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15일 에세이레터- 작별을 고하며

  구독자님께,

  안녕하세요, 어느덧 화요일이네요.

  ‘오롯이’ 연재를 시작한 이후, 저는 매주 화요일을 애타게 기다려왔습니다. 반은 설레는 마음으로, 반은 두려운 마음으로요. 제 글이 구독자님께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제가 이 글을 쓰면서 느꼈던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화요일을 기다리며 한 주를 보냈습니다.

  사실 저는 ‘기다리는 일’보다는, ‘기다리게 하는 일’에 더 익숙합니다. 엄청난 지각쟁이거든요.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오롯이’ 연재 중에도, 5번의 마감 중 4번을 지각했답니다. 친구들과 약속을 하면 10분 정도 늦는 것은 기본이고요, 자정까지 내야 하는 서류는 11시 59분에 겨우겨우 내기도 합니다. 친구와 한참 메신저로 대화를 하다가도 중간에 급작스럽게 사라져 버리기도 하고, 소위 말하는 ‘잠수’를 2주 이상 타기도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 지금까지는 너그럽게 넘어갔지만, 참으로 안 좋은 습관이죠.

  이런 저에게도, ‘기다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작년에 졸업하고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의 얼굴을 다시 보는 것부터 제가 기고한 시가 잡지에 선정되어 실린다는 소식까지, 제가 기다리는 것은 대부분 기약이 없는 일들입니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기다림의 늪에서 우울함에 빠지기도 합니다. 기다리는 일이 특히나 고통스러운 것은, 기다림의 끝에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일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기나긴 인내의 순간의 끝이 제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하면 특히 더 실망하는 것 같기도 해요. 무엇을 위해 기다린 건지, 좀 허탈해지기도 하고요.

  이 글을 쓰기 위해 ‘기다리는 일’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기다림’이란 굉장히 수동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내 손을 떠난 일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놓아버리지 못해서 전전긍긍하고,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면 또 크게 좌절해버리니까요. 인간이라면 어쩌지 못하는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기다림’의 고통을 줄일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문득 지난주에 소개했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의 한 부분이 생각납니다. 프루스트는 이렇게 말하죠. “... 우리가 죽기 전에 이 대상(우리의 과거가 숨어있는 물질적 대상)을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순전히 우연에 달려있다”라고요. 그것이 순전한 우연인지, 아니면 필연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인지는 온전히 우리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요? 만약 필연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이라면, 이 기다림의 순간을 좀 더 즐기기도 하고요.

  제가 바라는 것은 기다림의 끝에 무엇이 있든지 그 길을 걸어온 나는 조금 더 성장해 있을 수 있기를. 그리하여 그것에게 내가 기다림의 여정을 걸어오며 맡았던 꽃의 향기와 그 길에 있는 풍경을 전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날을 고대하며, 언젠가 또 구독자님을 만나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총총.

  톳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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