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 1: "맘보~" (어때? 잘 지내?)
나: "포아~" (응 좋아~)
행인 1: "카리부사나!" (정말 환영해)
나: "아산테사나!!!" (정말 고마워)
나: "하쿠나마타타 (모든 게 잘될거야)"
행인 2: "하쿠나마타타 폴레폴레 (모든 게 잘될거야 천천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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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82: "맘보~"
나: "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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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입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킬리만자로 기슭의 마을 모시, 인도양의 섬 잔지바르.
소개합니다 - 맘보포아의 나라, 탄자니아 !

넘어지는 건 순식간
킬리만자로 기슭에 자리한 마테루니 폭포(Materuni Waterfall)는 차가족(Chaga) 마을에서 시작하는 산행 끝에 만나는 거대한 낙수입니다. 길은 진흙투성이에 미끄럽지만, 그만큼 재미있었어요.
슝 - 털썩. 슝 - 털썩. 순식간에 엉덩방아를 여러 번 찧었습니다. 넘어지는 건 순식간. 항상 겸손히 살아야 합니다... 2~3시간 동안 진흙길에 넘어지고 웃으며 걸었던 기억은, 폭포 자체보다도 초입에서 지팡이를 건네주던 이, 크록스를 빌려준 상인, 길에서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건네던 사람들로 더 오래 남았습니다.


불편한 상황에 나를 노출시키는 것
부제: 길에서 목청껏 헬프미와 돈터치미를 외치다.
여러분의 여행 최악 썰은 무엇인가요? 저는 작년 터키에서 마신 구더기 가득한 오렌지 주스를 벌컥 벌컥 마신 것입니다. 아루샤에 오기 전까지는요. 이 사건이 그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아루샤 추격전 사건]: 철문을 잠가 우리를 가두려던 숙소 직원에게 쫓기며 배낭을 멘 채 달린 사건이다.
체크아웃 후 합의 아래 숙소에 짐을 맡겨두었는데, 돌아오자 사장은 “당신들 때문에 손님을 못 받았다”며 하루치 숙박비를 요구했습니다. 버스 시간이 임박해 결국 돈을 내고 빠져나왔지만, 거리에서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신체적 접촉과 고성이 오갔고, 구경꾼들까지 몰려든 잊지 못할 전투가 되었습니다.
싸움도 불편하지만요, 그보다 더한 건 바퀴벌레입니다. 간신히 탑승한 버스는 바퀴벌레와 동승이더군요.
-2025/08/20 다르에스살람행 버스에서-
분명 바퀴벌렌데 .. 모른척 … 못봤다 .. 못봤다 …. 창조주라는 분이 계신다면 묻고 싶습니다… 바퀴벌레를 왜 만드셨나요 ? 불편한 상황에 스스로를 노출시킨다는 말을 떠올린다 ...
-2025/08/26-
나 사실 벌벌 떤다. 엄청 긴장하면서 하는거다. 안 떨고 100퍼센트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허나 동양인이 주목받는 곳에선 자의식이 더 치솟는다. 버스 타는 것조차. 내가 어떻게 보일지 200퍼센트 신경쓰이고 문화에 어긋나는 행동 하고 싶지 않아 왕조심해진다. 안 조심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더 노출시키는데, 아직인걸까 영영인걸까. 기질인건가. 자기부정의 끝이 자기수용일지 모르지만, 시행착오와 노력을 거듭하는 사람인게 장점이라. 언젠가는 불닭같은 사람이 되어있을지도.
웰컴 투 잔지바 -
[아루샤 추격전 사건]에서 숙소 직원의 편을 들며 통역을 해주던 행인이 있었습니다. “경찰 불러서 일 키우지 말고 그냥 돈 내라”며, 제게는 이렇게 말했지요. "God will pay you back." (하나님이 언젠가 갚아주실 거예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근데 웬걸. 24시간 이동 끝에 도착한 잔지바르 켄드와 숙소에서 1박을 공짜로 연장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거의 무교이지만, 이런 우연은 조금 신기합니다.
지금은 하나의 국가인 탄자니아(Tanzania) 는 사실 두 지역의 결합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본토인 탕가니카(Tanganyika) 와 섬인 잔지바르(Zanzibar) 는 원래 서로 다른 나라였습니다. 1964년 합쳐지면서 ‘탄자니아’라는 이름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역사 때문에 두 지역의 문화와 생활양식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본토는 기독교 인구가 많지만, 잔지바르는 오랜 아라비아 무역과 이슬람 문화의 영향으로 지금도 주민 대다수가 이슬람을 믿습니다. 거리 풍경, 옷차림, 일상의 분위기에서도 본토와는 다른 점이 느껴집니다.
📍Zanzibar Coffee House
스톤타운에 머무는 동안엔 매일 잔지바르 커피하우스를 방문했습니다. 이곳에서 마신 커피는 적당한 산미와 가벼운 질감이 특징이었어요. 탄자니아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아라비카 커피 산지이지만, 사실 여행 중에 ‘오! 정말 맛있다’ 싶은 커피를 마신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곳의 커피는 충분히 괜찮았고, 하루를 시작하기에 알맞은 한 잔이었습니다.
잔지바르는 특유의 에너지가 넘치는 곳입니다. 여태 방문한 모든 아프리카 국가 중에 가장 활기 넘치는 곳이었어요. '잠보 - 잠보 브와나' 노래를 하루에 백 번도 더 불렀어요. 이 노래만 부르면 주변 사람들과 순식간에 하나가 됩니다. 화가 나도 이 노래가 들리면 따라 불러야 해요.
-2025/08/28-
스톤타운에서 파제 가는 길. 먼지 직방 달라달라 탑승. 여기서 더 탄다고? 싶은데 더 탐. 그러고 더 탐. 사람들의 얼굴 표현이 풍부해. 기절해서 자는 아기 둘이 있었다.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청년이 아기를 깨우며 얼굴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침을 닦는 시늉을 했는데 그것을 관찰하는 게 너무 재미있는거야. 표정이 풍부하다. 애기가 신발 한짝을 차에 두고 내려서 그 낑기는 자리 사이로 모두가 두리번거리며 나서는데, 그것 또한 재미있었음. 한국이었으면 어땠을까. 애초에 이렇게 낑겨 탈 일이 없긴 했겠다.
📍BAUSINGA Kitesurfing School Zanzibar
잔지바르 남쪽의 파제(Paje) 는 일정한 바람과 얕은 바다로 유명한 카이트서핑 성지입니다. 해변에는 여러 카이트서핑 교습소가 줄지어 있고,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닙니다. 저도 강습에 등록해 기초를 배웠지만, 둘째 날은 바람이 불지 않아 더 나아가지는 못했습니다.
팅가팅가 화풍
팅가팅가 예술은 1960년대 후반,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서 화가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Edward Saidi Tingatinga) 가 시작한 독창적인 화풍입니다. 버려진 합판과 자전거 페인트를 재료로 삼아, 강렬한 색감과 다양한 동물을 단순화해 표현하며 대중적인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의 죽음 이후 제자들이 작업을 이어가면서 하나의 예술 운동으로 확산되었고, 지금은 다르에스살람과 잔지바르의 갤러리와 기념품 가게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작품들은 대체로 그라데이션 기법을 활용해 색을 채우는데, 그 점에서 저는 한국의 민화와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팅가팅가 예술은 전통적 아프리카 민화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해, 오늘날 탄자니아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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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178: "맘보~"
나: "포아~"
행인 179: "하쿠나마타타 (모든 게 잘될거야)"
나: "하쿠나마타타 폴레폴레 (모든 게 잘될거야 천천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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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가 넘는 시간 동안 매일 “걱정하지 말고, 여유롭게 가자”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습니다. 되고 싶은 사람, 갖고 싶은 삶의 태도가 있다면 입 밖으로 내뱉어 보세요. 습관처럼 반복하는 말들이 어느새 머릿속 깊이 새겨집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하쿠나마타타 폴레폴레, 걱정하지마 잘 될거야'라고 지금 이 순간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에디터의 명령입니다.
탄자니아를 떠난 뒤로는, ‘감사합니다’를 말할 때마다 무심코 ‘아싼테’가 튀어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습니다. 워낙 즐겁게 “아싼테, 아싼테사나!”를 외치던 터라, 다음 나라의 언어로 ‘감사합니다’를 익히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Zikomo(지코모) — 잠비아에서 ‘감사합니다’를 전하는 한 방법입니다.
다음 편은 55시간의 이동을 거쳐 도착한 잠비아, 짐바브웨에서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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