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란 가사를 들어보셨나요? 아주 많은 사랑을 받은 악동뮤지션의 노래입니다. 여기서 예상할 수 있듯이 이번주 렛츠의 주제는 이별입니다. 이별은 참 친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인 것 같습니다. 이별하면 눈물이 흐르는 이별만이 떠오르신다고요? 그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폭 넓은 이별 이야기를 저희 에디터들이 들고 왔습니다.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아직 겪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연습이 되기를 바라며 이번주 이야기도 부디 즐겨주세요.
Ep 01. <이별과 이별이 남긴 물건들>
Ep 02. <이별이라는 것은 하여간 무엇으로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
Ep 03. <할머니를 보내며>
이별 후에도 버릴 수 없는 물건이 있나요? 이별의 순간은 힘들었어도 함께 했던 추억이 소중해 차마 버리지 못하는 그런 물건 말이에요. 어쩌면 그 물건들이 우리를 이별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그 물건을 버려야만 한다면, 정리하고 치워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 물건들과는 어떻게 잘 ‘이별’할 수 있을까요?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한 전시는 다양한 이별과 이별이 남긴 물건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별 박물관 展>이라는 이름의 이 전시는 ㈜김진혁공작소와 돈의문박물관마을의 공동 협력 전시입니다.
이별 박물관은 부모와 자식 간 이별, 부부간의 이별, 연인 간의 이별, 반려동물과의 이별 등 다양한 이별에 대한 이야기와 이별이 남긴 물건들을 볼 수 있는 무료 전시입니다. 이별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이별 물건들을 정리하고, 이별의 슬픔을 다독여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별 박물관에서는 이별의 슬픔을 나누면 나눈 만큼 작아진다고 해요. 한쪽 벽면에는 이별의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도록 포스트잇이 준비되어 있답니다!
살아감에 있어 이별할 일은 점점 늘어갈 겁니다. 슬픔을 이겨내기 벅찰 만큼 이별이 들이닥칠지도 몰라요. 이별이 남긴 물건들을 보면서 슬픔은 늘어만 가고 새로이 시작하는 게 힘들어질 수도 있죠.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별에 슬퍼하면서 지낼 수는 없습니다. 충분히 이별에 슬퍼했다면, 슬퍼한 만큼 이별이 남긴 물건을 잘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요? 버리고 싶다면 버려도 좋고, 버리지 않고 싶다면 슬픔이 아닌 추억과 사랑을 느끼는 물건이 되면 좋겠습니다.
By. 에디터 히예
이별에 대한 사람들의 해석은 다양합니다. 어떤 이들에겐 쓰레기였던 감정일 수도, 좋은 추억일 수도 있지요. 누군가와의 이별에 따라서도 해석이 다양합니다. 보편적인 이별이라 하면 연인과의 이별, 더 포괄적으로 바라보면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의 이별일 수도, 좋아하는 물건과의 이별일 수도 있지요.
결국 이별은 누가 특정하게 정의 내릴 수도 없고, 한정적으로 표현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지나가는 순간에 따른 흔적이라고 표현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별을 그래서 생일 케이크와 같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생일이라고 해서 무조건으로 축하받는 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가령, 생일 때 좋아했던 가게가 문이 닫힐 수도 있고, 친했던 친구와 싸울 수도 있어요. 즉, 생일이라고 해서 당사자의 기분에 따라 그날이 축복받는 날인지, 지우고 싶은 추억인지 해석이 각양각색 다르게 표현됩니다.
하지만, 케이크는 여전히 존재하죠. 어떤 감정이 그렇든 간에, 1년에 한 번뿐인 순간을 표현하고자 케이크를 구매하여 초를 꼽고 기념을 하죠. 즉, 생일이라는 흔적을 남기는 매개체인 것이죠.즉, 우리가 어떻게 해석을 하던 이별은 그 당사자들의 느끼는 감정에 맡기는 거죠. 어떻게 느끼든 간에 이별이란 흔적은 남으니까요.
함께 갔던, 혹은 같이 가고자 했던 장소를 방문을 하면 상대방의 흔적이 어렴풋이 기억을 하고, 같이 무언가를 했던 행위를 기억하며 이별을 받아내는 겁니다.
20대 후반에서 30으로 다가가는 기간 동안, 다양한 것들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별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은 여전히 색다르고 힘들 때도 있습니다. 단지 이별을 이별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기까지 감정을 추스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죠. 남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적인 슬픔과 화냄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어떻게 느끼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보는 것이 어떨까요? 어떻게 느끼든 이별은 변하지 않는 우리 일생에 하나의 흔적으로 남으니까요.
By. 에디터 아삭
(글의 시점은 2021년 3월 무렵입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줄곧 할머니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떠올렸다. 가장 첫 번째로 떠올랐던 건, 할머니는 언제나 유쾌하신 분이셨다. 심각하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통쾌한 말들로 늘 주변 사람들을 웃게 하셨다. 가끔은 엄마가 걱정돼서 먼저 전화하시곤, "왜 전화했어?"라고 장난스럽게 시침을 떼시기도 하셨다. 그런 전화를 받고 나면 엄마는 "우리 엄마는 진짜 엉뚱해"하며 웃고 넘겼지만, 사실 돌이켜보면 그게 다 할머니의 관심이고, 걱정이고, 사랑이었던 것 같다. 사실 난 할머니랑 그렇게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 난 엄청 예민하고 소극적인 편이어서, 거실에 할아버지가 앉아계시면 거실 가장자리로 빙 둘러서 다른 방으로 도망갔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자매보다 싹싹하고 귀여운 8명의 손주가 있어서 우린 할머니의 사랑에 늘 뒷줄에 서 있었다. 여기에 대해선 늘 아쉬움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암묵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명절마다 두둑한 용돈을 받았고, 여름과 가을 사이에는 귀한 장어 요리를 먹었고,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찾아올 즘에는 맛있는 김치를 먹었고, 겨울이 끝나고 다시 봄이 올 때쯤에는 딸기를 잔뜩 먹었다. 늦은 시간에 진주에서 김해로 가는 내가 걱정되어, 길고 까만 길 끝에서 나를 배웅하던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 그리고 진주에서 있었던 행복한 추억과 편안한 마음들. 그때는 당연한 줄 알았지만, 지금은 오감으로 느낄 수 없다.
할머니는 병원으로 입원하시기 딱 3일 전에 새집으로 이사를 하셨다. 평소에도 왕래가 잦지 않아서, 할머니가 돌아가시고서야 그 집에 가보았다. 미처 뜯지 못한 알록달록한 매니큐어들, 예전에 보지 못했던 귀여운 수면 바지들, 잘 드라이 된 할머니 코트들, 진주 집에서 그대로 들고 온 아날로그 시계. 그리고 혼자 남으신 할아버지. 거실 소파에서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 와 할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이게 진짜 상실이구나. 돌이켜보면, 나는 그동안 이만한 상실을 겪어본 적이 없다. 친구들이랑은 대부분 원만했고, 아빠와 이별은 상실보다는 해방에 가까웠으니까.
소식을 듣고 본가로 가는 버스 안에서 처음 왈칵 눈물이 났다. 줄을 지어 예쁘게 핀 꽃들을 보고 이렇게 예쁜 걸 보고 가지도 못한 할머니가 아쉬워서. 하지만 발인 때, 할머니를 보내는 길에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전날에는 비가 많이 왔었는데 발인 당일에는 거짓말처럼 날이 갰다. 그리고 할머니가 가는 곳마다 꽃이 가득했다. 가족들이 이 모습을 보고, "할머니가 진짜 꽃길 타고 가네."라고 했고,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꽃같이 화사했던 할머니에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번 장례식에선 내 기억엔 없었던 할머니의 모습도 많이 알게 되었다. 떡과 약과를 좋아하셨던 할머니, 할머니랑 똑 닮은 할머니의 여동생 딸기 할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길고 긴 이야기, 할머니가 당신의 시어머니와 다니던 서봉암이라는 예쁜 절. 사실 장례식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미우나 고우나 나 말고도 잘 큰 할머니의 손주, 내 사촌들이 있었고 또 할머니를 꼭 닮은 유쾌한 어른들이 있어서. 그리고 할머니 손님은 아니지만, 어쨌든 할머니 덕에 모인 많은 사람들. 엄마는 예전에 '엄마가 가족들을 모은 거지'라고 말했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평소에 서로를 조금은 미워하던 사촌들이 한 상에 모여 앉아 웃으며 근황을 물어보는 모습을 보고선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할머니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아직도 할머니와의 이별이 와 닿지 않는 순간도 있다. 울컥하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그곳에선 할머니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 어쩔 수 없이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흩어지겠지만, 할머니의 따뜻함만은 마음속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온 가족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알려준 할머니, 따뜻하고 예쁜 봄 길 따라 편히 쉬시길.
By. 에디터 S
더 많은 이야기가 보고싶다면?
에디터들의 여러 글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도 생각이 많아지는 이번주 글이었습니다. 이제는 어쩌면 만남보다 이별을 만날 나날들이 더 많이 남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별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들으면서 여러분의 생각도 정리할 수 있는 이번주가 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이 세상과 이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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