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어제는 친구와 재미있는 대화를 했답니다.
그 사람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어린애같은 음식만 좋아하고, 일하는 게 싫고,
어른으로서의 책임이 너무 무겁게 느껴져서
어쩌면 스스로 '피터팬증후군'이 아닐까
걱정한 적이 있다더라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알았대요.
그냥 철이 덜 든 거라고.
사람들 대부분이 다 그렇더라고 말입니다.
당신 생각은 어떠신가요?
한편으로는 그게 정말
철이 덜 든 걸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마음은 어른이 되기 싫어도 어쨌든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잖아요.
그거야말로 정말 철든 행동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마흔을 넘어서고나서부터는 종종
제 나이에 스스로 흠칫 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마음은 스무살 이후로 달라진 게 없는데
왜 몸은 이렇게 늙었을까요.
여전히 단 음식을 좋아하고,
씻는 게 귀찮고, 친구들과 노는 게 좋은데
저는 정말 어른스럽게 살고 있는 걸까요?
그러다가 어제 대화를 통해서
문득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어른스러움'이란
'책임감'의 다른 말이라는 것.
일하는 것보다는 노는 게 좋습니다.
몸에 좋다는 것보다 맛있는 걸 먹고 싶고,
친구들이랑 유치한 장난도 치고 싶고,
다른 어른한테 혼날까봐 겁도 나지요.
어른이 되어도 그런 마음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꾸욱 참는 거더라고요.
왜냐면 나는 어른이니까.
내 인생을, 내 가족을,
그리고 내 선택을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게 눈꺼풀이라잖아요.
하지만 그런 눈꺼풀마저 들어올리게 하는 게
바로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입니다.
졸려 죽을 것 같아도 내 가족을 생각하며
세상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리는 사람.
그런 무게감을 아는 사람은
나이가 아무리 적어도 어른.
반대로 책임감의 무게를 모르면
나이가 몇 살이든 결코
어른이라 할 수 없지요.
어린아이의 마음을 고이 품어둔 채
오늘도 어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저는 오늘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어요.
당신도 혹시 그런 어른인가요?
그렇다면 제가 진심을 담아
당신에게 박수를 쳐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정말 멋진 어른이에요.
임효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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