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판자에 걸터 앉아 나누는 담소

퐁낭나무아래서

2023.04.25 | 조회 162 |
2
|

방문

어둑한 그 밤에, 적어둔 글을 들고 방문할게요.

#흘-4

 

 그 날은 아침 햇살이 내 눈꺼풀을 넘어서서 

일어나라고 소리를 치는 날이었다. 

 

기분 좋은 아침 시간을 그냥

날려버리기엔 너무 아쉬워

손바닥과 발바닥을 쭈욱 늘리면서

요란하게 기지개를 펴내고선

산책을 나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먼저 일어나있던 S는

같이 나가자며 모자를 푹 눌러쓰고 

산책길을 따라나섰다.

 

 

 

우리는 평소보다 발걸음을 늘어트리곤

걷던 동네 골목길을 천천히 구경하기 시작했다. 

 

'좋다' '오늘 날씨가 다했네' 라는 말들을

연신 허공에 내뱉으며

30분 정도를 걷다가

퐁낭나무 아래에 있는 나무데크를 발견했다.

자리를 보자마자 서로가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아무리 좋아도 30분의 산책은 지칠만하니까.

우리는 그 나무 판자에 앉아

양팔을 허리 뒤로 뻗어놓고선,

위에서 살랑 부는 나뭇잎들을 바라보았다. 

 

 

 

"육지올라가면 뭘 제일 먼저 할거야?" 

 

"아마 아무데도 안나가고 며칠동안

겨울잠 자듯이 자지않을까.

되게 길게 꿨던 꿈에서 깨어나듯이 말이야."

 

"하긴 한달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지냈으니까

참 신기해 사람들 덕에 에너지를 얻는데 

사람들때문에 에너지를 잃어."

 

"맞다 참 넌 성악설을 믿는다고 했지? 이유가 뭐야?"

 

"음 사람은 태어나서 부터 교육으로써 선함을 배운다고 생각해

아기들은 자기가 나쁜 짓을 하는 지도

모른채 행동하기도 하잖아,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걸 부모한테 배우는 거고.

성악설이라고 생각해야 악한 사람을 마주치면

맞아 사람은 원래 악한 존재야 라며

넘어 갈 수 있을 테니까

사실 나 자신이 악하다 생각하기도하고"

 

"그럼 성무선악설이 더 일리있는거아니야?

선함도 나쁨도 다 배우는것이라는 이론이니까

다 경험치인거지. 살아 온 방향에따라."

 

" 그 말도 일리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모든 사람을 다 미워하게 될 걸?

난 사람을 미워하고 싶지가 않아서

성악설을 믿기도 하는 것 같아  

이 사람은 이런 나쁜행동을

부모한테 배웠겠지에서 시작한 생각은

타고 타고 보면 결국엔 모든 사람들을

비난하고 미워하게 될 테니까.

사람들은 원래 나쁜데 교육으로

개화된 거야 라고 생각하면 

미워할 사람이 적어져. 경험에 의한 나의 방어법이랄까"

 

"들어보니 일리가 있네 넌 참 100년은 더 산 사람 같아 

설마 1901년 사람은 아니지? 너가 말하는 걸 들으면서

항상 반성해

지금보다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기도하고"

 

"그래? 그럼 다행이야. 우리 모두 그냥 행복하길바래 

내가 받은 만큼 애정을 돌려주고 싶어

너무너무 받은 게 많아서"

 

우리는 고개를 꺾어 바람에 흔들리는

퐁낭을 한 참을 바라보다 

다시 눈짓으로 사인을 보내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집으로 향했다.

 

 

 

늦은 밤,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안온한 밤 보내세요. 

 

+인스타그램 계정도 활성화하였습니다. 

인스타그램에만 올라가는 글도 생길 터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instagram: @knocksil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방문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떠영

    0
    about 1 year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2024 방문

어둑한 그 밤에, 적어둔 글을 들고 방문할게요.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