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오늘은 저의 자랑 '한쪽클럽'의 멤버 중에서
땅꼬 님의 글을 당신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엄마의 사랑에 대해, 다 큰 딸이 느끼는
잔잔하고도 이중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글입니다.
자식도 마찬가지다.
마냥 이쁘고 사랑스럽지만 어떨 땐
그 바탕 위에 조건이 겹쳐질 때도 있다.
그만 징징댔으면, 그만 어질렀으면...
과 같은 것들이다.
그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 조건이 있을 때가 있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엄마도 나에게 그런 조건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나이가 들수록 엄마와 딸의 관계는
오묘해지는 것 같아요.
사랑하지만 밉고, 답답하고, 화나고,
대체 왜 저러나 싶기도 하지요.
어릴 때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조건 없이 사랑했습니다.
당연히 엄마도 그래줄 거라고 생각했지요.
엄마가 미워지기 시작한 건 아마도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엄마가 나를 사랑해주려면
남들 보기에 번듯한 직장을 가져야 하고,
예쁘고 날씬해야 하고, 시집도 잘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저는 자랑스러운 딸이 아니니
당연히 엄마가 사랑할 리 없다고.
나는 그저 엄마의 '실패한 인생'과 꿈을
대신 이뤄줘야 할 인형에 불과하다고.
그러면서 엄마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하는 나는
대체 무슨 존재가치가 있느냐고,
어처구니없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조건이 있어야만 나를 사랑해주는 엄마를
원망하면서 말이지요.
당연히, 엄마에게는 한 번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혼자 속상해 하고, 혼자 미워했을 뿐.
제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합니다.
엄마는 늘 듣기 싫은 소리만 했지
사랑한다, 자랑스럽다는 말은
한 번도 해주신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말을 한 적이 없는 건 저도 마찬가지.
결국 저는 혼자서 생각하고 결론지은 채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이지요.
땅꼬 님의 글을 읽으며,
바보같았던 제가 생각나서 웃었답니다.
이제는 엄마의 표현법이 어떤 건지
조금 알 수 있게 됐거든요.
그러고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게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당신의 부모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못하더라도
그 아래에는 따스한 사랑을 감춰두신
그런 분이기를 바랍니다.
그 사랑을 당신이 발견해내길 바라는
임효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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