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 문득 마음이 쪼그라드는 순간이 있었다.
누군가의 표정, 말끝의 어정쩡함, 설명되지 않은 오해의 공기.
그 안에서 나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예전부터 익숙했던 반응이었다.
눈치를 보고, 나를 감추고, 말 대신 침묵으로 버티는 방식.
하지만 이번엔 그 익숙함이 전처럼 편하지 않았다.
마음 어딘가에서 작은 저항이 올라왔다.
‘이번에도 이렇게 물러날 건가?
아니면 한 번쯤은 다르게 반응해 볼 수 없을까?’
그 물음에 정답은 없었지만,
나는 그 질문 자체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예전의 나는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면
그 감정을 통째로 눌러두고 애써 무시했다.
상대의 오해나 불편함보다
그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이 더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다.
내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나의 바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그래서 잠시 그 자리에 머물러 보았다.
회의가 끝나고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말을 아낀 상대의 눈빛을 다시 떠올려 보며
내 안에서 올라온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어 놓아보았다.
불편함.
섭섭함.
그리고 그 감정들을 숨기고 싶은 내 안의 습관.
이 감정들은 나를 힘들게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은 이 관계가, 이 자리가
나에게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진짜 원하는 걸까?
아니면, 이 관계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고 살아보려는 걸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것이 오랜만이었다.
그저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내 안의 반응을 바라보며
한 박자 늦춰 생각해 보는 것.
결국 나는 회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생각보다 나를 가볍게 했다.
그 상황이 마법처럼 바뀌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나는 나를 숨기지 않았고,
불편한 감정을 흘려보내지 않았다.
그날 저녁, 조용한 방 안에 앉아
내게 작은 고백 하나를 남겼다.
"오늘, 너는 도망치지 않았다.
조금 더 나로 살았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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