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회

제주에서 만난 로렌

2023.04.15 | 조회 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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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어둑한 그 밤에, 적어둔 글을 들고 방문할게요.

#흘-3

 

여러 여행자들이 머릿속에 스치지만, 

오늘은 우주회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나누려고 합니다.

 

 

그 날은 전 날 비가와 구름이 가득한 날이었어요.

다른 날과 같이 저의 작은 카페 '림보'를 열기위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대문을 열고 나오길래 인사를 하려고 눈 을 맞추었는데

전 날 밤, 심야식당 문을 가볍게 열어 혹시나 가능하다면

하이볼 한 잔만 먹고 갈 수 있는지를 정중하게 물어보고 들어오던 여행자였어요.

그는 와인을 마시고 아쉬워서 빗 길을 걷다가 이 곳을 발견했다고 말했어요.

단정한 차림새여서 인건지 우아한 모습이 매력적인 그였어요.

식당에서 오늘은 어느 곳을 여행했는지, 또 일정은 며칠이 남았는지를 

물으며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렇게 아침에 또 만나게 될 줄은 서로가 상상 하지 못했었던 일이었어요.

둘 다 웃음이 터져 멋쩍은 눈인사를 하고 저는 커피 한 잔을 권했습니다.

그는 커피를 내리던 저에게 말을 걸었어요.

 

"너무 열심히 사시는 거아니에요? 밤에도 일하고 아침에도 

이렇게 커피내리면 피곤하겠다."

 

"이건 제가 좋아서하는 일이라서 피곤하지가 않아요."

 

"아유 청춘이네, 청년을 보니까 옛 시절이 생각나네요 

내가 대학 다닐 때...  혹시 우주회 알아요??"

 

"우주회..? 우주회가 뭐에요??"

 

"비 우[雨], 술 주[酒], 모일 회[會] 비오는 날에 술 마시는 모임이요.

아 청춘이 이런걸 모르면 어떡해~ 그 시절에

내가 신학과 오빠들이랑 친했거든요.

그 신학과 오빠들이랑 비가 오면 일단 뛰는거에요. 수업도 빼먹고, 

오후 예배 전까지 낮에 막걸리를 진탕 먹는거에요. 

그런 스릴이 있었는데. 비가 오면 술이 땡기잖아요"

 

"그쵸 비가오면 술이 땡기죠

저도 우주회같은 모임 만들어야겠어요. 그렇게 재밌는 이름의 모임이라니~"

 

"청춘이니까 할 수 있었던 거에요. 청년이 너무 부러워요. 

내 자식도 청년처럼 살았으면 좋겠네. 

물론 부모입장으로선 좀 다르겠지만 그냥 나이를 먹은 사람으로서

하고싶은 말은 잘 하고있는거에요. 뭐든지 다 해봐요 하고싶은건."

 

"아유 부끄럽네요. 감사해요"

 

"커피내리는 거 사진찍어도 돼요? 내가 멋있게 찍어서 보내줄게요." 

 

"당연히 됩니다! 편하게 찍으세요~"

 

커피를 다 내리고서는 나무 데크에 앉아 있는 그의 옆에 앉아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교환하고서는 커피를 한 모금 목으로 넘겼다.

그의 인스타그램 닉네임은 '로렌' 이었다.

 

"자 이 맛있는 커피와 함께 우중충한 하늘을 감상합시다!"

라고 로렌은 외쳤다.

 

 

여러분은 우주회같은

우리의 눈부신 시절을 같이 보내는 모임이 있으신지요.

 

저는 로렌이 참으로 눈부신 청춘의 시절을

잘 겪어낸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20대의 틈새를 가득 잘 메꾼 사람이라는 것을.

20대를 겪다보니 틈새가 자꾸 벌어지는 것이 느껴지도 있었습니다.

자꾸만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외로움은 자꾸만 늘어 나도 모르게 냉소적인 행동을 

사람들에게 던지곤 하는 내 자신이 밉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미운 나를 좋아해보려 남들에게 드러나는 것들에 치중하기도 했죠.

옷을 사기도하고, 누군가의 말투를 따라해보기도 하고, 

시사를 꿰뚫어보는 것처럼 말을 하기도 했죠.

결국엔 제 것이 아닌건 들통나기 마련인것도 모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찾다가 발견한 팁이 있어요.

요즘엔 제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억지로 세상에 끼워맞추며 나를 좋아하려는 노력보다

저의 행동들을 회상할 수 있는 글을 끄적이는 시간엔

항상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떳떳할 행동들을 하고,

상처가 많음에도 많이 웃어 준 제 모습이 

많이 미워할 순 없겠더라구요. 

 

저는 오늘도 미워도 다시 한 번 저를 마지못해

사랑하기위해 

마음 속 겹쳐지고 겹쳐진 마음의 덩어리를 

열심히 다듬어 적습니다. 

 

 

 

늦은 밤,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안온한 밤 보내세요. 

 

+인스타그램 계정도 활성화하였습니다. 

인스타그램에만 올라가는 글도 생길 터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instagram: @knocks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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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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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영

    0
    about 1 year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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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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