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잘 지내셨나요? 지난 뉴스레터 이후에 생각이 바뀌신 게 있으실지 궁금하네요. 오늘의 뉴스레터도 여러분들의 성장에 도움이 조금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며 자라왔습니다. 특히 자아가 형성되고 확립되는 거의 모든 기간을 교육기관에서 학습하면서 보냈죠. 하지만 그 이후에도 배워야 할 것은 늘 생깁니다. 심지어 지난 10년간 너무 많은 것들이 생겨났으며, 그에 따라 배워야 할 지식도 점차 많아졌죠.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인데 말입니다.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계속 학습을 하려다 보면, "어떻게 하면 빠르게 잘 배울까?"라는 고민으로 넘어갑니다. 자연스럽게 "000 한 달 정복" 이런 진부한 광고 제목에 마음이 끌리는 자신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급하게 씹어 삼키다 보면 체하기 마련인 것처럼, 급하게 배워서 머릿속에 욱여넣으면 장기 기억으로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 결국 머릿속에서 사라져서 나중에 다시 배워야 하고, 이는 저희가 추구하는 "복리로 성장하는" 방식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배운 지식을 다른 곳에 써먹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가 무언가를 배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 잘 이해할까 ?
과거 기억을 쭉 돌아보면, 내가 남들보다 빠르게 무언가를 배웠던 경험이 하나쯤은 있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 무언가를 빠르게 받아들일 때는 머릿속으로 바로 그림이 그려지거나 (심적 표상의 생성),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연결해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때(학습의 전이)이었습니다.
사실 그림이 그려지며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도, 학습의 전이와 동어반복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그림을 그린다"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요소를 조합해서 그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이걸?
얼마 전 친구들과 할리갈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 과일이 1개~5개 그려져 있는 카드를 각자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마지막에 내려놓은 카드 중 같은 과일의 합이 딱 5개가 된다면 종을 치는 보드게임입니다.
한 친구가 거의 모든 게임에서 이기길래,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대처하는지를 물어봤습니다. 해시맵 을 사용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해시맵은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타입으로, 하나의 키에 하나의 변수가 대응되는 타입입니다.
그 자리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셋과 그렇지 않은 사람 둘이 있었습니다. 저 메타포를 이해한 셋은 그 뒤로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지만, 그렇지 않은 둘은 금방 게임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할리갈리를 잘하는 방법을 배웠지만, 개념은 자료구조에서 얻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게 생성이 아니라 기존에 갖고 있던 여러 지식 혹은 암묵지와 새로운 개념을 연결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면
반대의 이야기를 해 볼게요. 어떻게 해도 잘 배우지 못했던 과목이나, 다른 사람이 나보다 훨씬 빠르게 배우는 경험도 있을 것입니다. 이미 몇 번 서핑을 경험해 본 저보다 더 빠르게 서프보드 위에서 무게 중심을 잡던 동료가 생각나네요.
슬쩍 가서 물어봤습니다. 서핑해 본 적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스노보드는 자주 타러 가는데, 생각보다 스노보드랑 느낌이 비슷해서 쉽다."였습니다. 저에게는 없었던 연결할 지점이, 그분에게는 있었던 거죠.
이런 상황을 자주 마주하곤 합니다.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아주 잘 맞아떨어지는 메타포가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 그럴 때 우리는 후회합니다. 아, 옛날에 들었던 것 같은데 좀만 집중해서 들어둘걸. 이렇게요.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이해가 안 된다고 그 문제를 내려놓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더 적극적으로 연결하기
개념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이 연결이라면, 이렇게 접근해 보면 어떨까요? 지금 있는 정보를 총동원하여 일단 말이 되게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한 번에 다 이을 부품이 부족하다면, 일단 빈 부분을 놔두고서라도 모양을 잡아봅니다.
한번 모양을 잡아본 다음, 스스로 생각해 봅니다. 여기서 이게 더 말이 되게 하려면 어떤 내용이 더 필요할까? 이렇게 말이죠. 주변에 조금 더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되고, 아니면 스스로 조금 더 고민해 봐도 됩니다. 직접 실험해 보아도, GPT에게 물어봐도 좋겠네요.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길 수 있습니다. 이 과정 후에는 비로소 자신만의 언어로 새로운 개념을 표현할 수 있게 되거든요.
적극적으로 연결하기의 예시
이렇게만 적으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통해 무언가를 이해했던 경험 하나를 예시로 들어 보겠습니다.
최근에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영원의 건축(The Timeless Way of Building, 1979)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서는 영원히 살아있는 방, 집, 마을들은 무명의 특성을 가지며, 어떤 패턴들을 발견하고 녹여냄으로써 그 특성을 건물에 녹여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열심히 읽었고 꽤 좋은 인사이트가 많았지만, 뭔가 말로 내뱉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내가 이걸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책을 다 읽은 바로 다음 날, 친구를 데리고 건축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전시를 보면서 일단 “살아있게 느껴진다”와 “그렇지 않다”고 느껴진 건물들을 최대한 분류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건물 간의 차이가 대체 무엇일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여러 정보를 수합해 보니, 제 말대로 표현할 수 있겠더군요. 어떤 누가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한 건축물들은 특유의 생명력이 느껴졌고, 그렇지 않은 건축물들이 그렇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적극적으로 연결해서 사고하게 되면, 머릿속에서 오래 남아있게 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한 개념을 적극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를 한동안 타지 않더라도, 자전거를 보면 매일 탔던 것처럼 탈 수 있는 것처럼요.
물론 이 이해가 틀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어떤 부분이 틀렸는지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제가 갖고 있는 지식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심지어 저랑 비슷한 점을 틀리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조금 더 명확하게 설명해 줄 수도 있겠죠.
결론
이렇게 여러 개념을 꾸준히 떠올리고, 말이 되도록 만들어보는 것은 생각보다 뇌를 엄청나게 씁니다. 한번 해 보면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지만, 몇 번 더 해보다 보면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는 순간이 찾아오게 됩니다. 여러분의 삶에서 마주하는 새로운 개념들을 적극적으로 연결해 보고, 흥미로운 순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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