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Vol. 4 잠비아・짐바브웨

55시간의 대이동 ...

2025.1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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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잡그사

일기와 잡지 그 사이 어디쯤

누구에겐 여행 최악 썰이었던

"여행 최악썰이 뭐야?"

여러 세계여행자가 모인 이집트 다합에서 나눈 대화입니다.

 

도현쌤: 탄자니아에서 잠비아로 넘어가는 버스를 48시간 동안 탔어. 냄새나고 좁고 바퀴벌레 다니고 ... 한 번은 눈 떴는데 코앞에 어떤 아줌마 발이 있더라. 너무 지쳐서 나도 모르게 "aGHH 뻐킹 발 치워!!" 하고 외쳤지.

나: '오 .. 나는 저건 절대 안 타야겠다'

 

그렇습니다.
그건 안 탔어요.
더한 걸 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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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시간의 대이동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서부터 잠비아 리빙스턴까지 - 2,42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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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에 다르에스살람 숙소에서 나서서, 4일 밤 11시, 리빙스턴 숙소에 도착했어요.

 

- 2025/09/04 -

아프리카 이제 뜰 때가 된 것 같다. 55시간 이동 끝에 숙소에 도착했는데 기쁘지가 않아. 21시간이었던 두 번째 버스가 날 죽였다. 재미도 없어 걍 죽고 싶었다. 생리 중인 여성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고르시오. (···) 욕하는 내 육성에 스스로 놀랐다. 숙소 사장이랑 싸우는 영상 보고 수언 언니가 아프리카 가면 민지 소리치는 것도 볼 수 있네 했는데, 언니 .. 시원하게 욕하는 것도 볼 수 있어 ..

창밖이 보이고 노래만 있다면 몇십시간이고 장거리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었고.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전제 조건이 필요했는지 … 바퀴벌레 없고, 냄새 안나고, 팔다리 움직일 수 있는 좌석 공간 있고, 시끄러운 노래가 안 흐르고, 중간에 실물 화장실 휴게소가 있어야 즐기는거였다. 고통스럽고 싶어서 나왔다면서 고통이 반갑지가 않아. 

 

아프리카 종단이라는 꿈이 생긴건 2023년도 가을이었습니다. 

정신적 고통을 잊게 해줄 더 큰 육체적 고통을 갈망하며 제가 있던 곳에서 도망치고 싶어했어요. 생사를 오가는 다른 사람들의 여행 무용담을 읽으며 '아프리카를 종단해야겠다' 마음 먹죠. 

 

- 2023/11/06 -

오랜만에 달렸다. 뜀박질 한바탕하니까 살 것 같다. (···) 어제 오늘 내 머릿속은 온갖 무모한 도전으로 가득 차 있다. 아프리카 여행, 백패킹, 청주에서 김밥 먹고 대전까지 걸어가기 등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런 도전을 하고 싶다. 정말이지 너무 휴학하고 싶은데. (···) 하기 싫은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껴보자. 이 정도 강도로 하기 싫은 일을 했을 때의 성취감 한 번 알아보자...

 

그때는 휴학을 하고 바로 떠나고 싶었지만, 결국 도망가지 못하고, 제 앞에 닥쳐 있던 고통과 마주했습니다. 이후 도피성으로 여행을 꿈꾸는 일은 없었어요.

‘자아 탐색’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와닿았던 때입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했죠. 좁은 세상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상합니다. 온실을 박차고 ... 꾸룽내 나는 버스에 구겨져 있는데. 분명 이런 고통을 원해서 나온 건데, 막상 처하니까 다시 온실로 도망치고 싶은거 있죠. 왜 그런 걸까요.

 

빅토리아 폭포,

촉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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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폭포는 잠비아와 짐바브웨 국경 사이, 잠베지 강 위에 있습니다. 폭 1.7킬로미터, 낙차 108미터의 물줄기가 떨어지며 생기는 물안개는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보일 정도예요. 현지에서는 오래전부터 이곳을 ‘모시 오아 툰야(Mosi-oa-Tunya)’, 즉 ‘천둥치는 연기’라 불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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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5년, 탐험가 데이비드 리빙스턴이 이곳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현지인들에게 신성한 장소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폭포의 굉음은 신의 목소리로 여겨졌고, 동시에 그 소리가 두려워 사람들은 가까이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리빙스턴은 그 장관에 감탄해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따 ‘빅토리아 폭포’라 부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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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짜릿한 번지점프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두 나라를 잇는 빅토리아 폭포 다리(Victoria Falls Bridge) 위에서, 111미터 아래로 떨어지는 잠베지 강을 향해 뛰어내릴 수 있어요. 점프 직전, 왜 이걸 하겠다고 했는지 후회하며 극한의 공포에 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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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4 3 2 1 "  ...
"꺄앍아악아ㅏ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짧은 공중의 시간 동안, 이 거대한 폭포가 왜 신의 영역이라 불렸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신 곁으로 갈 뻔했으니까요.

 

두려운 것에 도전해본 적 있어?
도전하고 느낀 점은?

 

J: 안 친한 무리한테 아무렇지 않은 척 먼저 말걸기. 여기와서 ㅈㄴ 많이함. 길에서 모르는 사람들 인터뷰하기 (역시 아무렇지 않은척). 내일도 해야됨. 너무 스트레스 받아. 스스로를 고통에 담구는 기분이란다 :) ..  pain juice

J: 도전에 따라 케바케지만 별로 극복했다는 기분은 안 들긴해. 오히려 굳이 나를 이런저런 상황에 억지로 끼워맞추려고 하지 않아야겠다.. 는 것을 느꼈단다. keep my cool. i will attract what i attract.

 

M: 새로운 분야 공부하기. 공인중개사 시험도 도전이었지. 완전히 모르는 분야였으니..

M: 자신이 생겼어. 할 수 있다.

 

D: ☞ 창업 | 안정적이고 워라벨 좋다고들 하는 고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할 때는 '어차피 우리 엄마아빠는 나보다 잘 벌고 내가 아직 책임져야 할 가족이 없으니 내 인생 걸고 도박 한번 해야겠다' 했는데 막상 사표내고 창업 시작하니까 생각보다 잘 풀리고 쉬워서 이게 인생까지 걸일이었나? 싶은 느낌이들었지. '시작이 반이다' 항상 안 믿던 문구였는데 그때 정말 이 말이 맞구나 싶었어

그러다가 전혀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겼어. 장사가 생각보다 잘 되기 시작하고 단골들이 생기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코로나가 터진거야. TV에 실시간으로 감염자들의 동선이 파악되기 시작하고 기사 하나 하나 나올때마다 손님은 뚝 떨어져갔어. 벌려놓은 일들이 있어서 수입이 있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는데 3년간 수입이 없어진거지 창업할 때 보다 그때가 더 힘들었던거 같애ㅋㅋ

살던 집도 팔고 원룸으로 이사하고 임용을 다시 봐야하나 생각도 들었는데 버티니까 엔데믹이 다가오고 발길을 끊었던 손님들도 다시 돌아오시기 시작했고 다시 잘 되기 시작했다 끝!

☞ 번지점프 | 평소 고소공포증이 있어 높은 곳을 꺼리는 편인데 여행 중에 빅폴가서 번지점프 할 기회가 있어서 잘 됐다 이번 기회에 이걸 좀 극복해보자는 생각에 빅폴에 갔는데 바닥 한 번 내려다보니까 도저히 못 뛰겠더라고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하고 아직까지도 놀림을 받고있다....다시 돌아간다해도 절대 못 뛸거라는 확신이 들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

 

두려움은 극복하는 게 아니다. 익숙해지는 것이다.

빅토리아 폭포에서 점프하고 느낀 점입니다. 평생 뛰어내리는 것을 무서워할 것입니다. 이것이 익숙해지는 날을 기대하지 않기로 했어요. 길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걸고 인터뷰하는 일도 언제나 떨리겠죠. 그렇지만 그래서, 해냈을 때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벌벌 떨면서도 끝까지 하겠죠.

 

이제 30시간 정도 이동해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로 내려갑니다. 30시간은 껌이죠. (아님) 요하네스버그에서 몇일 쉬다가 마다가스카르로 이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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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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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연

    0
    about 2 months 전

    장거리 버스 한 문단만 읽어도 창문으로 탈출하고 싶어져요ㅜㅜ 굳이 극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 좋네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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