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 & 주연] 사랑에 관한 몇 가지 질문

오늘의 사랑은 무엇인가요?

2023.03.05 | 조회 1.4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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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심

내가 사랑한 모든 존재들에게

 

미지: 안녕하세요! 오늘은 “사랑에 관한 몇 가지 질문” 대담으로 찾아온 미지와

주연: 주연입니당~♡

미지: 여러분들의 흑심을 들려주세요! 에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그간 저와 주연은 거의 모든 글에서 사랑을 다루었기 때문에 각자 글로 쓰는 것보단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좀 더 색다를 거라고 생각해서 준비해 봤답니다. 일단, 우리의 공식 질문부터 시작해 볼까요? 주연에게 오늘의 사랑은 무엇인가요?

주연: 오늘의 사랑은~ 겁내지 마, 라고 하는 사람과 겁을 내는 사람이 함께 하는 거요! 그 두 개의 역할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뒤바뀌고 엎어지면서 그러거나 말거나 그래 겁내지 않을게, 그런데 겁이 나, 그렇게 말하고 듣는 이가 왜 겁을 내? 물었다가 겁내지 말랬잖아 화냈다가 괜찮다고 다독였다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그것 역시 사랑이라는 생각도 들구. 정확히는 오늘 새벽에 정의한 저의 사랑이었어요. 미지는?

미지: 겁내지 마, 라고 말하는 사람과 겁내는 사람이 함께인 것...... 보통 둘 다 겁을 내면 사랑 자체가 유지되기 힘든 것 같긴 해요.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겁이 나더라도 겁내지 마, 하고 말하는 용기를 내는 것 같구. 제가 생각하는 오늘의 사랑은 ‘믿음’이에요. 사실 저는 양방향의 감정 교류를 하면서도 불안해할 때가 많았거든요. 너무 간절하게 진실이었으면 좋겠어서 오히려 불안했어요. 진짜가 아닐 때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데 지금의 연애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믿어 봐야지, 믿어야지,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요. 역시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변화무쌍한 존재인가 봐요.

대담을 준비하면서 주연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생겼어요. 어떨 때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가장 부르고 싶나요? 그리고 누군가를 하염없이 부르고 싶을 때의 그 ‘사랑’은 어떤 종류인가요? 연애 상대, 가족, 친구, 뭐 그런 거요.

주연: 이해가 조금 어려워서… 미지의 대답을 먼저 들을 수 있을까요?

미지: 저는...... 간절할 때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져요. 유신론자가 신을 찾는 것처럼요. 그리고 그 누군가는 보통 어떤 의미로든 사랑하는 사람이기 마련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저에게는 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존재하는 셈이겠네요.

주연: 이름을 부르고 싶었던 감정을 느낀 상대는 주로 엄마거나 애인이었던 것 같아요. 존재 증명이요. 미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누구를 낳았던 적 없고 그래서 조금 주제넘는 비유인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을 느낀 적은 있다고 믿거든요. 누군가 잉태되고 태어나서 기쁘고, 나랑 놀아 주어 기쁘고, 만나서 기쁘다. 있어 줘서 기쁘다. 여기에 있지? 하는 마음으로 부르는 거. 신이 조각한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를 부르듯이. 아이 예쁘다… 하게 되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 비슷한 대화를 가볍게 나누었던 것 같은데, 미지가 받고 싶은 사랑의 방식이 궁금해요.

미지: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고맙고 기뻐서 그 존재를 계속 확인하게 되는 부름이겠네요. 누군가 저를 그런 마음으로 불러 준다면 그 사람을 잊지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나 너 예뻐해, 라는 게 티가 나는 사랑을 늘 원했던 것 같아요. 워낙 무뚝뚝한 경상도 엄마 밑에서 애착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했던 탓인지, 제가 상대방에게 유일하고 특별하다는 걸 알고 싶어 하고 느끼고 싶어 해요. 그리고...... 그냥 제가 사랑하는 방식대로 사랑받으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이상형이 이상형일 뿐인 것처럼 이상적인 소망에 지나지 않고, 지금 제가 받고 있는 여러 사랑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답니다.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연애와 친구, 가족 등등 제가 만난 모든 사람들을 통틀어서 주연과 혜윤이 가장 제가 원하는 방식에 가까운 사랑을 주는 것 같아요. 저는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친구 관계에서도 불안해할 때가 많은데, 셋이 함께 있을 때에는 그런 걱정을 안 하거든요. 그래서 가끔 뻔뻔해지기도 하구요. 반대로, 주연은 어떤 방식으로 사랑받고 싶나요?

주연: 좀 더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저는 누군가 저를 데리러 오거나 바래다 줄 때 사랑을 느껴요. 위로나 말은 누워서도 할 수 있는 거지만 저를 보러 오는 건 일어나서 걸어야 하는 일이잖아요. 내가 많이 보고 싶다면 누군가는 뛰기도 할 테고. 물론 누운 자세로 누군가 건네 주던 말들을 바닷속에서 받아들이고 그가 아닌 제가 직접 서게 되던 문장들 역시 있었어요. 어떤 말은 그래요. 제가 지금 말하고 있는 건 평균적인 방식을 얘기하는 거구…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었던 때에 친구를 보러 갔던 적이 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어 보였던 친구가 저를 보러 왔던 적 역시 있고요. 제가 그들을 보러 갔던 마음으로 누군가 저를 보러 온다면, 사랑해 준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극복이고 성장이거든요. 너무 힘들었지만 걔가 힘든 게 더 중요했거든요. 저는 때때로 바뀌고 움직여서 생각이 지속될지 모르겠으니… “오늘의” 받고픈 사랑 방식 정도로 정리하자면, 그건 움직이는 거요. 나를 보러 오고, 나를 안아 주고, 마중 오고, 밤길이 무서운데도 마중 나가고. 그리고 이해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것 역시 운동의 일부분인 것 같아요.

미지가 처음 느낀 사랑과 사랑 엇비슷한 감정의 경험을 공유해 줄 수 있어요?

미지: 어릴 때 기억이 많이 남아 있는 편은 아니라서 ‘처음’이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초등학교 2학년 때 전학 온 여자아이와 친해진 적이 있어요. 안경을 꼈고, 입을 가리지 않고 웃었고, 검도 학원을 다녔죠. 어느 날 그 애가 학원 버스 타는 걸 마중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저는 설렜던 것 같아요. 막연한 설레임이 따라오거든요. 그럼 저는 이렇게 물을래요. 주연이 가장 마지막으로 사랑을 몸으로 체감한 때는 어떤 순간인가요?

주연: 방금 엄마가 통화를 걸어왔을 때요. 제가 독립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매일 세 번이 넘도록 영상통화가 걸려 와요. 서로 쉬지 않고 문자를 주고받고요. 엄마는 배달 완료 확인 메시지를 제게 전해 주면서 “기사님이 찍어 준 큰딸 현관. 문만 봐도 좋네”라는 내용을 낯뜨거워하지 않고 텍스트로 보내 주는 사람이에요. 먹지도 않을 과일이나 빵 같은 걸 묻지 않고 집으로 배송시켜서 저는 살이 찌거나 음식을 만들어 자취하는 동기들에게 모두 나눠 줘야 하는 숙제가 생겼어요.

어떤 사랑은 과해요. 어떤 사랑은 죄책감과 연민이 동반되고 서로에게 짐이 돼요.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고 가끔은 짜증이 나고 그런데 너무 사랑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아까 미지가 애착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죠. 저는 엄마와의 애착 관계가 아주 짙게 이루어져 있고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해요. “엄마를 가장 사랑한다"는 몇몇의 장녀에게 몇 개의 단어로 나누어진 문장이 아니라 하나의 덩어리로 기능해요. 그건 당연한 거고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가져서는 안 되는 거예요. 엄마는 저를 너무 사랑하고, 저 역시 엄마를 너무 사랑하고, 그래서 엄마”만큼” 제게 하지 않으면 저는 쉽게 사랑이라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 정도가 어째서 사랑이야? 하는 식으로 부정하는 거죠.

사랑에는 고통이 동반된다고들 하지만 또 어떤 연애는 그렇지 않은 것 같고요, 하지만 저의 엄마와 저의 경우에는 그러거나 말거나 과해도 짐이 되어도 좋으니 그냥 사랑하는 거고요. 네 얼굴을 봐도 전혀 슬프지 않아, 하고 거짓말하는 것보다야 너를 보면 너무 슬픈데 그 슬픔이 싫지 않고 너를 사랑해, 상관없다, 가 저의 진심인 것 같으니까요. 어쩌다 보니 설렘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를 해 버렸는데 저는 설렘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둘은 연관이 없는 것 같아요. 손조차 잡고 있지 않는 것 같고요. 같은 물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방식으로 물기를 닦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마음이 설레는 것 같으니까 이상하죠. 아직은 잘 몰라서 좀 더 살아 봐야 알 것 같아요.

미지: 사랑은 모두 복잡하지만, 엄마와 딸의 사랑은 유독 더 얽히고설켜 있는 느낌이에요. 설렘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저도 동의하구요. 사랑에 설렘이 속할 수는 있겠지만, 설렘 = 사랑은 아닌 것 같아요. 설렌다는 건 사실 마음의 생동감을 함축한 것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마음이 분주하니 설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죠. 저는 사랑할 때 가장 부지런해지거든요. 그 사람에 관해서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도 말이에요. 주연은 사랑을 할 때 어떻게 변하나요? 여기에서의 사랑은, 연애 감정으로 한정 짓기로 해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광범위해지니까.

주연: 사랑을 하면 어떻게 변하는지 역시 너무 광범위한 것 같아서 연애를 할 때 어떻게 변하는가를 먼저 정리해 봤어요. 첫 연애에서는 자주 슬펐어요. 두 번째에는 슬프기 싫어서 함께 있었더니 게을러졌고요, 세 번째 연애에서는 그러기 싫어서 부지런해졌어요. 제가 인식하는 저의 장점은 잘 배운다는 거예요. 사과하면 용서받으면 된다고 언제는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그쵸. 사과하면 용서받으면 되고, 서툴렀으면 사과하면 돼요. 저 역시 사과받는다면 용서하면 돼요. 그리고 다음에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돼요. 연애에 있어서 어떤 이유가 상대를 슬프게 했다면, 혹은 그게 나라는 사람의 결핍이고 상당수가 “단점”이라 느끼는 주연의 어떤 것이라면, 나 역시 그에 동의하고 그걸 바꾸고 싶다면 바꾸면 돼요. 달라지고 더 잘, 더 많이 사랑받고 사랑하면 돼요.

한때는 저의 유구한 성질을 바꾸고 싶지 않았어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가라고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만이었어요. 세상에는 사람이 많고 우연도 많다고 느껴졌으니까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유일하더라고요. 걔가 아니면 안되겠다 싶었고, 우는 소리가 세상이 멸망하는 소리보다 싫었어요. 저는 사람이 좋고 사람들이 행복한 게 좋은데 그 아이를 죽일래, 그 아이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 버릴래, 신이 물으면 고민하지 않고 후자를 선택할 것 같았어요. 둘만 남은 세상에서 물고기도 잡아 주고 옷도 짜 주고 그러다가 걔를 보내고 저는 받을 벌을 다 받고 나중에 죽고 싶었는데, 그런 “유일”을 겪고 보니 합의와 화해를 배우게 되더라고요. 이게 사랑을 했을 때 변하는 주연인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거요. 예뻐해 주고 노력하고 예쁨 받고도 싶어 하는 거요. 성실해지기. 세상에서 가장 좋을 수도 있겠네, 하고 착각이 들어도 괜찮을 것들을 언제나 주고 싶은 것 같아요. 사랑을 하는 건 사람을 차별한다는 거라는데 이제껏 애인들은 늘 제가 모두에게 다정하다고 툴툴거렸었거든요. 그건 진실과 달라요. 저 역시 이제야 깨달은 거지만 저는 몇몇을 편애합니다. 아끼고 애착해요. 저는 다 귀찮은데 그런 건 안 귀찮고요.

미지의 경우는 어떤가요?

미지: 저 역시 연애 중인 상태로 한정해서 답하자면...... 저를 조금 더 신경 쓰게 돼요. 잘 보이고 싶고, 지속 가능한 연애를 하고 싶으니까 안주하지 않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스스로를 돌보다 보면 저를 조금 덜 싫어하게 돼요. 너무 의존적인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나요. 그게 저라는 사람이더라구요. 외로움 많이 타고, 타인의 눈에 들고 싶어 하는.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래서 저는 누군가와 마음을 주고받는 제가 좋아요. 이건 '사랑을 하는 나'에 도취된 것과 다른 것 같아요. 자아도취는 발전을 가로막을 텐데, 저에게 있어서 (모든 종류의) 사랑이란 삶의 원동력이거든요. 무기력함에 길들여지고 체념이 빠른 저를 움직이게 만들어요. 쉽게 포기하지 않게 해 주기도 하고요.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미지가 말했지. 그런 무드로 살아가고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흑심러'분들께 저희가 질문을 던져 볼까요? 제가 먼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오늘의 사랑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여러분들의 사랑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 혹은 사건이 궁금해요." 저희에게 답을 보내 주셔도 좋고(하단의 메일이나 구글 폼을 자유롭게 이용해 주세요!), 혼자 혹은 주변 친구들과 함께 답변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주연의 질문은 무엇인가요?

주연: "이제껏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미지: 오늘도 저희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요! 하단에 저희의 메일 주소와 구글 폼을 첨부해 둘 테니 편하게 이용해 주세요. 포근한 봄 맞이하시기를!

주연: micoks2@naver.com 편지 친구 합시다~! 늘 행복하세요~!

미지: (저도 편지 친구 좋아해요!)

 

 

 


 

 

 

<흑심; 내가 사랑한 모든 존재들에게>는 선인장도 안아 주는 '미지'와 고양이처럼 나뒹구는 비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주연'이 함께합니다.

· 미지: poem.aboutyou@gmail.com / 마음을 기다리고 있어요.

· 주연: micoks2@naver.com / 답장에 답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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