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16일 에세이레터- 순두부찌개 간단히 만드는 법

  먼저 순두부 400g, 좋아하는 버섯, 계란 한 알, 그리고 소금과 참기름, 순두부찌개 양념을 준비하자. 순두부찌개 양념은 직접 만들 생각 말고 마트에서 파는 걸 사자. 물 200mL에 양념을 넣고 센 불에 올린다. 끓기 시작하면 순두부와 버섯을 넣고 계속 가열한다. 맛이 궁금해질 때쯤 한 술 떠먹어보고, 싱거우면 소금을 넣고 계속 끓인다. 간이 적당해지면 계란을 툭 깨서 넣고 30초 뒤에 참기름을 두 큰술 넣고 마무리한다. 간 맞추기 힘들면 라면 스프를 조금씩 넣어보자. 순두부는 열라면 같은 매운 라면과 잘 어울린다.

  기다리는 일에 관해 써야 하는데 생각나는 게 없어서 가끔 해서 먹는 순두부찌개 조리법을 공개해 봤다. 매우 간단하지만 시판 양념을 쓰는 거라 맛은 100% 보장한다(칼로리도 보장한다). 만약 물 조절에 실패하더라도 참기름이랑 라면스프 조합이면 죽은 음식도 살려낼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길.

  기다리는 일을 떠올리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나는 기다림을 모르지 않는다. 내 인생도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단지 자발적 기다림의 결과가 좋았던 적이 없어서 최근 몇 년은 기다림을 거부하며 살았을 뿐이다. 당장 오늘 하루가 평화롭고 즐겁기만 바라며 지냈다. 그래서인지 위에 써놓은 조리법으로 대충 만든 순두부찌개 같은 사람이 된 거 같아 슬프다. 기다릴 수도 기다리지 않을 수도 없는 삶이란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기다리는 일을 소재로 제안한 것은 나였다. 우연히 가방에서 김금희 작가의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를 찾았고, 그 단편 제목 중 하나가 「개를 기다리는 일」이었다. 나는 동물과 어색한 사이라서 목적어를 뺀 ‘기다리는 일’로 정했고 뒤늦게 후회 중이다. 마감이 이렇게 힘들어서야. "누구 저 좀 구해주세요. 여기 희망 없는 글을 쓰는 사람 있어요."라고 외치고 싶다.

  기다리는 일은 문학 소재로 흔한 편인데, 당장 생각나는 현대 시만 해도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이 있다. 찾아보면 무수히 더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희망이 생기는 것 같았다. 좀 더 생각하면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A4 한 장이 얼마 남지 않았다. 힘내자!

  기다리는 일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니 드디어 옛날 일이 떠올랐다. 나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기다리고는 했다.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내가 기다리는 일을 싫어하게 된 건 그 까닭이 크다.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기다려야 할 것을 기다리자. 다가올 일을. 일단은 오롯이 마감부터.

  오후 6시가 되면 도서관 스피커에서 박혜경의 <안녕>이 흘러나온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다. 짐을 챙기자. 집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야겠다. P.S.에 순두부찌개 사진을 넣으면 좋을 거 같아. 수미쌍관 같은 느낌으로. 어느새 A4 한 장이 다 찼다. 오롯이 마감이 끝났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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