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18일 에세이레터-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 라는 말은 따뜻하다. 그 말은 대개 그리웠던 대상을 향한다. 오래 기다렸거나, 잠깐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아쉬울 정도로 사랑스러운 대상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보고 싶었어. 라는 말이 슬픔을 향한다면 어떨까. 슬픔을 그리워하거나 그가 떠나는 것이 아쉬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슬픔이 사랑스러운 사람은 더욱 희귀하다. 보내고 또 보내도 모자랄 슬픔을 두 팔 벌려 환영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보고 싶었어. 라고 종종 말해 본다. 사람이나 동물이 아니라, 슬픔에게. 위에서 말한 슬픔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희귀한 사람이 바로, 나라는 뜻이다. 나는 언제나 슬픔을 기다린다. 우울한 정서에 집착한다거나 그것이 나의 체질이라도 되는 양 꾸미고픈 생각은 없다. 다만, 슬픔이 가져다주는 솔직함을 기다릴 뿐이다. 누구나 슬픔 앞에서는 울고, 원망하고, 아파하고, 손에 쥔 모든 것을 내던지려 한다. 많은 관계와 약속 뒤에서 날것의 모습을 감춰야만 하는 우리는, 슬퍼야만 비로소 나다워지는 존재들이다.

  보고 싶어. 슬픔에게 건네기에는 다소 민망한 말이다. 살아 있는 생물이 아니니 말을 건넨다고는 해도 결국 허공에 하는 혼잣말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슬픔이 그리워질 때마다 말 대신 글을 쓴다. 언젠가 겪어 보았던 슬픔을 꺼내거나, 상상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슬픔을 꾸며내거나 하며 기다리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 아릿한 마음을 기다리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그 녀석이 찾아온다. 그러면 나는 한껏 팔을 벌려 인사한다.

  보고 싶었어. 라고 말이다. 너를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심심했는지 알려 주면서 그동안 적었던 기록들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리고 슬픔과 함께 새로운 글을 쓴다. 첨삭은 모두 슬픔의 몫이다. 그 시간만큼은 마음껏 글을 망쳐도 좋다. 어린아이가 이제 막 글을 배워서 쓰는 글씨처럼, 도통 알아볼 수 없는 획과 모양으로 엉망인 마음을 기록하고 그 위에 엎어져 있다 보면 어느새 슬픔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다.

  짧지 않았던 기간 동안 나의 글을 기다렸던 분이 계실까? 금요일을 열기에는 조금 꺼끌한 이야기들을 발행했던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하다. 아픔, 슬픔, 결핍, 외로움을 기다리며 적어 내린 기록들로 한 번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어 본 적 있었다면 좋겠다. 그리하여 여러분도, 오늘 밤은 자신의 슬픔을 기다려 보면 어떨까. 기억으로 가는 창문을 잘 열어 두고 그 너머를 바라보다 보면, 그 언젠가 묻어 두거나 회피하고 말았던 남은 슬픔이 손을 흔들고 있을 것이다.

  기다리고 있었어. 누가 먼저 그 말을 하게 될까.

🎵 오늘의 노래 - 이영훈 "기다리는 마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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