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너무 많은 일을 하는게 버거워졌다. 매일같이 꽉 찬 하루를 보내는 것은 실로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그런 하루가 지속될수록 해야할 목록 중 하나만 해내지 못해도 스스로를 힐난하게 되었고, 그것 또한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결국 수많은 목록을 다 해내길 바라는 조급한 마음과 어떠한 강박이 나를 망치고 있었다. 누가 하라고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해내지 못해도 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그렇게 조급했을까. 기본적으로 급한 성격이 한 몫하는 것도 있겠거니와, 불안정한 사회에서 어떻게든 인정받고 경제적인 부분에서 안정적으로 살아보려는 발버둥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하루에 한두 개씩만 제대로 해내도 되는 일을 괜히 여러 개 늘어놓아 되려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내고 만다. 이번에 나는 나만의 수필집을 만들고 싶어서 질 좋은 다이어리 하나를 구입했다. 그러면 블로그에 쓰던 글은 조금 중단하고, 그것에 집중을 해야하는데 나는 이것도, 저것도 포기하지 못하는 이상한 병이 있다. 두마리 토끼 잡으려다 모두 놓친다는 속담은 내 인생의 여러 부분에 해당되는 말이었다. 나는 여전히 고질병처럼 그것을 끌어안고만 있다. 쉬이 놓아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하며 찬찬히 무의식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누군가의 인정이자 관심이었다. 정말로 내가 글을 쓰길 원한다면 블로그든 수첩이든, 그 어디든 쓰는 게 먼저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관심을 포기할 수 없었고,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혀지기 만을 바랐다.
어쩌면 여러 개를 모두 해내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도 생각한다. 인간은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므로.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지향하기에 나는 이미 그런 삶은 나와 맞지 않다는 걸 진즉에 알게 됐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균형을 맞춰 나아가는 것.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내가 할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 정도로만 나열해놓고 조금씩 해나가는 일. 인간관계든 일이든 내가 하는 무엇이든 내게 필요한 건 그 무엇도 아닌 균형을 잡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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