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음악파는 김루씨의 김루입니다.
저는 커리어를 사업기획팀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꽤 많은 음악 관련 사업을 검토했고, 또 기획서도 꽤 많이 써봤는데요. 덕분에 뉴스레터 구독자분들이 신규 사업에 대해 질문을 주셔도 대부분 답변을 드릴 수 있게 되었고요.
그런데 거절하는 사업 제안서들을 보면 공통으로 놓치고 계신 포인트들이 몇 개가 있는데요. 특히 음악 산업에 종사한 적이 없는 분들이 쓰신 제안서에서 더 자주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음악 사업을 기획할 때 많이 하는 착각 세 가지에 대해서 한번 짚어보려고 합니다.
1. 음악 그냥 가져다 쓰지, 뭐
음악은 저작물이고, 저작권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음악을 다루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진행하려는 사업에 해당하는 저작권이 무엇이지 확인하고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을 사업 시작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하죠.
그런데 음악 사업을 기획할 때 저작권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들으면서 채팅도 하고, 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직접 트는 앱을 생각해볼게요.
친구들과 음악을 들으면서 수다 떨기 좋아하는 저한테는 최고의 앱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몇 가지만 짚어 볼게요. 앱에서 직접 음악을 트나요? 그러면 그 음악은 어떻게 확보하죠? 음악의 전송 방식은 어떤 것에 해당하나요? 저작권료는 어떻게 얼마나 납부하죠?
갑자기 숨이 턱 막히실 수 있겠지만, 이 정도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합니다.
실제로 음악의 전송 방식에 대한 이슈 때문에 서비스가 없어진 사례도 있어요. 예전에 온라인 라디오 앱 ‘딩가라디오’에서 제공한 DJ FEED라는 서비스가 딩가라디오가 주장하는 ‘디지털음원전송’방식이 아닌 ‘전송’방식으로 판결이 나서 서비스 자체가 중단됐었거든요(링크).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요. 직접 권리자들과 계약하거나, 콘텐츠를 대신 제공해주는 ASP 업체를 이용하거나, 기존 스트리밍 앱의 3rd 파티 앱이 되어서 해결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니 참고해주세요.
2. 대중들은 음악을 만드는 과정도 좋아할 거야.
유사품으로는 ‘대중들은 고음질로 음악을 듣길 원할 거야’, ‘대중들은 인디 가수 발굴에 적극적일 거야’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절대 아닙니다. 왜냐하면 주어가 ‘대중’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업계의 사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잊지 말아야 할 대중들의 특성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수동적이다, 재밌는 것만을 좇는다, 깊게 찾아보지 않는다… 등이 그렇죠.
이런 맥락에서… 이 노래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보컬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작곡가는 누구지? 어디에서 영감받았지? 하는 호기심은 ‘대중’이 갖기에는 조금 어려운 심화 질문입니다. 오히려 저런 것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대중이 아니라 ‘마니아’, 혹은 ‘팬’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업을 기획하실 때는 타겟 고객층을 더 좁게, 더 세밀하게 설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니즈에 맞게 사업의 방향성을 수정하셔야 해요.
예를 들어서 디어유 버블의 서비스 구조는 일반인이 보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처음엔 ‘1대1 채팅도 아닌 저걸 왜 돈 내고 쓰지?’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아이돌 팬덤의 마음은 제대로 사로잡았고, 심지어 상장까지 했잖아요.
더 색깔 있는 서비스를 만들려면 처음부터 큰 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시장 내의 고객을 만족시키는 게 우선입니다.
3. 음악인들은 새로운 것이라면 언제나 환영하겠지?
위에 1, 2번 사업의 타겟은 일반 대중들이었다면 이번 것은 음악인을 대상으로 한 신규 사업에서 많이 보이는 이슈입니다.
음악인을 위해서 새로운 가상 악기, 새로운 작업 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주면 사람들이 좋아하겠다는 건데요.
물론 창작자들은 새로운 도구나 환경을 통해서 새로운 자극을 받기를 원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 잘 쓰고 있는 것들을 대신해서 새로운 것을 쓰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기존의 것이 제공하는 가치는 그대로 제공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야 하고, 사용성도 훨씬 좋아야 하죠.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많이 쓰고 있다는 대세감도 만들어줘야 하고 가능하면 글로벌로 서비스가 되어야 하죠.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봤던 아이템은 한국판 SoundCloud였는데요. 대부분 국내 인디 가수나 프로듀서에 특화되어 있고, 기획사는 오디션이나 A&R에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컨셉이었고, 커뮤니티 기능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아쉽게도 사운드클라운드를 대체할 만큼 매력적인 플랫폼을 만들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아직도 대부분의 국내 아티스트와 기획사들은 사운드클라우드에서 활동하죠.
또 놓치기 쉬운 것은 생각보다 음악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작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콘텐츠 산업이라는 게 소수의 창작자가 만든 콘텐츠를 다수의 대중이 즐기는 구조잖아요? 다시 말해 음악인 풀 자체가 적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사업의 규모를 계산하실 때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얼마를 벌고 있는지 먼저 확인해보셔야 해요. 생각보다 시장이 작아서 놀라실 수 있어요.
나가며
오늘 나눈 이야기를 한 발짝 뒤에서 보면 음악 사업도 그냥 사업이랑 똑같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타겟팅은 날카로워야 하고,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점을 뽑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관련한 법이 있다면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는 내용 말이에요.
음악은 감성의 영역이어도, 음악 사업은 이성의 영역이어야 한다는 점, 꼭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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