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로 고객 맞춤형 웹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웹사이트와는 달리, 복잡한 시스템을 다루다 보니 고객사에서 IT나 소프트웨어 관련 지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그런 어려움은 너무나 당연히 이해됩니다. 이 분야에 경험이 없으니 처음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요.
그런데, “전문가가 아니니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정확히 말하면 사실이 아닙니다. 전문성과 경험이 없어도, 누구나 자신의 요구를 어느 정도 (작성자의 수준 안에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시간 정도만 집중하면,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문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기술적인 한계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 부분이야말로 추후 전문가에 의해 검토되어져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본인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걸 바탕으로 개발팀이 기술적인 부분을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혹시 원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다면 대신 풀어야 하는 문제를 명확하게 적는것이 더 좋습니다. 이 부분은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왜 미리 정리된 문서가 필요할까요?
고객사에서 준비 없이 미팅이 진행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대략 이런 것들이 필요합니다”라고 즉흥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이죠. 물론 처음부터 완벽하게 정리된 요구사항을 가져오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하고 와주시면, 개발사 입장에서도 프로젝트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미리 준비된 요구사항은 시간을 절약하고 비용을 줄이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제가 해 본 적이 없어서 시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고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구사항 정리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느껴질 수 있죠. 하지만 개발사는 의뢰인들에게 완벽한 기획서를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파워포인트로 간단한 슬라이드 몇 장이든, 아니면 그냥 A4용지에 손으로 그린 그림이든 스스로 익숙하고 쉬운 도구를 골라 정리해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요한 건 그 안에 생각과 고민이 어느정도 정리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목적과 형태든 글을 작성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작성하면서 스스로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곤 합니다. 글쓰기의 장점이기도 하지요. 디자인이나 보여지는 모습을 적어야 하는 경우 기획 도구인 피그마나 스케치를 사용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적어도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도구 상관없이 그려와주시면, 개발사는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화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이 없다면 개발사는 많은 내용을 상상하고 추정해야하는데 이는 고객사가 의도한 바와 매우 다를 확률이 높습니다.
어떤 식으로 준비하면 될까요?
시작은 상상하시는 것만큼 복잡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원하는가?”를 고민하고 그걸 적어보는 거죠.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고 완벽할 수도 없습니다. 기획 도구나 전문가 수준의 문서를 작성할 필요도 없습니다. 형식 없는 다이어리처럼 자유롭게 적어도 됩니다. 다만, 1시간만이라도 시간을 내고 집중해서 고민하고 정리해 주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 정도의 노력만으로도 프로젝트는 훨씬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혀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미팅에 참석하시면, 개발팀 입장에서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듭니다. 그러면 결국 고객사 입장에서도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고 프로젝트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록
요구사항을 정리하는 게 어려우시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1. 맞춤형 개발을 포기하고 기성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솔루션을 활용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죠. 물론 맞춤형 솔루션보다는 덜 유연하지만, 당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충분할 수 있습니다.
2. 요구사항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전문가를 고용하는 방법입니다. 누구나 글을 잘 쓰거나 요구사항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땐 그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세요. 그 과정에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더 확실하고 안정적인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할 겁니다.
위 2가지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전문성과 경험이 없더라도, 반드시 무엇이 필요한지 시간을 내어 고민하는 것은 고객님이 원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만드는 데 중요한 시작입니다. 개발사는 이걸 통해 저희는 프로젝트 방향을 설정하고, 더욱 빠르고 정확한 결과물을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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