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음악파는 김루씨의 김루야.
지난 번에 글감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잖아. 글 나가고 나서 내부에서도 논의를 많이 했는데,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글을 재개할 때가 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관련 글 중에 인기 있는 것들을 좀 찾아봤어. 그랬더니 한때 뉴스레터를 뒤흔들어놨던 ‘돈 밝히는 여자 Cathy’도 그렇고 내가 요새 즐겨보는 ‘롱블랙’의 회계 관련 글도 그렇고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독자에게 말을 놓는다는 거야.
(말투 이전에 내용이 훌륭하다는 게 더 근본적인 공통점이지만...)
그분들이 말을 놓는 이유는 잘 모르겠어. 그래도 필자가 편하게 서술해가면 읽는 사람도 좀 쉽게 느껴지는 기분이 있다고 해야 하려나?
아무튼 그래서 우리도 좋은 건 따라 해보려고😋
새로운 포맷의 시작은 팬덤 비즈니스의 에이스, 디어유에 대한 이야기야.
거침없는 디어유의 피봇팅
혹시 디어유의 옛날 이름이 ‘에브리싱’이었던 거 알고 있던 사람 있어? 맞아, 그 노래방 앱. 사실 나도 사업보고서 보기 전까지는 다른 회사인 줄 알았어. 지금의 팬덤 서비스랑 노래방은 너무 다르잖아.
하지만 확실한 건 노래방 앱으로는 그렇게 큰 재미는 못 봤다는 거야.
매출이 3억 언저리라니, 규모 자체가 너무 작지? 이런 금액을 보고 나는 보통 ‘개인에게는 크지만 회사엔 적은 돈’이라는 표현을 써. 저 돈이면 직원 월급도 못 준다는 얘기야.
예전에 노래방 앱 하던 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노래방 앱이 생각보다 쉽지 않대. 그분이 말씀하시길 사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노래를 할 만한 공간이 없다는 거야. 방음이 안 되는 내 방에서 삼단 고음을 내지를 수가 없으니 앱으로 노래를 할 수 없다는 거지. 참 재밌지? 틱톡은 뜨는데 노래방이 안 되는 건 춤은 소리를 안 내고 할 수 있어서 그런가?🤔
아무튼 그래서 디어유는 피봇팅을 준비해. 그리고 그 작업을 위해 2019년에 브라이니클이라는 회사를 인수하지.
브라이니클이 어떤 회사냐고? 브라이니클은 메신저 서비스 개발에 강점이 있던 회사야. 출시한 서비스로는 카카오톡의 대항마로 나왔던 ‘돈톡’, 그리고 우리은행에서 출시한 비운의 서비스 ‘위비톡’이 있어. 게다가 브라이니클의 안종오 사장, 이학회 부사장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스틱89(지금의 미스틱스토리)의 경영에 참여한 경험도 있는 분들이더라고.
아무튼, 브라이니클은 메신저를 만들 수 있는 기술,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업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지구상에 있는 거의 유일한 회사였고, 내 최애와의 1:1 채팅 서비스인 버블을 만들 최고의 적임자였던 거야.
팬덤 전문가와 메신저 전문가의 만남
혹시 다들 버블 써봤어?
써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팬덤 전문가와 메신저 전문가의 조합은 정말 대단하더라고. 사람들이 얘기하는 버블의 장점 몇 가지만 추려보면...
(너무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다, 1:1 채팅 형태 덕분에 보기 싫은 다른 사람의 메시지를 거를 수 있다, 맥락만 잘 맞으면 진짜 티키타카 하는 느낌이다, 앨범 준비 과정을 알 수 있다, 아티스트의 TMI를 알 수 있다 등등... 물론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그 단점을 커버하고도 넘치는 서비스라고 다들 이야기하더라고.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는 실적이 좋아질 수밖에 없어.
디어유의 매출 그래프를 볼래?
디어유는 버블 서비스를 런칭한 2020년에 그 전년에 비해 7배 가까운 매출 성장을 이뤘고, 그다음 해에는 3배가 넘는 매출 성장을 이뤘어.
초반에는 매출이 없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걸 J커브라고 하는데, 흔히 스타트업의 로망이라고 일컬어져. 그걸 디어유가 해냈다는 거지.
응? 이 성적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르겠다고?
알았어, 그러면 경쟁 서비스라고 일컬어지는 유니버스의 실적이랑 비교해볼게.
유니버스도 CJ ENM과 협업하면서 CJ와 관련된 아티스트를 많이 당겨왔어. 희대의 걸그룹 아이즈원이 유니버스의 간판이었는걸. 하지만 유니버스의 21년 매출은 디어유의 1/3도 안 되는 수준인 114.9억밖에 안 돼. 저렇게 해도 디어유의 반도 못 따라잡는다는 게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어.
돈 쓸 일이 없는 디어유
디어유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뭐였을까?
일반적으로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품을 제공하는 공급자와 실제로 돈을 쓰는 소비자, 이 양쪽을 다 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해. 영어로는 양면 시장(Two-side Market)이라고 하지.
그래서 예를 들면 예쁜 옷을 만드는 브랜드도 섭외해야 하고, 그걸 사줄 고객들도 획득해야 한다는 거야. 하나만 잡기도 어려운데 둘 다 잡아야 한다니... 플랫폼이란 거 생각보다 어려운 사업이야.
그렇다면 디어유는 이걸 어떻게 해결했을까?
1. 공급자(상품)
일반적으로 플랫폼들은 공급자(상품)를 확보하기 위해서 돈을 엄청 많이 써. 콘텐츠 플랫폼은 오리지널 콘텐츠에,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은 크리에이터에, 쇼핑몰은 신생 브랜드에 투자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디어유는 공급자 확보에 돈을 쓸 필요가 없었어.
애초에 SM이 자기네 아티스트로 하려는 신규 사업인데 디어유가 아티스트 확보에 무슨 돈을 쓰겠어. 게다가 최대 주주가 SM이고 2대 주주가 JYP인데 말이지.
초기에는 SM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되어서 서비스가 잘 굴러가니까, 그다음엔 다른 회사 아이돌로 쉽게 확장이 되고, 지금은 심지어 스포츠 스타랑 BJ까지도 버블에 참여하고 있어.
문뜩 버블에 입점한 스타의 수가 궁금해서 직접 손으로 세어 봤는데, 300명이 넘어가더라고. 올해에는 배우랑 해외 아티스트까지 그 영역을 확대한다고 하니까 그 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거로 생각해.
2. 소비자
내가 디어유에 대해서 스터디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바로 이 소비자와 관련된 내용이야.
일반적으로 서비스 초기에는 고객을 모으려고 마케팅을 엄청나게 하잖아. 쿠폰도 뿌리고 광고도 하지. 심지어 요새는 옥외 광고가 유행이라 그 비싼 것도 거침없이 한다고.
이러한 마케팅 활동에 사용된 마케팅비는 재무제표에 광고선전비나 판매촉진비라는 내용으로 기록이 돼.
그런데 버블은 얄밉게도(?) 마케팅비를 단 1원도 쓰질 않아.
디어유의 비용은 구글과 애플에 납부하는 결제수수료를 포함한 지급수수료가 70%를 넘고 나머지는 인건비나 기타 비용들이야. 그 어디에도 광고선전비, 판매촉진비 이런 거는 찾아볼 수 없더라고.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라고 고민했었는데...
애초에 팬덤 비즈니스는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돈을 쓸 필요가 없어. 그냥 연예인들이 본인 인스타 같은 곳에서 “저 내일부터 버블해요” 한 마디만 얘기해주면 끝이거든.
좋은 놀이터를 만들고 스타를 섭외하면? 팬들은 자연스럽게 모여든다는 거지.
다른 산업 종사자들은 조금 억울할 수 있겠지만, 이런 게 바로 팬덤 비즈니스의 핵심이야. 그래서 요즘 너도나도 “팬덤”을 키우겠다고 하는 건가?
유일한 지출, 지급수수료
그럼 디어유는 대체 어디에 돈을 쓰는 걸까?
디어유의 비용은 대부분이 지급수수료인데, 지급수수료는 크게 두 가지야. 하나는 엔터사에 정산해주는 비용, 다른 하나는 구글이나 애플에 지급하는 결제수수료지.
정산비율에 대해서는 밝혀진 게 없어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얼추 계산해보면 디어유 45%, 엔터사 30%, 구글/애플이 25% 정도 가져가는 것 같아.
디어유의 거래액을 저 비율로 다시 계산해보면 얼추 이 정도 그림이 나오네.
디어유가 285억, 엔터사가 190억, 구글/애플이 158억 정도를 가져간 거야. 디어유에겐 꽤 괜찮은 장사지?
그런데 올해부터 디어유에 적용되는 구글의 결제수수료가 일괄 15%로 인하된다고 하더라(관련 기사). 전체 비용의 50%가 넘는 결제수수료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니, 디어유에겐 엄청난 호재인 거지.
많이 벌고 적게 쓸 디어유의 팔자
버는 건 많고, 쓰는 건 없으니 당연히 영업이익이 생길 수밖에 없어.
위에서 보는 것처럼 디어유는 버블 출시 2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해. 게다가 영업이익률은 33%라고. 진짜 말이 안 되게 높지 않아? 부럽다 부러워.
게다가 위에서 얘기한 걸 종합하면 아티스트 확대로 매출은 늘어날 거고, 구글에서의 결제수수료는 줄어들 테니 디어유의 수익성은 더욱 더 좋아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봐.
수익성이 좋아지는 만큼 앞으로 더 팬들과 아티스트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주기를 바랄 뿐이야!
음악파는 김루씨에서 처음 시도해본 포맷인데 어땠어?
갑자기 말을 놓으니까 나도 어색하긴 한데, 가능하다면 이 포맷으로 몇 개 더 써볼까 해. 말을 편하게 하니까 어려운 개념을 비교적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느낌이랄까?
이번 글에서 더 궁금한 점이나 피드백, 이후에 다뤘으면 하는 회사에 대해서 얘기해주면 적극 반영할게.
그럼 이번 주도 화이팅하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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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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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파는 김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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