을 계기로 변화한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지인이 쓴 모닝페이지가 뇌리 속에 깊게 박혔고 마침 새 공책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 23년 5월부터 멈춰있던 모닝페이지가 시작되었다.

아침에는 누구나 그렇듯 손과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색한 손의 느낌으로는 당연히 글씨도 예쁘게 쓸 수 없다. 글씨는 구불거리다 못해 거의 날아갈 지경이었고, 완벽주의와 강박이 있는 나는 그 글씨를 바라보는 게 여간 싫은 일이 아니었다. 귀찮은 마음을 눌러가며 무의식을 공책에 써내려갔다. 쓰기 전에는 분명 싫었는데, 쓰고 나니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운동 가기 전과 후가 다른 것과같은 느낌이었다.

하루, 이틀, 3일까지는 분명 귀찮고 싫은 마음이 강했다. 그러나 3일을 넘어가니 조금씩 모닝 페이지는 습관처럼 내 안에  스며들었고, 일주일이 지난 후에는 조금씩 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 달이 지나 아침마다 써온 빼곡한 모닝페이지를 들여다보니 굉장히 뿌듯했고,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시작한 모닝페이지는 7월 31일까지 계속되었고, 마지막장까지 가득 채웠다.

모닝 페이지를 읽으니 나도 모르는 내가 보였다. 사람은 평소에 수만가지 생각을 하며 산다고 했다. 그 수많은 생각을 일일이 기억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나도 그 보통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모닝페이지를 쓰니, '나'가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나는 정말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지에 관한 이야기가 반복해서 적혀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끝없이 관대해도, 나 자신에게는 가혹했다.나는 언제나 부족하고 실망스러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더 열심히, 쓰러지도록, 죽을 힘을 다해서 살라고 다그쳤다. 그만큼 내가 별 볼 일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내가 쓴 모닝페이지를 읽어보자 나는 누구보다 삶에 진심이었고, 어떻게든 누군가를 이해해보려 애썼으며, 타인에게 웃음과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닝 페이지를 쓰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학대하며 나의 몸과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을게 분명하다. 그러나 모닝페이지를 씀으로써 나에게 가하던 가학적인 태도를 멈출 수 있었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모닝 페이지가 내 삶을 180도 변화시켰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 안에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모든 일은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과 작은 변화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사소한 행위의 꾸준한 반복이 내 안에 일으킨 변화는 깊게 각인되었고, 나를 나무라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번잡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자주 나를 잃기 쉽다. 나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혼자 만의시간을 갖는 것이다. 특히 감정들에 파묻히기 쉬운 밤보다는 이른 새벽이나 아침이 좋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두고, 내 안의 생각들을 조심스레 꺼내어보자. 생각도 제때 비워내지 않으면, 머리와 가슴이 무거워진다.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모든 생각들을 하나둘씩 끄집어내다 보면 순수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만나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나는 나를 완전히 잃어버리려던 순간 모닝페이지를 만났다. 그리고 순수한 나를 되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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