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 인터뷰 <미지의 세계>

미지의 세계, 궁금하지 않으세요?

2023.04.20 | 조회 1.48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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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심

내가 사랑한 모든 존재들에게

안녕하세요. 미지입니다. 너무 오랜만이죠? 저와 주연은 각자 바쁜 봄을 보내고 있어요. 둘 다 안녕하고, 무사하답니다. 그 점은 염려 마셔요!

오늘은 제가 인터뷰를 당해 보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이전에 <미지의 담>이라는 인터뷰 메일링을 진행하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진지하게 인터뷰 당하는 건 또 새로운 경험이더라구요. (이 자리를 빌어 인터뷰어에 선뜻 나서 준 설에게 감사 인사를!) 모쪼록 흑심과 함께해 주시는 분들께도 좋은 읽을 거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곧 오월이에요. 새로운 달에는 새롭게 시작되는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일들과 함께 여러분들과도 더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물론, 바라는 것뿐만 아니라 노력도 할게요.

오늘도 자세히 들여다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만나요!

총총.

 


 

 

인터뷰로 미지를 처음 알게 되는 분들도 있을 텐데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안녕하세요. 미지입니다. 채미지라고 해요. 언제나 사랑이 이긴다고 믿습니다. 그러므로 항상 이기는 편입니다. 시와 에세이를 주로 쓰고, 걷고 찍는 걸 좋아해요.

 

미지(薇洔)라는 필명을 짓게 된 계기나 시발점이 궁금해요.

시작은 트위터 닉네임이었어요. 좋은 이름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장미를 떠올렸죠. 오래 쓰던 닉네임이 '로제토(roseto)'였는데, 이탈리아어로 '장미의 정원'이라는 뜻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장미 미에 섬 지를 합쳐 장미의 섬, 미지가 되었어요. 그 이름을 지었을 즈음부터 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고, 미지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필명으로도 쓰게 되었죠. 본명은 김민정이에요. 너무 흔하죠? 이미 동명의 유명한 시인분이 계시기도 하고요. 여러 생각들이 모여서 저를 미지로 만들었어요. 제 본명만큼이나 좋아해요. 제가 직접 선택한 이름이니 애착이 갈 수밖에요.

 

시인으로서의 미지와 사람으로서의 미지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아직 스스로 시인이라는 정체성이 확고하진 않은 것 같아요. 등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시인이라고 해도 되나?’ 하는 마음이 있어요. 한없이 부끄러워져요. 나는 매일 시를 쓸 수 있는 사람도 아닌데, 시를 쓰는 것도 아닌데, 하고 괜한 자기 변명들이 늘어지죠. 자신이 없을 뿐인데.

 

제가 보기에, 작가들은 '작가'로서의 나와 작가가 아닌 '생활인'으로서의 나, 그렇게 구분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미지의 경우가 궁금했어요.

글쎄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렇게 구분을 짓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 못하다고 하는 게 더 맞을까요? 사실은 그런 구분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직 작가로서의 직업 의식 같은 게 희미해서 그런 걸까요? 쓰는 행위를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더 생각해 보자면...... 다른 사람들은 A로서의 나, B로서의 나를 구분해 두고 그것들이 교집합을 중심으로 '나'를 꾸려 간다면, 저는 '나' 안에 A라는 정체성, B라는 정체성이 완전히 속해 있는 느낌이에요. 합집합뿐인 거죠. 그래서 정체성들을 구분 짓는 게 어려운 것 같은데, 가끔은 좀 난감할 때가 있긴 해요. 저는 제가 퀴어인 것과 시인인 것을 따로 생각하기가 어렵거든요.

 

평소 시를 쓸 때의 마음가짐이나 고민하는 포인트가 궁금해요. 주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쓰는지?

어떻게든 쉽게 읽히는 시를 쓰려고 해요. 읽으면 읽는 대로 머릿속에 무언가가 둥둥 떠다니는 그런 시요. 큰 이해력 없이도 읽을 수 있는 시. 그래서 서사가 거의 없는, 이미지 위주의 시를 주로 쓰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서사가 없다는 건 알맹이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데, 거기에 대한 고민도 하고요. 저는 무언가가 쓰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무작정, 단지 쓰고 싶기 때문에쓸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다니는 사람이에요. 그 둘 사이의 딜레마에 자주 빠지기도 해요.

시를 쓸 때 생각하는 건 그렇게 많지 않아요. 활자가 음성 언어로 발화되었을 때에 어색함이 없는지, 그러니까 시 전체가 하나의 것으로 부드럽게 읽히는지. 그걸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요?

이건 아마 처음 말하는 것 같은데, 시 같은 경우에는, 첫 구절이 딱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리고 그럴 때만 시를 써요. 좀 시시하죠? 그렇기 때문에 '처음은 좋은데 마무리가 약하다'는 피드백을 여러 번 받기도 했었구요. 그런 경우가 아니면 단어 수집 노트를 뒤적거리다가 '이 단어를 시에 써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쓰게 되는 경우예요. 무언가에 자극을 받아서 시를 쓴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애초에 그런 자극을 자주 느끼는 편이 아니기도 하구요. 저는 쓰고 싶은 것이 있다기보다 쓰고 싶은 욕구 자체가 훨씬 앞서는 사람이에요. 그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지나온 시간들을 천천히 되돌아보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니까 굳이 따지자면 '과거'가 영감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시라는 형식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어떤 계기를 통해 시에 매력을 느끼고 쓰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계기는 없었어요. 정말로. 그냥 시가 저에게로 왔죠. 신이 내려오는 것처럼, 두 팔을 한껏 벌리고 서서 무언가를 받는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알라딘으로 달려가 제목만 보고 시집을 몇 권 뽑았어요. 그날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오게 되었네요. 형식에 대한 매력을 따로 생각해 보진 않은 것 같은데, 하나 말할 수 있는 건, 저는 산문시보다 산문시가 아닌 것을 더 좋아해요. 태초의 시에 더 가까운 시를 좋아한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시는 원래 노랫말이었으니까요.

* 미지가 가장 처음 읽었던 시집들

강기원 -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김지유 - 즐거운 랄라

진진 - 하이얀 슬픔을 방목하다

 

시를 쓸 때와 읽을 때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쓸 때에는 나의 표현이 누군가를 해칠 가능성이 있지는 않은지 꼭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비유로서의 난민, 고아 같은 단어들을 사용할 때 두어 번 더 생각하는 것이죠.

그리고 읽을 때에는…… 사실 별 생각을 안 해요. 그냥 읽히는 대로, 시가 와 닿는 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독서하는 편이에요.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고요. 이해보다 앞서는 건 감정이니까.

 

산문 등의 글을 쓸 때는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시를 쓸 때와 마찬가지예요. 저의 문장이 어느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를 염려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따라 읽었을 때 쉽고 편하게 읽히는지. 저에게 있어서 좋은 글이란 잘 읽히는 글이거든요.

 

미지는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려 하고, 시에 입히려고 하나요?

개인적으로는 이미 세상에게 비관적인 시선을 너무 많이 던졌기 때문에, 그런 시선을 굳이 글로 옮기려고 하지는 않아요. 되도록이면 그 비관 속에서도 마주할 수 있는 한 줄기 빛을 쓰려고 하죠. 제 시나 에세이도 읽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다가갔으면 좋겠고요.

한 명의 사람을 하나의 세계로 가정하자면, 저는 최대한 다정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더 사랑이 있는 쪽으로 기울려고 하고요.

 

그렇다면 미지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오늘의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기다림이에요. 미래를 기다리게 되는 마음. ‘미래기다린다. 너무 대단하지 않나요? 아주 오랫동안 미래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디폴트로 가지고 있던 저에게 그건 분명 사랑이에요. 사랑이 아닐 수가 없죠.

 

'사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느낌들이 궁금해요.

돌봄. 다정. 그런 것들이 떠올라요. 특히 신형철이 쓴 돌봄과 다정이요.

[ 돌봄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일이 아니라, 적어도 돌봄을 받는 너는 알도록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의 돌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일의 따뜻함까지도 돌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해요. 내가 너를 돌보고 있어, 하고 끈질기게 그를 놓치지 않는 시선, 그런 마음. ‘사랑일까?’가 아니라, ‘사랑일 수밖에 없어라고 느끼게 만드는 순간들.

 

작가로서의 향후 계획을 살짝 공유해 주세요.

서른에는 제 글들이 물성을 가졌으면 했어요. 책을 만들고 싶다는 뜻이죠. 원하는 사람이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어떤 형식을 띄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책을 내고 싶어요. 소장용이든, 무엇이든.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실현될지, 어떨지도 모르겠지만, 시산문집(+ 가능하다면 사진)의 형태를 생각 중이에요. 5월부터는 오프라인 글모임을 운영하게 되었구요. (하단 링크 참고 ♡) 최근에는 에세이도 좋지만, 시를 어떻게 하면 좀 더 꾸준히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흑심; 내가 사랑한 모든 존재들에게>는 선인장도 안아 주는 '미지'와 고양이처럼 나뒹구는 비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주연'이 함께합니다.

· 미지: poem.aboutyou@gmail.com / 마음을 기다리고 있어요.

· 주연: micoks2@naver.com / 답장에 답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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