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소년만화

섬광처럼!

2023.06.07 | 조회 4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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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구하기 나름

개잡부형 사회인이자 무장점 제네럴리스트의 존버와 공부와 삶의 일기

난 낭만파가 아니다. 낭만있는 노상맥주보단 집에서 누워있는 게 좋고, 낭만...여튼 낭만없다. 난 그냥 편하고 깔끔한 게 좋다. 대개 낭만이란 건 깔끔함과 편함의 대척점에 있더라.

하지만 만화만큼은 낭만파다. 다시 생각해보면 내 10대 시절의 감성을 키워준 건 대부분 소년만화였고, 그 안의 낭만적인 캐릭터들이었다.

포프의 대모험 : 조연의 대역전극

타이의 대모험 (요즘은 다이) 이라는 만화책이 있다. 용의 아이가 동료와 함께 대마왕을 무찌르는 흔한 소년 만화다. 하지만 지금까지 회자되는 건 그 어떤 소년 만화보다 매력적인 조연 '포프'가 있기 때문이다.

포프는 약하다. 맨날 악당한테 쳐맞는다. 허세를 부리지만, 그만큼 겁이 많다. 그런데, 이 모든 빌드업이 최종장에 가서 큰 빛을 발한다. 누구보다 겁이 많던 포프는 마왕, 대마왕과 맞다이를 까고, 목숨 걸고 필살기를 갈긴다. 대마왕이 왜 이렇게 열심히, 처절하게 발악하냐고 물으니까, 인간은 죽기 때문에 그만큼 더 열심히 사는 거라고 낭만가득하게 말한다. 그때 나온 대사가 '섬광처럼'이다.

내가 이 대사를 얼마나 좋아했냐면, L 회사 최종면접 때 썼을 정도다. 인생에 좌우명이 있냐는 말에, 위 말을 구구절절 읊었다. 타이의 대모험이라는 만화책에 '섬광처럼'이라는 대사가 제 좌우명입니다. 극중 마왕이 주인공한테 하는 대사인데요, 삶은 유한하기에 섬광처럼 더 열심히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제 좌우명으로 삼았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해 블라블라.

약간의 각색이 있지만, 지금까지도 되뇌는 말이다. 시간은 모두하게 공평하다. 내 1초와 빌 게이츠의 1초는 부가가치는 다를지언정, 같은 1초다. 돈에는 천장이 없지만, 시간에는 천장이 있다. 우리는 늙고, 병들고, 아프다. 24시간이 있으면 최소 7~8시간은 자야지만 지속가능하다. 깨어있는 시간에 얼마나 충실한지, 얼마나 밀도 높게 보내는지, 얼마나 아름답게 채우는지 중요하다. 우리네 삶은 너무나 짧고, 이 짧은 시간을 섬광으로 만들지 촛불로 만들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베르세르크 :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는 거야

이 짤은 너무 유명하다. 하지만 앞뒤 맥락은 모를 거다. 베르세르크는 돌아가신 미우라 켄타로가 그린 역작이다. 이길 수 없는 적을 향해 돌격하고, 복수를 위해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주인공 '가츠'의 연대기다. 그림체가 잔인하고, 연출이 그로테스크해서 19금 만화책이다.

베르세르크 안에는 '사도'라는 게 있다. 쉽게 말하면, 초강력한 마족이다. 인간이 어떤 알을 만지면 저렇게 초강력한 마족이 된다. 저 짤 속 여자 아이는 부모한테 학대당하던 친구다. 모든 게 싫어서 마을을 떠나고, 자기와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낸, 그리고 지금은 마족이 된 동네 언니를 향해 떠난다. 가츠는 저 소녀를 구하며,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는 거니까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힘들 때 도망치는 건 도움이 되지만 그때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네 인생은 극단적인 탈출 수단 (퇴사) 을 쓰지 않는 한 발목을 붙잡는 문제들이 많다. 잠깐 도망칠 순 있지만, 언젠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자는 말이 아니라, 그냥 그런 것 같더라고.

아무리 도망쳐도, 낙원은 없다. 사실, 어디에도 낙원은 없다. 낙원은 내 마음 속에만 있다. 그 낙원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건데, 단순히 도망만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수없이 많은 난관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그대와 나를 위해 치얼스.

나루토 : 노력의 천재

솔직히 나루토...는 소년만화로서 좀 애매하다. 소년만화가 기승전DNA빨이라고 하지만, 후반가면 너무 '눈깔대전'이 되어버린다. 유전자 좋은 애들끼리 지지고 볶는 걸 보면, 이 시발 부자 연애인들 관찰 예능 보는 기분이라 싫다.

나루토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는 하나. 바로 록리다. 낭만 그 자체다. 몸이 박살날지언정 초필살기를 쓰는 그 낭만적인 미련함. 눈깔도 없고, 물려받은 피도 없지만 지극히 노력만으로 거기까지 다다른 진정한 노력의 천재.

노력의 천재라는 게 좋았다. 살면서 우리 능력보다 더 큰 장애물들을 만난다. 그럴 때 우리에게 주어진 카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거다. 넘어질지언정 다시금 뛰어보고, 다칠지언정 부딪쳐보는. 삶은 게임과 달라서 리세마라가 안된다. FM에디터처럼 스펙을 조정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더 노력해야 한다. 주어진 건 주어진 거고, 우리는 우리네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럼에도 삶은 꽂히면 가는 거고, 답은 구하기 나름이며, 중요한 것은 미래를 추론하기보다 만들어가는 것이다. 

웬만하면 맞춤법 틀린 부분 없을 텐데, 있으면 봐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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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언

    0
    11 months 전

    제 유년은 마법소녀들이 우하하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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