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러시아군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기갑 전력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임. 러시아는 전쟁 전까지 매년 250대의 전차를 생산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는 신규생산품이 아닌 재생전차를 모두 합친 수량에 불과함.
실제 신규 생산은 2001년부터 2021년까지 20년 간 2,320대에 불과하며 매년 평균 110대 수준임. 나머지는 T-72B3로의 개량과 T-80BVM으로의 개량이 대부분인데, T-90M과 같은 신규 전차는 50대 수준으로 떨어짐.
물론 작년부터 T-90M 생산에 집중해서 66대까지 늘어나긴 했지만, 이는 미국이 생산하는 M1A2 전차 수량의 반도 안되는 물량임. 미국은 매달 12대의 M1A2 전차를 생산하며 2022년 기준 러시아의 2배 가량되는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음.
그러다보니 러시아군의 전차 전력은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음. T-62와 T-54/55가 끌려오는 것도 그러한 이유인데, 현재 러시아군의 주력전차 포지션은 아직까진 T-80과 T-72 계열임. 이 중 T-80이 수적 주력을 서서히 차지해나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전쟁 전 비축분 중 가장 상태가 좋고 많은 물량을 갖고 있었기 때문임.
대부분의 T-80BV 전차는 소련 해체 이후 예비물자로 비축되었는데, 최대 2,500대의 물량이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됨. 하지만 상태가 좋은 전차들은 약 800대 규모였고, 이들은 2016년부터 T-80BVM으로 개조되어 왔음. 그러나 이번 전쟁 중 400대를 상실한 상태임.
지금 남아있는 T-80BV들은 상태가 꽤나 의심스러운 상태이며, 당장 터빈 엔진 상태가 영 좋지 않은 상황임. T-80BV 전차가 사용하는 GTD-1000TF 엔진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물자였고, 1996~2016년까지 별다른 구매가 없었기 때문임.
당연히 2016년 이후로는 돈바스 전쟁 등으로 우크라이나가 금수조치를 해놔서 구매가 불가능한 상태. 이 상태로 간다면 나머지 T-80BV 전차 손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비축량 전체를 잃어버릴 수도 있음.
T-72의 경우는 T-80보다 더 암울한데, 이미 상태가 좋은 1,100대의 차량이 T-72B3로 개조되었다가 400대까지 현재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임. T-80BV들의 경우 상태가 그래도 쓸만한 차량들이 비축되어서 지금 꺼내지는 형편이지만, T-72는 그런 차량들이 B3로 개조되었다가 죄다 터져나가서 지금 남아있는 것은 정말 찌꺼기에 불과한 수준임.
주력 전차 라인이 죄다 이렇다보니 T-62와 T-54/55가 꺼내져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임. 아무리 러시아가 지금 노력해도 5개월 간 120대 이상의 전차 생산은 불가능한 상태이고, 현재 1,500대 가량까지 가용 전차 수량이 떨어진 상태임.
앞으로 3년간 T-62 계열 800대와 T-54/55 잔여물량을 합치면 1,000대를 재생할 수 있긴한데...이게 실질적으로 붕괴되어가는 러시아군 전차전력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음.
게다가 러시아군은 전투 시 전차 승무원 손실률도 꽤 큰 편임. 평균적으로 러시아군은 전차 1대가 격파당할 때마다 승무원 3명 중 1.2~1.7명의 손실을 내고 있음.
우크라이나가 전차 1대 격파시 승무원 손실을 0.5명 가량을 유지하는 것에 비하면 이는 상당히 큰 손실임. 승무원이 3명 체제인 것을 감안할 때 전차 1대가 격파당할 때마다 전차장, 포수, 조종수 중 최소 하나 이상은 손실된다는 것임.
이러다보니 러시아군의 전투력 손실은 더욱 빠르게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임. 이를 보충하려면 추가적인 훈련 등이 필요한데 지금 러시아군의 보충 현황을 보아했을 땐 제대로 훈련이 이루어진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큼.
결론적으로 러시아군의 전차 전력은 현 추세대로 간다면, 2023년 말에 들어서면 현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며 연간 생산력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피해로 보충조차 못하는 상황에 처할 것임.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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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의 공상 (371)
양 측의 전차 운용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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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뚱땡이WARHIPPO
항상 글 유익하게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의 기갑 승무원 손실률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요? 서방제 주력전차도 이제야 들어오는 실정이라 우크라이나군 기갑 주력은 여전히 보유/노획/재생한 T계열의 전차들일텐데 전차 설계상의 생존성에 의한 차이는 아닐 듯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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