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인지 부끄러운 고백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간절히 바랐던 꿈이 있었다. <우리 집이 사실 엄청난 부자인 건 아닐까><아빠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우리에게 그 사실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좋은 집으로 이사하게 됐다고 말하는 것이다>라는 꿈이었다.
어쩌면 그때부터 글 쓰는 내 모습이 조금씩 형성됐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해본다. 마흔 평이 훌쩍 넘는 전원 주택이 끝나고 갑자기 시작된 단칸방 생활. 비좁은 방 하나에 가득 찬 아빠와 나와 두 남동생과 돈벌레들. 그 생활이 적잖이 힘들었지만 내 힘으로는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열두 살, 열세 살의 조우가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메우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환상의 세계를 상상함으로써 얻는 위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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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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