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문득 주변을 같이 걷고 있는 사람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오히려 남이기 때문에 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이가 있다. 사돈의 팔촌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을 인터뷰한다.
학창 시절, 나는 살던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우리 집 옆에는 산과 자연밖에 없었고 서울로 나가고 싶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지금과 정반대의 삶, 고향을 벗어나서 사는 삶을 동경하곤 한다. 이번에 만난 그녀도 그랬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바라보는 곳은 서울이 아니다. 그건 비싼 서울의 집 값 때문만은 아니었다.
[글_유령 K]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다.
안녕하세요, 저는 두 번의 이직을 거쳐 과학 잡지를 만드는 곳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서른한 살 차미현이라고 합니다. 글 쓰는 일을 좋아하고, 최근 인천 로컬 매거진 <spectacle> 창간호에 참여했습니다.
잡지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떻게 잡지에 참여하게 됐는가?
전 직장에 다니고 있을 때 내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다. 일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회사 일을 계속하는 게 맞을까? 40살, 50살까지 계속해서 회사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회사 외에 다른 무언가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다. 마침 인천에서 문화 활동을 위한 크루를 모집하고 있었고 거기에 지원해서 참여하게 됐다.
사실 원래부터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 모인 크루는 아니다. 다만 우리의 활동을 뭔가 보여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니, 잡지라는 형식이 가장 적절해 보였다.
문화 활동이라면 서울에서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 ‘인천’이었는가?
나는 어렸을 적 인천에서 초, 중, 고를 나왔다. 예전에는 서울을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다. 왜 어릴 때는 누구나 다 서울에서 놀고 싶어 하지 않나. 나도 그런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스무 살 이후 10년 가까이 서울에서 놀았다. 그런데 내 시간과 돈을 바쳤던 서울은 나에게 집 한 채도 내어주지 않더라(웃음) 서울에서 활동하고 돈을 벌고 하는 여러 가지 일들에 지쳐있었다. 그래서 인천에서 먹고살 수 있을지 실험해보자,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활동이었다.
‘인천’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사실 내가 태어난 도시긴 하지만, 내가 선택한 건 아니지 않나. 이번에 크루들과 같이 활동을 하면서 인천에 있는 예술가들이나 몰랐던 좋은 장소들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다. 모든 게 서울에 있는 줄 알았는데 인천에서도 뭔가를 할 수 있구나 라는 걸 발견하게 돼서 좋았다. 그 과정에서 내 정체성이 인천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은 내가 인천에 살기로 스스로 선택한 것 같다.
인천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인천은 서울이랑 가까이 있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웃음). 서울에 모든 게 집중되어 있다 보니 다들 서울로 가지 인천에서 놀지 않으려고 한다. 인천은 생각보다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송도 같은 경우엔 밤에 가면 미래 도시 같은 느낌이 든다. 반면 바로 그 위에 있는 동인천은 엄청 오래되고 낡았지만 짠 내 나는 옛날 감성이 있다. 인천은 생각보다 되게 큰 도시다. 나는 인천에서만 30년을 살았는데 아직도 모르는 부분들이 많다. 그만큼 아직 성장 가능성이 큰 것도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인천에 꼭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해준다면?
사실 방금 전에 송도가 미래 도시 같은 느낌이라고 하긴 했지만, 신도시의 매력은 다른 곳에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인천을 추천하고 싶다. 바닷가 바로 앞이고 건물들도 되게 낡았는데 그런 분위기에서 오는 감성이 있다. 또 가좌동을 추천하고 싶다. 가좌동에는 개성 있는 인천 로컬 브랜드들이 밀집해있다. 정말 데려가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좋은 장소다.
*인천 가좌동에는 폐공장을 복합공간 문화공간(코스모 40)으로 개조하면서 그 인근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짧게 잡지에 대해서 자랑을 하자면?
사실 인천을 다룬 독립잡지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인천에는 분명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우리는 좋은 점만 담아내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 잡지는 ‘인천’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인천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잡지에 참여하면서 힘든 점이나 보람을 느꼈던 적이 언제인지 궁금하다
본업과 병행하면서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회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적응하는데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는데, 잡지도 막바지 작업에 들어가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온, 오프라인으로 회의를 했는데, 사실상 주말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그냥 했다. 그게 내 보람이었고 내 시간을 쓰는 게 전혀 아깝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꿈이 있다면?
단기적으로는 잡지를 매년 2회 정도 발행할 예정인데 인천을 재미있고 매력 있는 장소라는 걸 알리고 싶다. 개인적인 꿈은 회사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회사를 다니는 게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안 해본 일도 경험할 수 있고, 회사의 자본으로 내 돈으로는 평생 할 수 없는 일을 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게 내 전체 인생이나 삶에 있어서 그렇게 큰 의미가 있을까? 40살, 50살이 되어도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언젠가는 글 쓰는 일로 먹고살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다.
<spectacle> 인천의 창간호를 응원하고 싶다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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