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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슈퍼마켓 Mi supermercado

[언어] 맛보기 서브 레터, 첫 번째. 스페인어를 배웁니다, 왜냐하면요

2025.03.26 | 조회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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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C 킴앤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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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발렌시아, 바르셀로나를 거쳐 도착한 곳은 테네리페섬. 그곳에서도 가라치코 마을에서만 일주일을 보냈다. 당시의 나는 이미 프랑스에서의 교환학생을 마치고 혼자 타국 여행을 떠난 지 오래라 휴식이 필요하던 참이었다. 그렇게 나는 전례 없는 게으름뱅이가 되었다.

 

게으름을 피우면서도 가라치코에 머무는 동안 꼭 지키자 약속한 것이, 숙소 밖에서는 스페인어만 사용하기였다. 시간도 많겠다, 현지인처럼 살아보자고 다짐한 터라 기왕이면 언어 연습도 해 보고 싶어서였다. 매일 듀오링고로 스페인어를 익혔지만, 진짜 입을 틔우기 위해서는 실전 연습이 필요했다. 그 최적의 장소가 바로 도보 3분 거리에 있던 슈퍼마켓, 일명 수뻬르메르까도(supermercado)였다.

 

슈퍼마켓은 스페인어로 수뻬르메르까도(supermercado). 이 가게의 이름은 간단명료하게도'가라치코 슈퍼마켓'인 '수뻬르메르까도 가라치코(Supermercado Garachico)'였다.
슈퍼마켓은 스페인어로 수뻬르메르까도(supermercado). 이 가게의 이름은 간단명료하게도
'가라치코 슈퍼마켓'인 '수뻬르메르까도 가라치코(Supermercado Garachico)'였다.

 

“Hola!" 날마다 그곳의 문턱을 넘으며 주인장과 인사하고, 찬찬히 가게를 돌며 필요한 것들을 바구니에 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려하던 상황이 발생했다. 아무리 찾아도 소금이 없는 것. 직원한테 말 걸기가 무서워 한 자리에 30분 같은 3분을 서 있다가 입을 뗐다. "¿Dónde está la sal?" 그는 몸소 소금의 위치를 알려줬고, 기쁨과 감사함에 활짝 웃으며 “Gracias”라고 인사를 전했다.

물건을 다 고르고 계산대 앞에 서니 마지막 관문만 남아 있었다. 바로 결제. 주인장이 총액을 알려주면 카드로 결제할 수 있냐고 물어봐야 했다. “15유로예요.” 이제 내 차례였다. “Con tarjeta, por favor.(카드로 결제할게요.)” “Sí. ¿Necesitas un recibo?(네. 영수증 필요하세요?)” “No, gracias. Ciao!(아니요, 괜찮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미소를 뒤로 하고 몇 걸음 안 걸어 가게 밖을 나오니 광대가 승천할 듯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뿌듯한지. 짧은 순간이 참 길게도 느껴졌지만, 무사히 장을 본 덕에 그날은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비록 7일이었지만 만날 활짝 열린 문 사이로 들락거린 덕에, 스페인어로 장보기에는 도가 튼 사람이 되었다.

 

지금도 조금씩 아는 스페인어를 늘려가고 있다. 당시 몇 자라도 배워보겠다는 마음이, 수뻬르메르까도에서의 실전 경험을 거쳐, 현지에서 자유로이 얘기해 보고 싶다는 꿈이 되어서일 테다. 설령 욕심만큼 할 수 없을지라도 그 소망을 이루고자 공부하는 지금이 즐겁다. 언어를 배우는 것, 이제는 내 생애 한 부분을 차지한 그것이 내게는 큰 삶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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