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저번 뉴스레터 이후에 어떤 한 주를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
처음 복리를 만드는 삶을 생각했을 때, 저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를 되돌아봤을 때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몸이 아파서 번번히 포기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2년 전에 PT를 받기 시작했고, 다행히도 꾸준히 다니며 힘과 에너지를 높이는 중입니다.
보통 우리는 ‘운동’ 하면 몸의 쓰임이나 행위 등 육체적인 면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운동의 ‘정신적’ 단련은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저는 운동만큼 정신을 시험하고 가꿔나갈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난 2년간 운동의 모든 과정에서 고뇌했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가기 전부터 고뇌의 시작입니다. 피곤해서, 날씨가 덥거나 춥거나 적당해서, 오늘 닭가슴살 안 먹은 걸 들킬까 무서워서 등… 오늘 하루를 빼먹고 싶다는 욕망을 떨쳐내고 헬스장으로 발을 옮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운동하는 동안은 항상 한계를 시험 당합니다. ‘회원님 더 할 수 있으시죠?’이나 ‘5개 더!’ 처럼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헬스 밈(meme)을 현실로 마주하며 시련을 이겨내면, 몸에 남은 근육통이 돌아올 운동을 두렵게 만듭니다. 어쩌면 이러한 정신적 단련의 산물들은 밈이 되어버려 재미만 남고 교훈이 되진 못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운동이 정신적 단련이 맞다면, 이를 삶에 적용해볼만한 아이디어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무언가가 안될 때 옆에 헬스 트레이너님이 있다고 생각하기’를 뛰어넘어, 생각의 기조를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국소부위를 먼저 공략하라
오늘은 하체에요. 헬스 트레이너님의 카톡에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집니다. 장염이 나은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하루 쉬어갈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헬스장에 나갔고 저의 상태를 트레이너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트레이너님은 잠시 꾀병인지 아닌지 체크를 하신 후에, 미리 짜두셨던 계획표에 X 표시를 한 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같은 날은 국소부위가 딱이에요”
국소부위, 정말 처음 들어보는 작은 근육—대퇴직근, 내측광근에 자극을 주는 운동을 했습니다. 운동도 신기했는데 고무 밴드를 기둥에 걸고, 그 밴드를 다시 엉덩이골에 걸친 채로 느리고 깊숙히 쪼그려 앉았습니다. 가려움과 땡김의 사이 어딘가의 기분 나쁜 통증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뒤에 무게를 들고 스쿼트 동작을 했을 때, 이전과 다르게 몸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국소부위를 집중 공략했더니 몸의 안정성이 단시간에 높아진 것입니다. 트레이너님이 제가 신기해하는게 보이셨는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스쿼트 동작은 대퇴사두를 많이 쓰는데, 이는 네 개의 근육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네 개 중에 약한 부분을 건드리면 운동의 퍼포먼스를 단시간에 급격하게 높일 수 있다… 그때 머릿속에 매우 신선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팔 운동을 잘 하니까 팔 운동만 해서 뽀빠이처럼 비대한 팔 근육을 얻는 것이 과연 삶에 있어서도 좋은 걸까요. 한편 팔을 키우고 싶다면 역설적으로 다른 근육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운동은 여러 근육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고 느낍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역설적으로 국소부위,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부위를 찾아 단련해야합니다. 잘하는 것도 작게 뜯어보면 다른 것에 비해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삶에서도 상대적으로 내가 못하거나 부족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국소부위를 찾고, 부족함을 끌어올린다면, 하방이 높아지며 전체적인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볼륨을 생각하라
헬스장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곤 합니다. 남들이 쌀포대 정도의 무게를 달고 벤치프레스를 할 때, 나는 핑크색 아령을 들고 있을 때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상한 자존심을 억지로 채우겠다고 무리하게 무게를 늘리거나 세트 당 회수를 늘려보지만, 해내지 못했다는 느낌만 들어 되려 자존심에 상처만 더 입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PT 때였습니다. 트레이너님의 지도 하에 덤벨 숄더 프레스를 하는데, 너무 무거워서 몸이 흔들리며 자세가 무너졌습니다. 그걸 본 트레이너님은 지체 없이 두 가지를 하셨습니다. 먼저 작용 범위를 반으로 줄였고, 이마저도 힘들어하니 가벼운 덤벨로 바꿔 10번을 더 시키셨습니다. 운동이 끝나고 이렇게 해도 도움이 되는걸까 의문이 들어 트레이너님께 여쭤보았습니다. 그때 트레이너님의 답변이 기억에 남습니다. “운동 목표, 기억하세요?”
그때 트레이너님이 이야기해주신 것은 운동 능력, 즉 ‘볼륨(volume)’이었습니다. 볼륨을 채우면 점진적으로 신체 능력이 올라갑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볼륨 = 무게 ✕ 회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볼륨이 목표라면 무거운 덤벨로 무리여도 가벼운 덤벨로 바꾸고 회수를 더 채우면 되는 것입니다.
처음에 우리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목표의 구현 수단인 ‘요소’만 맹목적으로 파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토익 공부라는 요소를 거슬러 올라가면 분명 ‘영어를 잘하게 되어 외국인과 프리토킹 해보고 싶다’ 같은, 잠시 잊어버린 목표가 있을 것입니다.
아까 볼륨을 무게와 회수의 곱셈식으로 표현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볼륨을 ‘인수분해’한 것입니다. 더이상 나눠지지 않을 때까지 목표를 인수분해 해봅시다. 만약 ‘개발을 잘하고 싶다’면, 개발을 잘하게 되었을 때 뭐가 가능해질지 ‘개발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말로 표현해봅시다. 어쩌면 내가 목표라고 생각했던 것은 목표가 아닌 요소였을지도 모릅니다.
볼륨을 생각하며 운동을 하는 것은, 그렇지 않았을 때와 비교했을 때, 더욱 유연하고 목표지향적인 행동들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여러분의 진짜 볼륨은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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