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나고 달나게 살렵니다 폴레폴레
몇 해째 제 블로그의 한줄 소개인데요, 폴레폴레는 스와힐리어로 '천천히 천천히'라는 뜻입니다. 발음은 한국어의 '빨리 빨리'와 비슷하지만 뜻은 정반대인 이 단어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 케냐에서 나눈 많은 대화의 끝은 늘 이렇게 마무리되었어요. "하쿠나 마타타, 폴레폴레"
걱정 마, 잘될거야.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가자 -

걱정 마 ...
... 알겠어 걱정 마 ...
"진짜 걱정하지마!!!"
아빠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다합 프리다이빙 1일차 사진 보내며) 재미있었어 같이 배우는 버디 두명 있고 선생님이 엄청 꼼꼼하셔"
빠: 그려.. 물가에선 항상 지나친 조심도 지나치지 않아~^^
"(다합 마지막 점심 사진 보내며) 마지막 점심"
빠: 잘 먹고 가고, 늘 조심조심...^^
"케냐 겨울이야 엄청 추워 내일 모레 마사이마라 사파리"
빠: 아프리카가 춥다니 생소하네..ㅋ 사자나 맹수들 조심...♡♡
"(사자 사진)"
빠: 멋지네...^^ 사자 조심~ㅋ
"(수영 사진)"
빠: 물조심...
"아루샤에서 다르에스살람 옴 ! 페리타고 잔지바르로 가려고"
빠: 그래. 더위조심~^^
"(돌고래 사진)"
빠: 파도가 쎄네... 많이 조심해야겠다. 지금야?
"나는 오늘 잔지바르 켄드와에서 잔지바르 스톤타운 쪽으로 옮겨가 ~~~"
빠: ㅎㅎ. 조심해서 이동하기...ㅎㅎ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제가 아프리카 이야기만 꺼내면 발생한 일입니다. 그러다 올해 3월, 밥먹다 본격적인 계획을 말씀드렸고, 3일 뒤 아버지는 술에 취해 귀가하시며 ...
빠: are you an african girl? are you canadian girl? are you korean girl?
무한 반복.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몰랐던 마음들을 짐작해보며, 여행 계획을 전면 수정했습니다. 혼자 아프리카로 떠나면 부모님이 밤잠 설치실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인생은 예측 불가한 것. 딸은 이집트에서 다시 마음을 바꾸어 버렸으며, 결국 아버지는 제가 맹수에게 잡아먹힐까 걱정 중이십니다. 하쿠나 마타타.
SAFARI
아프리카를 떠올렸을 때 광활한 자연과 동물을 떠올리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저 또한 그랬고요. 올해 초 일기장 표지를 아프리카에 간다면 볼 동물 스티커로 꾸몄습니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코끼리를 눈 앞에서 봤다는 것도 인상 깊지만, 가이드 안토니와 했던 대화가 잔상으로 남아있습니다. 탄자니아로 내려와 스와힐리어로 인삿말을 나누면 종종 '어? 너 스와힐리어 해? 어디서 배웠어?'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제 답변은 케냐, 안토니였죠.
스와힐리어 사전
안토니는 제 이름 '민지(Minji)'가 스와힐리어로 ‘완두콩’을 뜻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제 이름을 들었을 때 웃었던 거죠. 그런데 ‘민지민지(Minji Minji)’라고 두 번 반복하면 ‘매력적이고 똑똑한 여성’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안토니는 저를 늘 “민지민지”라고 불렀습니다.
케냐의 부족
케냐에는 공식적으로 42개 이상의 부족이 존재합니다. 안토니의 말에 따르면,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들의 지지 기반은 부족 단위로 나뉘고, 부족 간 연합이 판세를 가른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부족으로는 케냐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키쿠유(Kikuyu), 장거리 육상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칼렌진(Kalenjin), 그리고 케냐의 얼굴처럼 상징적인 마사이(Maasai)가 있습니다.
마사이 부족은 붉은 전통 의상 ‘숄카(Shúkà)’와 화려한 구슬 장신구, 점프하는 춤 ‘아두무(Adumu)’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목축을 중심으로 살아가며, 소는 단순한 가축을 넘어 재산과 신분의 상징입니다. 마을은 원형으로 둘러선 흙집과 풀로 만든 ‘마냥가(Manyatta)’로 이루어져 있어요.
토토 <Africa>
사파리가 끝나고 오는 길 모두가 잠든 차 안, 안토니의 플레이리스트 중 토토의 <Africa>가 흘러나옵니다. 좋아하는 노래라 조용히 춤을 췄어요.
토토(Toto)의 대표곡 Africa는 실제 여행 경험에서 나온 노래가 아닙니다. 밴드 멤버 데이비드 페이치가 TV 다큐멘터리를 보고 아프리카를 상상하며 쓴 곡으로, 멀리 떨어진 땅에 대한 동경과 낭만을 담고 있습니다.
가사 속 화자는 아프리카에 대한 강렬한 끌림을 고백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와 아프리카라는 미지의 공간이 겹쳐지며, 새로운 시작과 탈출의 상징으로 묘사됩니다. 당시 상황에서 탈출하고 싶어 아프리카 종단이라는 꿈이 생겼던 2년 전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I bless the rains down in Africa
아프리카에 비가 내리기를 축복해
Gonna take some time to do the things we never had
이제껏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볼 시간을 가질 거야
후렴구의 “I bless the rains down in Africa”는 아프리카의 비가 지닌 생명력과 경이로움을 찬미하는 동시에, 그 땅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합니다. 결국 이 노래는 “아프리카는 낭만과 경이,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열망의 상징”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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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8/17 -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한 큐에 명쾌하게 답을 하는 단호한 사람이고 싶은데. 즉답은 무슨, 길을 걸으면서 질문을 곱씹어본다. 꿈 ?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시간 보내는 것 ... 으음 .. 구체적이면 한없이 구체적, 추상적이면 한 없이 추상적이게 되는 질문이다. 질문을 구체적으로 해야
엇 생각해보니 아프리카 종단이 꿈이었네. 나 지금 꿈을 이루고 있잖아? 근데 막 벅차거나 무서울 정도로 행복하거나 그러지 않다. 한때는 상상만 해도 눈물 맺혔는데, 지금은 그냥 한다.
동물원이 싫어 마사이 마라까지 왔는데도 이상하게 주택 침입한 기분이 듭니다. 자고 있는 사자를 둘러싼 수많은 사파리 차량 때문일까요. (그런데 이 사자는 잠에서 깨자마자 당당히 사랑을 나눕니다.)
케냐 FUN FACTS
1. 커피 생산국이지만 차를 더 즐긴다.
케냐는 세계적인 커피 산지이지만, 정작 현지인들은 차이 티(Chai)를 더 많이 마십니다. 우유와 설탕을 넣어 끓인 ‘차이 티’는 일상 속 대표 음료입니다. 다른 곳에서 먹어본 차이 티보다 슴슴한 맛이 입에 잘 맞아, 식사 때 뜨거운 차이를 맛있게 마시곤 했습니다.
2. 나이로비는 ‘고원의 수도’이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해발 약 1,795m에 자리해 있으며, 이는 한라산 정상(1,947m)보다 조금 낮은 고도입니다. 덕분에 기온이 선선해 6월부터 8월까지는 ‘케냐의 겨울’로 불리며, 아침·저녁 기온이 10도 안팎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제가 있던 때에는 비가 와서 많이 추웠습니다. (해발고도가 높은 고지대 환경이 지구력과 체력을 기르는 데 유리하다고 합니다)
3. 국기 속 상징이 뚜렷하다.
케냐 국기의 검은색은 국민, 빨간색은 독립 투쟁, 초록색은 자연을 뜻합니다. 중앙의 마사이 방패와 창은 독립과 자존심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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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8/13 -
얼떨결에 버킷리스트를 이루어 나간다. 횡단보도에서 건넨 '안녕하세요' 한 마디로 시작된 인연으로 케냐 초등학교에서 하루 봉사활동을 했다. 케냐하면 떠오르는 것: 마젠타 핑크, 짜이, 그리고 환대. 살다가 힘들 때 케냐로 언제든 돌아오라는 말에 살짝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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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종종 사진 직접 찍은 것이냐는 질문을 받는데요, 출처 혹은 촬영기사를 언급하지 않은 이상 전부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나름 작지만 확실한 팬층이 있는 아마추어입니다.) 저작권 침해 시엔 고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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