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맞는 사람과의 대화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커피는 물론, 디저트도 맛있고 친절하며 사려깊은 사장님 덕분에 발길을 끊지 않게 된다. 나는 주로 손님이 없는 오픈 시간대를 이용하는데, 그때 가면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격려하는 시간이 참 재밌게 느껴진다. 사장님도 나와 같은 직장인이셨다. 그러다 오직 자신만의 일을 하고 싶어 드디어 카페를 열게 된 것이다. 분명 장단점이 있지만,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고 하셨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오직 나만의 스타일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초반에 돈이 좀 들어도 책임감과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해나간다면, 훗날에는 훨씬 더 배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도 점점 매출이 오르고, 손님도 많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는 꿈을 이룬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사람이다. 손님이 없을 때면 새로운 커피와 디저트 메뉴를 개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까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래서 매번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나 또한 한 곳에서 머무르는 것을 싫어하고, 늘 같은 일만 하며 살아가는 것을 경계하는 인간의 부류라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면 잘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다른 손님이 올 때까지 서로의 삶과 꿈, 일의 방향성에 관해 우리는 끊임없이 대화한다. 정말 쓸데없고 시시한 이야기가 아닌, 서로에게 자양분이 되어줄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의지가 불타오르고 샘솟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그동안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늘 분위기를 띄우려 애썼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화두로 삼으며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는 일에만 연연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내 마음은 반대로 우울할 때가 많았다.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면 그 시간이 지루하기 짝이 없거나, 싫은 마음이 들었지만 언제나 티내지 않는데 에너지를 쏟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그저 즐거우면 됐다는 마음으로 그 시간을 견뎌냈던 것 같다.

그러나 마음이 맞는 사람과의 대화는 편하고 자연스럽다. 물 흐르듯 대화가 전개된다. 어느 한쪽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거나, 불편한 정적을 견디지 않아도 된다. 티키타카라는 건 오직 마음이 맞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마음이 맞지 않으면, 어느 한쪽이 너무 튀거나 한쪽은 너무 우울해지거나, 혹은 둘다 불편함이라는 진실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억지로 티키타카를 이어나가게 된다.

마음 맞는 사람과의 대화는 보이지 않는 힘을 서로에게 실어주어서 대화를 하기 전보다 훨씬 밝고 산뜻한 기분이 느껴지게 만든다. 그러나 어떤 대화는 하면 할수록 자꾸만 수렁에 빠져드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오늘은 확실히 전자인 대화에 속했다. 저절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동네에 있어 참 감사하다는 말이 바깥으로 삐져나왔다. 사장님도 즐거웠는지 하하 하며 정겨운 웃음 소리를 냈다.

이제는 굳이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의 대화는 이어가고 싶진 않다.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이런 건 이제 별로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눈치보는 삶은 이제 나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