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존재의 쓸모

'추후'의 뉴스레터

2021.05.10 | 조회 4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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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우리는 서른살이 됐고,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최근 구직활동을 하기 위해 면접을 자주 보러 다니고 있다. 면접을 보는 과정은 참 신기하다. 질문들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왜 우리가 당신을 뽑아야 하는지?’, ‘당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등 여러 가지 질문을 받지만, 잘 생각해보면 모든 질문은 결국 하나의 핵심을 묻기 위해서다.

 ‘당신은 우리에게 얼마만큼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이것을 면접관 앞에서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나는 쓸모없는 존재다.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아마 많은 취업준비생들은 이 문구를 본 순간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이것은 기업에서 ‘당신은 우리에게 필요 없는 사람입니다’라는 말을 포장한 표현이다. 이런 불합격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나 자신이 부정받는 기분이 들어 어쩐지 꿀꿀해진다. 

어느 누군가가 ‘삶은 투쟁의 연속이다’라고 했던가. 정말로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존재의 쓸모에 대해서 증명하기를 요구받는다. 이런 과정은 비단 면접을 보러 다니는 사람뿐만 아니라 낙방, 실패, 탈락, 해고 등을 겪어본 이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과 특성상 공무원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서 가끔 수업을 듣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어쩐지 시대의 흐름에서 벗어난 듯한 분위기와 항상 위축된 표정으로 구석자리에 숨어있는 이들. 

이들은 ‘낭인’이다. 공무원 공부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끝내 합격하지 못하고 다시 학교로 어쩔 수 없이 돌아와 수업을 듣는 ‘고시 낭인‘. 그들은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고 조용히 학교를 다닌다. 

요즘은 가끔 그들이 떠오르곤 한다. 말 한번 섞어본 적 없고, 같은 수업을 들어본 게 전부지만, 잘 지내고 있는지, 학교는 잘 다니는지 안부를 묻고 싶어 진다. 물론 그들이 겪었을 실망과 좌절의 크기를 감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 2019. 포크라노스(금이다)Inc.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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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넌 놓아버려도 돼 

마음이 괴롭다면.

괜찮아 넌 울어버려도 돼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금이다(I’m Gold), <나의 일기>

 

최근 우연히 알게 된 금이다(I’m Gold)의 노래 ‘나의 일기’는 마치 일기장에 속마음을 적어놓은 듯한 가사로 시작된다. 겨울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지만, 따듯한 목소리와 피아노 반주로 계절의 차가움을 덮어준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의 이름은 ‘미완성’. 앨범 이름처럼 곡은 네 개 밖에 없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이윽고 내 마음을 헤집어 놓고

이것과 저것의 구분이 되지 않으며

우리는 무엇으로 걸어가는 중입니까

우리는 무엇으로

-금이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우리는 살면서 수도 없이 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한다. 이런 경험은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헤어 나오기 힘든 나락에 빠트리기도 한다. 그런 이들에게 ‘금이다’의 노래를 추천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이 노래는 뻔한 위로의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뻔한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다. 우리의 존재 가치와 쓸모는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좌절과 실패의 경험은 때때로 그런 사실을 망각시키곤 한다. 금이다의 노래를 듣다 보면,  ‘미완성’이라는 앨범의 제목은 그녀가 이런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처럼 들린다. 우리의 존재는 언제나 ‘미완성’이며, 그렇기에 좌절할 필요 없다고.


글쓴이: 유령 K

소개: 그가 나타났다. 그리고 사라졌다.

매거진 '추후' 이제 막 서른이 된 친구들이 모여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서른의 시선을 담은 글을 매주 [월/수/금]에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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