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없고 인터넷 없고 닌텐도 오락기도 없었을 때 우리 뭐하고 놀았게요?
여자애들이 무찌르자 공산당 몇천만이냐 노래부르면서 고무줄 놀이하고 있을때 남자애들은 뒤에 숨어있다가 고무줄 끊고 도망가거나 누구네 집 중학생 형이 어디서 찢어갖고 온 건강 다이제스트 비키니 사진보고 킥킥대거나 그러고 놀았어.
그러다 질리면 어떤 날엔 공책 종이를 찢어 사다리를 그린 후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말아. 제일 밑단만 남기고 친구들 서너명이서 나는 1번 줄 너는 2번 줄 타고 올라갑니다. 종이 둘둘둘 펴 말아 넘기면서 사다리타고 제일 위 까지 올라가면 최상단엔... 뭐 별거 없어: 꽝, 알밤, 똥개, 대장 대략 이래.
이코노미스트의 미국 건국 250주년 특집 사다리 두루마리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습니다 ㅎㅎ. 자 아래의 긴 연대표 보이시죠? 이것이 오늘 우리가 타고 내려갈 사다리 입니다. 제목: 구매력 기준으로 본 세계 열강의 패권도.
이게 원래는 하나로 되어있어 스크롤 스크롤 길게 펼쳐지는데 중간 중간에 내용을 넣고 싶어서 제가 일부러 끊었습니다. (원래의 긴 표 멀리서 보면 꼭 구스타프 클림트 그림같이 보인다 신기하지 ㅎㅎ)

누가 뭐래도 18세기까지는, 거대한 땅덩어리와 어마어마한 인구를 가진 중국이 정말 세계 최대 강국이었던거 같아요. 그러다가 바다로 바다로 뻗어나가기 시작한 영국은 처음엔 면화를 들고, 홍차를 들고 중국 왕실을 드나들더니 19세기 중반에 아편으로 이 거대 왕조를 무너뜨리기 시작하잖아. 위의 표에서, 역사의 변곡점이 보이지요 1850년 즈음해서.
빨간색으로 보이는 미국은 당시만해도 신생 독립국의 티를 막 벗은 혼돈 상태의 작은 국가였어요. 우리가 영화로 봐서 잘 아는 총잡이들, 골드러시 이민자들, 노예들이 이 시기를 장식한 주인공들이에요.

그러다가 어라? 20세기 들어오면서 미국이 급 확장하기 시작했어! 건축붐, 광산붐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어 철도가 깔리고 프랑스 영토였던 루이지애나 획득, 멕시코 전쟁 승리로 서부 영토 대거 획득(San Francisco, San Diego, Las Vegas 이런 이름이 다 스페인어에서 왔잖아요. 과거 멕시코 영토였다고), 그리고 스페인 전쟁 승리로 괌, 푸에르토리코, 필리핀까지 획득. 하여 영국이 주름잡던 세계 패권은 미국이 넘겨쥐게 됩니다.
한편 유럽 열강들은 1차대전, 2차대전으로 20세기 전반에 걸쳐 평안할 날이 없었으니 위의 표에 등장하는 갈색의 프랑스는 한때 유럽 대륙 평정할려 했으나 옆나라 독일이 나치간판 달고 제3제국이네 어쩌네 팽창하니 한쪽으로 찌부러져 있는 상태. 독일은 독일대로 전쟁 일으켜 패권 확장하려 했으나 스탈린이 지휘하는 소련군의 강력 저지로 전쟁 패망. 그래서 간단히 요약하자면 위의 표 끄트머리는 실타래처럼 얽히고 섥혀 뒤죽박죽 일보직전인 유럽(+전쟁 패망국 일본)과는 대비되는 모습으로, 미국의 확장이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여기서 잠깐 삼천포 탈까요? 위의 표에는 안 나오는 국가이지만, 내가 한 때 호주에 살았잖아. 이민 초기에 이 나라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겠다고 도서관에서 호주 역사책도 빌려 읽고 했단 말이야. 햐, 근데 놀랍더라. 어느 책에 나왔던 사진인데 설명드릴게요.

위 흑백사진이 1930년대에 찍은 시드니 하버 브릿지. (reference - https://www.alamy.com/sydney-c-1930s-image66065770.html)

그리고 이건 21세기에 찍은 시드니 하버 브릿지. 오페라 하우스가 자그마하게 보이는 것 빼고는 사진 똑같지요?
시드니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일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트레인으로 지나는 하버 브릿지는 사람 넋 빼앗는다고. 아 이 도시는 아름다운 강줄기 따라 유유히 뱃놀이하며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세상 평화롭게 살아지니 분명 신의 축복이 깃들여졌을 것이라 믿게됩니다. 그러니 100년 전에 사진으로 찍힌 시드니는 이미 그때부터 지금처럼 번영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자, 다시 티격태격 북반구의 대륙들로 돌아옵니다...만 사실 호주 얘기를 한 이유가, 미국도 호주처럼 세계대전의 진앙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전쟁의 타격이 미미했고, 미국의 경우 이민 및 정부 투자가 밑받침된 기간 산업의 급격한 성장, 인프라 구축, 거기에 텍사스에서는 석유 터지고, 그래서 PAX AMERICANA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지요.
위의 표에서 보면 미국 수준은 못 쫓아가지만 1989년 베를린 장벽 무너지기 전까지는 소련의 존재감도 상당했군요. 특히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과 공산주의 계획 경제 부문에 있어서는, 제가 읽었던 역사책 몇 권에서 밝히기로, 1970년대 미국 과학자들과 일부 경제학자들이 소련을 따라가기 위해 긴장할 정도였다 합니다.
한편 일본도 힘자랑좀 했네요, 20세기 후반까지. 1985년 플라자 협의로 환율이 하루아침에 두 배 뛰지만 않았다면, 일본은 아마 지금도 동아시아 패권을 거머쥐고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자 이제 막판 레이스. 21세기 들어와 지금 시점까지의 세계 열강 사다리 타기 밑단입니다.
중국이 승리하고 있어!
그런데 그래프 밑 설명 보이죠? 세계 패권도(圖)이긴 한데, 구매력 기준의 GDP라 중국이 크게 보이는 것이고, 환율 적용한 명목(nominal) GDP로 하면 아직 미국이 압도적인 1위입니다. 그리고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인데,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IT기업(AI 포함)이 미국 회사들이고요, 전 세계 무역 결재의 절반 이상이 미국 통화로 진행되니 달러 패권 여전하고요, 또 이거 중요해 - 다른 어떤 선진국들보다도, 미국으로는 사람이 몰리고 있어,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그럼 미국은 언제까지 세계 패권을 쥘 수 있을까요?
아직도 대다수의 지표에서 미국은 절대우위를 점하고는 있습니다만, 이미 쇠퇴의 양상이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 이코노의 지적입니다.
아래 표를 보면, 둘 다 미국과 중국 비교 자료인데 왼쪽은 연구 개발비 투자액이고요, 오른쪽은 세계 100대 대학교의 국가별 개수입니다. R&D는 구매력 기준으로 중국이 이미 뛰어넘었고, 100대 대학교는 미국이 현재 35개인데 중국과 간격 많이 좁히고 있지요.

중국 대학 실력 있는 것은 나도 경험해봐서 알아. (이 얘기 2년전 뉴스레터에서 한 것 같기도 하니 쏘리) 15년전 다니던 회사에 실리콘밸리 본사 출장이 있어서 갔어요. 내 나이 당시 30대 중후반, 나의 본사 팀 동료는 20대 중반의 중국인이었는데 상해 교통(Shanghai Jiao Tong)대학 출신이래. ㅋㅋㅋ 교통이 뭐야, 무슨 철도 안전 관리국 같은데서 가르치는 운전사 양성소 같은 곳인가, 하며 시덥지 않게 봤는데 얘가 얘가, 머리가 장난이 아니더라고. 한 며칠 같이 일하고 있는데 주위 애들이 문제 생기면 다 얘한테 몰려. 얘는 곧 휴먼 AI였던인 것이지. 내가 덤벙덤벙하며 실수 연발하고 있는 꼴을 보더니 이넘 왈, "케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해야 한다. 혼자서, 깊이, 많이!"
결국 몇 년 안돼서 그는 구글로 이직하였고 그가 타고 다니던 차는 이직 전에 이미 벤츠 G-class 4WD로 바뀌었더라.
오늘 내용 정리하며 제일 마지막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그래프는, 이코노미스트 출처 아니고 Ray Dalio의 명저 The Changing World Order에서 뽑아온 것인데요, 와 이게 벌써 5년전 자료야.

제국의 흥망성쇠: 16~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 + 동인도 회사, 18~19세기 해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 20세기 팍스 아메리카나, 그리고 21세기 지금, 중화인민공화국이 꽹과리 치며 달려오고 있습니다.
나는 이 그래프보고 야 안되겠구나, 적을 알지못하면 당하겠어(!) 조바심이 들어 그 무렵부터 중국어를 공부하였고 지난 달 HSK의 마지막 단계인 6급 시험을 치러 엊그제 결과를 받았습니다.
헤헤헤
너무나 알쏭당쏭한 성적이 나왔기에 그 얘기는 다음번으로 미루며, 여러분 남은 주말도 快乐(콰이러) 행복하게 보내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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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뱅이
미국이 올해 처음으로 인구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네요. 일시적인지 장기 경향인지는 몇 년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요.
KK Biz 뉴스레터
아 그렇군요. 이제 전세계 애 안 낳기로 다들 결심한 모양이네요. 답글 + 커피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이번 한 주간 곰곰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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